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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3년, 박대통령은 절대 고집 꺾지 않을 것”

“남은 3년, 박대통령은 절대 고집 꺾지 않을 것”

박근혜 정부 2년 평가 토론회… "조세저항 부추기며 반사이익 따먹는 존재감 없는 야당"

박근혜 정부가 오는 2월 25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국정운영의 탄력을 받아야할 3년 차에 지지율은 20%대까지 떨어지고, 여당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23일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와 민주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박근혜 정부 2년 평가 토론회’에서는 박근혜 정부 2년을 실패로 규정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주요한 이유는 ‘불통의 리더십’이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2년은 한 마디로 실패했다”며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고 소통하지 못했다. 측근3인방을 비롯한 측근들하고만 소통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이전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웠으나 집권 초기부터 공약을 파기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후보 때 약속했던 것을 얼마나 지켰는가, 진행과정에서 국민들 요구에 얼마나 반응했는지를 기준으로 보면 거의 빵점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공약 미이행에 대한 설명도, 대안도 부족했다는 점이다. 박근혜식 ‘불통의 리더십’이다. 김 원장은 “어느 정부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무언가를 제시한다. 노태우 정부는 군부청산과 민주화를, 김영삼 정부는 문민정부를, 김대중 정부는 IMF 극복을 이야기했다. 이명박 정부도 대운하를 이야기했다”며 “박근혜 정부는 무엇을 내세웠는가.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변명도 없이 다 던져버렸고 대안도 없었다. 창조경제라는 막연한 구호 정도”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박 대통령에게 남은 건 특이한 리더십뿐이다. 혹자는 이를 신뢰와 원칙으로, 혹자는 이를 불통의 리더십이라고 평가했지만 이 시점에서 결과적으로 남은 것은 불통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전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2년 간 ‘아마추어’의 모습이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집권 전에 당명을 바꾸고, 경제민주화나 무상보육 같은 타 정당 정책공약까지 아젠다로 삼을 정도로 뛰어난 선거 전략을 통해 집권했다. 그러나 막상 집권 후에 국가를 어떻게 경영할 지는 아무런 플랜이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을 그 예로 들었다.  김 전 의원은 “집권 3년차를 시작하면서 느닷없이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새 정부 출범 때 했어야할 것을 2년차 되어서 했고, 내용도 아무것이 없고 MB정부 때 실패한 것으로 판명난 대기업 지원정책이 다였다”고 평가했다.

김 전 의원은 ‘인사참사’를 또 다른 예로 들었다. 김 전 의원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일을 할 수 있는 인재풀을 구성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 인수위는 정책인수위에 그쳤다”며 “인재풀을 구성하려는 노력을 안 하다보니 한정된 수첩인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인사참사가 터졌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경제정책과도 연관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정책에서도 신뢰가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약속을 지키는 정부’를 내세우며 경제민주화와 노령연금 20만원 등 특정계층을 겨냥한 공약을 내놨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는 폐기되고 줄푸세가 다시 살아났다. 규제완화만이 살길이라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증세는 절대 할 수 없다고 고집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한 “경제개혁 3개년 계획 역시 졸속으로 입안됐고 그나마도 지켜지지 않는다. 가계부채를 5% 줄이겠다고 했는데 그나마도 최경환 장관이 오면서 3개월 만에 뒤집어졌다”며 “오로지 부동산 활성화, 규제완화에 올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남은 3년 간 박 대통령이 변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김만흠 원장은 “어느 정부든 국민의 요구와 비판적 목소리가 있으면 설명이나 해명이 있어야하는데 박 대통령은 그게 없이 계속 가고 있다”며 “신년기자회견에서도 지적된 많은 문제들에 대해 대꾸 없이 그대로 갔고, 대북정책에서도 변화를 위해 류길재 전 장관보다 더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앉히나 했는데 더 존재감 없는 사람을 앉혔다. 도저히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4대강 사업을 비판하면 변명이든 뭐든 자신의 주장을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변명이나 해명도 없다.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안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23일 오전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 2년 평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박 대통령이) 고집을 꺾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결국 힘으로 꺾을 수밖에 없다”며 “야당이 선거가 있으면 이기고, 담론시장과 치열한 논쟁에서도 이겨서, 힘으로 꺾어서 바꿔나가야 국민들의 삶이 나아진다. 박 대통령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야당 입장에서 기회이지만, 야당이 부족하다는 것.

김만흠 원장은 “박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에 무대응할 때 소리만 치는 것이 맞느냐. 국정원 댓글사건이나 NLL 대화록 공개 등의 문제에 강하게 지적할 필요가 있지만 응답이 없는 상황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맞는가”라며 “지난 2년 간 야당이 개척할 수 있는 정치영역을 만들지 못했다. 나머지 3년 동안도 박 대통령에 의존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전성인 교수는 경제정책 측면에서 야당의 역할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지난 2년 간 야당의 모습은 집권을 포기한 정당이었다. 증세 논란을 불러일으킨 소득세법 개정안 두고 야당은 어떤 태도를 보였나”며 “전문가들이 야당에 증세 이야기하자고 여러 번 말했으나 2년 동안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정작 증세도 고려할 수 있다는 말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꺼냈다. 유승민 대표가 안 꺼냈으면 야당은 여전히 그 이야기를 못 꺼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거대 야당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경제정책 관해서는 야당이 완전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방향을 상실한 채 거래를 통해 개별 법안들을 집어 넣으려고만 한다. 여러 명의 무소속 의원들처럼 보이고, 법안 거래를 중도와 타협, 의회주의로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한용 기자 역시 “유승민 원내대표가 법인세 인상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명박 때 여당 일부가 야당 역할을 했던 현상이 반복될 지도 모른다”며 “연말정산 논란 때 새정치민주연합이 세금폭탄 이야기하는 걸 보고 실망했다. 조세저항 심리가 부추기고 반사이익이나 따먹으려고 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