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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덕분에 북한 주민들 송이버섯 먹는다?

대북제재 덕분에 북한 주민들 송이버섯 먹는다?

5.24 조치 5년, “교역 중단, 실효성 없는 자승자박 덫에 빠졌다” 비판도

5·24 조치 덕분에 북한 주민들이 송이버섯을 먹을 수 있게 됐다?

다소 황당한 소리처럼 들리지만 지난 5년 간 이어진 ‘5·24 조치’(대북제재 조치)가 효과 있다는 근거 중 하나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5·24 조치 5년’ 평가 토론회에서 “5·24 조치 이후에 북한이 송이버섯을 시장에 내다팔기 시작했고 따라서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이 5·24 조치 덕분에 나아졌다는 분석을 본 적이 있다”며 “5·24로 북한에 변화가 온 셈”이라고 말했다. 

5·24 조치 이전에는 북한이 송이버섯을 한국이나 일본에 팔았지만 5·24 조치 이후 팔지 못한 송이버섯을 장마당에 내놓게 됐다는 설명이다. 제 교수는 “남북교류나 대북지원이 안 되니 자구책의 일원으로 북한에 장마당이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5·24 조치로 북한 시장화가 확산됐고, 북한을 변화시켰다는 주장은 5·24 조치를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을 뒷받침한다. 

5·24 조치란 이명박 정부가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같은 해 5월 24일 내놓은 대북제재 조치를 뜻한다. 방북 불허, 남북 교역 중단, 대북 지원사업의 보류 등이 골자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입장 변화가 있어야 5·24 조치를 해제하겠다고 하지만 북한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남북관계는 풀리지 않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5·24 조치로 북한이 시장에 의존하게 만드는 직‧간접적인 효과도 있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까지 감안하면 5·24 조치는 역대 대북정책 중에 평가할 만한 정책”이라며 “지금 5·24 조치를 해제한다는 것은 잘된 정책을 해체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21일 오전 국회에서 ‘5.24 조치 5년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이에 대해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의 시장화가 5·24 조치의 효과일까”라며 “북한 내부, 대외적 조건과 환경, 필요성으로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시장화이지 시장화 확산을 5·24 조치 효과로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김 교수는 “5·24 조치로 한국이 자승자박의 덫에 빠졌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해놓고 우리가 꼼짝 달싹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김 교수는 “5·24 조치는 실효성이 없다. 북한을 아프게 하고 북한을 굴복시키고 사과를 얻어내기 위한 조치였으나 북한은 아프지도, 사과하지도 굴복하지도 않았다”며 “애꿎은 남북교역 업체와 임가공 업체만 타격을 봤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한 5·24 조치 이후 북한 경제는 오히려 호전 국면에 들어섰고, 남북교역에 비해 북중교역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한국은행의 북한 총생산 추정치는 2011년 0.8%, 2012년 1.3%, 2013년 1.1%로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김 교수는 “외교정책이란 자신의 주장이 먹히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퇴로를 열어놓는 것이 기본인데 5·24 조치는 그런 대비가 전혀 없는 조치”라며 “박근혜 정부 들어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5·24 조치가 덫이 되어 남북이 서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5·24 조치가 남북관계 원칙을 수립했다고 평가하는 반론도 있다. 유호열 교수는 “5·24 조치의 목표는 남북관계에 있어 원칙을 정립한다는 것이며, 이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주장은 정책 외적인 부분, 정치적이고 선전선동 차원에서의 평가 아닌가”라며 “원칙을 정립하는 것이 퍼주기 식으로 잘못 길들이기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낫다”고 주장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5·24 조치는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의 기본 책무에 기초한 것으로 천안함 폭침으로 46명이 희생당한 것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넘어간다면 이는 무능한 정부”라며 “햇볕정책의 후유증으로 ‘도발-보상-협상-또 다시 도발’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원칙을 견제하고 사회경제적인 면에서 유연성을 발휘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2014년 1월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론’을 언급하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YTN 방송 갈무리
 

이어 그는 “남북관계가 안 풀리는 것은 대남도발 강경책 때문이지 5·24 때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근식 교수는 “대북 봉쇄압박 정책과 5·24 조치를 혼동하면 안 된다. 5·24 정책이 표방했던 목적과 목표에 비해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영윤 경실련 통일협회 이사는 “5·24의 효용성에 대한 주장을 보니 북한을 조금이라도 어렵게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다 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5·24 조치가 북한을 압박하는 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론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5·24 이후’의 해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근식 교수는 현실적인 해법으로 우회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미 있는 선조치 없이 5·24 조치를 공식 철회하기는 어렵지만 지혜로운 우회는 가능하다”는 것.

김 교수는 “5·24 조치를 선반에 올려놓은 채 먼지가 쌓이게 내버려두고, 실제로 통일부에서 5·24 조치와 상반되는 여러 교류와 방북을 승인해주면 된다”며 “이후 신뢰의 정도에 더해 정치군사 의제를 논의하면서 외교적 사과를 도출하고 이를 명분으로 5·24 조치를 완전 해제하는 수순이 현실적”이라 설명했다.

반면 김영윤 경실련 통일협회 이사는 “상대가 우리 메시지를 믿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식으로 하면 호응하겠나. 선명하고 분명한 조치가 있어야하며, 최고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우회전략이 아닌 ‘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풀리지 않는 5·24 조치보다 더 답답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원칙론’이다. 그 원칙 중 하나가 ‘비공개 접촉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비공개 접촉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남북관계가 풀릴 창 하나가 닫혀버렸다.

김근식 교수는 “남북관계에서 비공개접촉을 안 하는 것은 무식한 짓이고 쓸데없는 고집”이라며 “대통령이 비공개를 비공식으로 착각하는 것 같은데, 비공개도 ‘공식’ 회담”이다. 비공개 회담을 해야 북한의 속내를 알 수 있다. 무모한 고집을 꺾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는 북한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남중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5·24 의 목적은 남북관계의 규칙을 만들자는 것이었고 이 부분에 대해 북한에 확실히 인식시켰다고 평가한다”며 “통일부도 남북관계 경색을 우려해 민간단체의 교류, 인도적 지원은 99% 승인하고 있다. 오히려 북한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비판보다 북의 태도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