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사퇴 압박에 “나도 자부심 갖고 사는 사람”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청와대 비서실장, “돈 받지 않은 사람이 왜 내려가나”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퇴하라’는 요구에 대해 “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유로 사퇴를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1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국회 운영위는 청와대를 관할하는 국회 상임위원회다. 이날 운영위에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이병기 비서실장은 지난 4월 10일 공개된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된 8명 중 한 명이다. 이병기 실장은 “(리스트에) 제 이름이 오른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들에게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 실장은 사과는 하면서도 ‘사퇴’ 요구는 일축했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완구 총리는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고 나라의 누가 된다며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고 사퇴했다. 이병기 비서실장도 그렇게 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실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지만 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유로 사퇴를 말씀드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답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병기 실장은 지난 1년 동안 성 전 회장과 140여차례 통화했다. 이 실장은 “성 회장과는 30년 된 사이”라며 “(나는) 오는 전화는 다 받는다”고 설명했다.
야당 의원들이 이병기 실장에 대해 사퇴를 요구하는 이유는 권력 실세인 청와대 비서실장을 검찰이 수사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현직 비서실장으로서 막중한 권력을 가졌는데 검찰이 자유롭고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라며 “국민의 의구심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아무 거리낄 것이 없다면 깨끗하게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병기 실장은 “사법부가 판단할 것”이라며 “비서실장이라고 검찰이 조사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도, 현직 대통령 아들과 형님도 조사했다”고 반박했다.
이 실장은 또한 “나는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도 아니다. 혹시라도 필요하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며 “나도 자부심을 가지고 사는 사람인데, 리스트에 이름 석 자 올랐다고 해서 ‘나 사표 내겠다’고 말하는 것도 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수사를 지켜봐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찬열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 실장에게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 받은 적 있나”고 물었고 이 실장은 “전혀 받은 바 없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그럼 자리를 내려놓고 수사를 받으라”고 반박하자, 이 실장은 “전혀 받은 바 없는 사람이 왜 내려가나”라고 재반박했다.
▲ 4월 11일자 조선일보 1면 | ||
이날 운영위에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출석 여부도 논란이 됐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박근혜 정부가 ‘부패와의 전쟁’을 내세우며 추진한 사정 드라이브를 기획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야당은 민정수석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새누리당은 ‘관례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대통령 비서실장이 부재 중인 상황에서 국정 현안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업무적 특성이 있어 부득이 참석할 수 없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보냈다.
운영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성완종 리스트에 관련된 의문점을 해소해야 하기 위해 민정수석이
출석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제식 새누리당 의원은 “민정수석이 나와서 한 마디 하면 ‘수사가이드라인’ 준다고 뭐라 할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여야 간사가 계속 협의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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