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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에 취한 새누리당, 세월호·성완종 리스트 뭉개나

승리에 취한 새누리당, 세월호·성완종 리스트 뭉개나
[뉴스분석] 온갖 악재에도 정국 주도권, 여당으로… 김무성 “정쟁 그만두고 민심 챙기자”

4.29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은 승리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전패했다.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선거에서 승리한 만큼 정부여당이 앞으로 국정운영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29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광주를 제외한 3곳에서 당선됐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은 야권성향이 강한 관악을을 포함한 세 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에 밀렸고, 광주에서는 무소속 천정배 당선인에게 패했다. 

새누리당은 결코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선거 2주전 터진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병상에 누워 있던 ‘선거의 여왕’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승리한 셈이다. 유권자들은 ‘정권심판’을 내세운 새정치연합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의 국정운영 동력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우선, 유권자들이 야당의 정권심판론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성완종 리스트를 그대로 뭉개고, 노동시장 구조개혁‧공무원 연금 개혁 등을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는 것.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재보선 결과가 나온 직후 현안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부 3년차, 경제살리기에 더욱 매진하라는 격려의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또한 국민을 괴롭히는 정치 공세를 지양하고 국민의 삶을 얼어붙게 하는 투쟁 정치를 멈추라는 뼈아픈 질책”이라고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야권의 공세를 ‘투쟁 정치’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선거 승리를 ‘경제살리기’에 매진하라는 뜻으로 해석한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점을 강조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정개혁에 매진하겠다”며 “공무원 연금개혁이 특위 활동시한이 2일 남은 지금 야당 반대로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의미는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공무원 연금 개혁을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원유철 정책위의장 역시 “국민이 정치권에 주신 메시지는 정쟁을 중단하고 일하라, 국민의 뜻을 받들어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해 개혁과제와 민생에 박차를 가하라는 것”이라고 말했고, 서청원 최고위원은 “공무원 연금개혁을 성사시키고 통과시키는데 주력해주시고 노동시장 등 경제구조개혁에도 앞장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언론도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조선일보는 30일 1면 기사에서 “이번 선거 결과로 박근혜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촉발한 국무총리 부재 등의 위기 국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쟁점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다. 정부는 재보선 당일인 29일 논란이 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안을 발표했다.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위)는 그동안 특위나 유가족이 요구한 큰 틀은 놔둔 채 몇 개 단어만 바꿨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석태 특위 위원장은 농성 중이다. (관련 기사 : <세월호 특조위 “시행령, 수정된 것 없는 수정안”>)

이 수정안이 30일 차관회의와 다음달 6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시행된다. 재보선에서 승리한 정부가 이 수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특위 안을 수용해 수정안 발표했고 상당부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는 수준으로 반영됐다”며 “문제는 수정안에 대해 전면 철폐를 주장하고 야당 대표도 농성장을 방문해 전면철폐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종운 세월호 특위 상임위원은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여당의 승리로) 시행령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다들 우려하고 있다”며 “오늘 5시 반에 차관회의를 한다니 지켜봐야하고, 대통령이 무반응을 할지 반응을 할지 알 수 없으나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면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우려하고 있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재보선 결과가 나온 직후 브리핑에서 “선거 결과가 대통령 측근의 부정부패를 덮는 이유는 될 수 없다. 정부여당이 민심을 호도해 부정부패의 진상규명을 막아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 역시 “작은 승리에 도취해서 이번 대선자금 권력 부패 스캔들을 대충 덮고 넘어가려 한다면 앞으로의 승리는 국민들이 보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3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저희의 부족함에 대한 유권자들의 질책일 뿐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다”며 “만약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이 민심을 호도하면서 불법 정치자금과 경선 및 대선자금 관련 부정부패를 덮으려하거나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가로막으려고 한다면 우리 당은 야당답게 더욱 강력하고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이 재보선을 계기로 국정운영을 밀어붙일 경우 반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정치권 내의 흐름은 이제 여당 주도로 갈 수밖에 없지만 4곳의 재보선 승리를 이유로 ‘야당의 정권심판론을 국민이 심판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고 무리한 해석”이라며 “재보선 패배의 책임은 야당이 지겠지만 여러 정책들을 추진하고 성공시켜야할 정부여당의 책임까지 야당으로 넘어갈 순 없다. 여당이 독주할 경우 저항과 역풍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영일 평론가는 “김무성 대표가 이런 점을 의식할 것”이라 내다봤다. ‘성완종 사면 논란’을 적극 활용했던 김무성 대표는 재보선이 승리하자 “정쟁을 그만하고 여야가 민생을 챙기자”고 제안했다. 최영일 평론가는 “김무성 대표가 민심을 다각도로 고려하면서 재보선의 의미를 과잉해석해 야당을 크게 압박하지 않고 노련하게 정국을 주도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