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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 찍고 대권 노렸던 정동영의 좌절, 국민모임도 휘청?

관악 찍고 대권 노렸던 정동영의 좌절, 국민모임도 휘청?
초접전 없이 새누리당 오신환 당선… 정동영에 ‘야권분열’ 책임론, 재기불능 상황될 수도

정동영의 무모한 도전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4.29 관악을 재보선에 출마한 정동영 후보는 3위를 기록했고, 패배를 인정했다.

정동영 후보는 개표율이 90.68%인 29일 밤 11시 기준으로 1만 4196표(20.26%)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는 3만 613표(43.69%)를 얻어 당선을 확정지었다.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2만 3994표(34.24%)를 얻었다. 당초에 예상했던 ‘초접전’은 없었다. 

정동영 후보의 관악을 출마는 그야말로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애초 정 후보는 불출마 입장이었다. 지난 3월 26일 김세균 국민모임 창당 주비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정 후보는 “불출마 입장을 바꾸기 어렵다”며 “보궐선거를 통한 단판 승부보다는 대안야당과 대체야당을 건설하겠다는 본래의 취지대로 호흡을 길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 후보는 3월 30일 입장을 바꿔 재보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후보는 “국민모임의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인재영입에 실패했다”며 “광주, 관악, 성남, 인천에 (국민모임의) 후보를 내지 못했다. 한 달 뒤 재보선에서 빈손으로는 대안야당을 건설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를 던지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동영 당선을 시작으로 국민모임을 새정치민주연합을 뛰어넘는 대안야당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것이다.

정 후보가 출마하자 친정이던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철새’ 논란이 제기했다.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무소속에서 다시 민주당으로, 그리고 국민모임으로. 그 과정에서 출마 지역구도 전주 덕진, 서울 동작, 서울 강남, 그리고 관악까지. 

정 후보 측은 여러 논란을 의식한 듯 매우 공세적인 선거운동을 택했다. 4월 1일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정동영 후보는 “여러분은 저에 대한 모략과 음해에 대해 나에게 확인해 달라. 전화하면 바로 설명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새누리당보다는 새정치연합과 싸웠다. 정 후보는 가장 먼저 새정치연합이 제기한 ‘철새’ 논란을 반박했다. 정동영 후보 대변인을 맡고 있는 임종인 전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은 그러면 안 된다. 안 나간다는 동작 나가라고, 강남도 (당에서) 나가라고 해서 나갔다”며 “이익을 쫓아다닌 사람이 철새지, 당을 위해서 옮겨 다닌 사람이 철새냐”고 말했다.

새정치연합과 문재인 대표에 대한 공세도 쏟아냈다. “노무현 정부 인사들의 반성문을 내놓아야 한다” “(문 대표의 안보 행보는) 전형적인 여당 따라하기” ‘새정치연합과 선거 연대할 생각 없나’는 질문에도 정 후보는 “새정치연합을 극복하겠다는 것이 국민모임”이라며 아예 생각이 없음을 내비쳤다. ‘야권 재편’을 위해 출마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 4월 27일 정동영 후보를 돕기 위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이행자 서울시 의원과 정동영 후보가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정동영 후보 제공
 

정 후보 입장에서 가장 큰 악재는 4월 10일 공개된 ‘성완종 리스트’였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겨냥한 불법대선자금의혹이 터지면서 새정치연합이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왔고, 선거구도가 ‘야권재편’이 아니라 ‘여야 대결’로 짜여졌기 때문이다. 

정 후보의 공세는 더욱 강해졌다. 임종인 대변인은 13일 기자들에게 “성 전 회장에 대한 2번의 특별사면을 주도한 책임자가 모두 문 대표였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정 후보는 이어 14일 성명을 내 “여야는 성완종 게이트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특검을 머뭇거리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국민모임은 진보정당의 껍데기를 쓰고 새누리당 2중대 노릇을 하려는가”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정동영 후보는 결국 낙선했다. ‘2중대’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야권과 대립했고 ‘철새’라는 비판에도 출마를 강행한 터라 재기는 어려워졌다. 야권 표를 갉아먹어 새누리당 후보를 당선시켰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는 점, 야당 대선후보까지 지냈던 그가 야권 성향이 강한 관악을에서 낙선했다는 점 때문에 ‘정계은퇴’를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정 후보의 당선을 발판 삼아 총선까지 대안야당을 건설하겠다는 국민모임도 휘청거리게 됐다. 

정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며 “나는 패배했지만 여러분의 꿈은 패배하지 않았다며 “국민모임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광주 서구을의 천정배 후보의 당선으로 ‘대안야당’ 희망의 불씨는 남아있으나 ‘국민이 대안야당을 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