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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을 격전 현장 “변희재가 변수 될까요”

관악을 격전 현장 “변희재가 변수 될까요”
[현장스케치] ‘2위 누구냐’고 묻는 오신환 측, ‘투표독려’하는 정동영 측, 조용한 정태호 측

4. 29 재보궐선거 투표 종료를 5시간 앞둔 오후 3시 관악을 정동영 무소속 후보,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선거사무소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관악구 신림동 난곡사거리에 있는 오신환 후보 사무소와 정동영 후보 사무소는 3분 거리로, 바로 옆에 붙어 있다. 그러나 두 선거사무소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오신환 후보 선거사무실에서는 여유로움이 묻어났고 정동영 후보 사무실에서는 급박함이 감지됐다.

오후 1시 반, 오신환 후보 사무소에는 기자들을 위한 프레스 석이 준비돼 있었고 개표 생중계용 TV가 설치되고 있었다. 사무실 자원봉사자들과 캠프 관계자들은 TV를 어디다 설치할지를 두고 논의했다. 투표 종료 이후 만들어질 ‘그림’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 관악구 신림동 난곡사거리에 위치한 오신환 후보 선거 사무소(왼쪽)와 정동영 후보 선거 사무소. 사진=조윤호 기자
 

오신환 후보는 사무실에 없었다. 캠프 관계자는 “여기 안 계신다. 6시나 10시는 돼야 나타나는 거, 그게 맞지 않나”라며 “기자들 들어오기에도 자리가 비좁다. 여기는 기자들만 100명 넘게 들어올 텐데, 거의 여기로 오거나 아니면 정동영‧정태호 후보 쪽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사무실에 여유로움이 흘렀다. 기자가 사무실로 들어서자 캠프 관계자는 “커피 한 잔 드릴까요? 기자석은 저쪽입니다”라고 기자를 안내했다. ‘이길 것 같나’는 물음에 오신환 캠프 관계자는 “우리가 이기지 않겠나, 3파전인데도 지면 뭐…”라며 웃었다. 

오신환 후보와 표가 겹치는 후보는 무소속 변희재 후보다. 캠프 관계자에게 ‘변희재 후보가 변수가 될 것 같나’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선거가 초접전일 것이라고 본다. 3천표 이내 싸움이 될 것이다. 일단 세 후보가 각각 30%씩 먹고, 나머지 5%를 누가 먹느냐의 싸움”이라며 “따라서 세 후보 외의 다른 후보들이 몇 퍼센트를 가져갈 지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자리에 앉아 있던 기자들에게 ‘2위는 누가 할 것 같나. 정태호인가 정동영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반면 건물옥상에 위치한 정동영 후보 사무소는 1시 반부터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지지자들은 서로를 독려하는 발언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비공개’라서 기자들은 들어갈 수 없었다. 기자 신분을 밝히자 캠프 관계자는 “비공개다. 공개로 전환되면 다시 연락 드리겠다”고 말했다.

2시 30쯤 사무소 안이 공개됐다. 지지자들은 투표독려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캠프 관계자들은 사람들에게 투표 독려 매뉴얼을 나눠줬다. 캠프 관계자는 기자에게도 투표 독려 매뉴얼을 나눠줬다가 신분을 밝히자 머쓱하게 웃었다. 

투표 독려 메뉴얼은 다음과 같이 구성돼 있다. ‘1. 안녕하세요 오늘 비가 오는데 투표는 하셨나요?’ ‘2. 비가 와 투표율이 낮을까 걱정이 되어 전화 드렸습니다’ ‘3-1. 투표를 한 경우. 투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변 분들에게도 꼭 투표하시라고 권해주시기 바랍니다’ ‘3-2. 투표를 하지 않은 경우. 꼭 투표 부탁드리고 주변 분들에게 꼭 투표 하시라고 권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매뉴얼 맨 마지막에는 ‘간곡하고 애절하게’라는 말이 쓰여 있다.

  
▲ 정동영 후보 측의 투표독려 매뉴얼.
 

정동영 후보 측은 투표율이 관건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캠프 관계자는 지지자들에게 “출구조사를 보니까 10시까지는 우리가 앞섰으나 12시까지는 역전됐다. 초접전이 될 거다”라고 말하며 투표 독려 전화를 돌리자고 했다. 정동영 후보 본인도 직접 전화를 걸어 “100표가 모자릅니다. 투표하라고 문자 좀 보내주세요”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기자에게 “접전이 될 것 같아서 투표 독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동영 후보 측의 투표독려 매뉴얼에는 ‘비가 와서 투표율이 낮을까 걱정 된다’는 문구가 나와 있다. 흔히 비가 오면 투표율이 떨어져 여당에 유리하다는 속설이 있다.

앞서 오신환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길 것 같냐’고 묻는 기자에게 “마침 비가 오네요. 비가 오면 누구한테 유리하죠?”라고 반문하며 웃었다. 기자가 다른 관계자에게 “비가 오는데 유리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하자 그 관계자는 “아니야, 투표율 높아”라고 답했다.

반면 정태호 후보 측 선거 사무실은 조용한 분위기였다. 3-4명의 지지자들만 모여 TV를 보고 있을 뿐, 전화를 돌리느라 분주한 움직임도, 프레스 석과 TV를 설치하느라 분주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이길 것 같나’는 물음에도 캠프 관계자는 “뭐 지켜 봐야죠”라고만 답했다. 다만 지지자들은 투표율이 얼마나 될지를 두고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