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빈곤율 48%, ‘국민연금 강화’로 해결할 수 있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의 함정…“‘사각지대’ 해소 위해 기초연금 강화해야”
여야가 합의했으나 청와대의 개입으로 파기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이를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보다 기초노령연금을 강화하는 것이 ‘공적연금 강화’의 목적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20일 오후 녹색당 주최로 열린 좌담회에서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린다고 해도 그 효과를 누가 보나. 인상 효과는 한참 뒤에 발생하는데, 현재 노인의 절반이 빈곤상태로, 올려봤자 빈곤노인한테는 아무 영향을 못 미친다”며 “현재 성인 3000만명 중 1650만 명이 연금보험료를 내지 않으므로 이들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가 넓다는 것.
![]() |
||
▲ 5월 20일 녹색당 주최로 열린 ‘노인빈곤해소를 위한 올바른 대안은’ 좌담회. 사진=조윤호 기자 | ||
오 위원장은 국민연금의 두 가지 단점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세대 간 재정 부담의 형평성이다. 오 위원장은 “국민연금은 후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몫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점은 세대 내 역진효과다. 오 위원장은 “국민연금은 냉혹하다. 안 내면 얄쨜 없다”며 “성인의 절반이 연금의 외부자다. 제도의 내부자는 혜택을 보지만 노동시장 주변부에 있던 이들은 국민연금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자한테는 복지제도지만 전체 국민의 눈에서 보면 반복지”라며 “최상위 계층도 낸 거보다 더 많이 가져가므로 더 나은 계층에서 노후 복지를 제공하고 외부자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후세대를 담보로 우리 세대 내에서 역진적인 분배가 이루어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기초노령연금에겐 국민연금의 단점들이 없다. 기초 연금은 당해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고 당해 이를 지급하는 체계다. 후세대에게 재정 부담을 넘기지 않는다는 것. 오 위원장은 “노인 수가 늘어남에 따라 연도별로 재정이 늘어나고, 늘어나는 만큼 조세로 부담한다. 그 해의 고령화, 그 해의 노인 수 증가만큼 그 해가 재정을 책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
||
▲ 국민연금 가입 실태(2013년 12월 기준) 오건호 위원장 발제문 발췌. | ||
사각지대도 적다. 국민 연금은 제도 내부자와 외부자를 나누고 전자에게만 혜택을 제공하지만 기초연금은 대한민국 노인 모두에게 적용된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부모님이 무연금, 국민연금가입자가 아니다. 그런데 기초연금 32만원(각 16만원)은 받는다”며 “노인세대의 66%, 3분의 2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에서 올리는 것은 이 3분의 2 노인들과 무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상대빈곤율)은 2013년 기준 48.1%다. 빈곤율의 추세는 2006년 42.8%, 2013년 48.1%로 상승세다.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가처분소득으로 살아가는 절대빈곤 노인인구의 비율이 35.6%(2013년 기준)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반면 국민연금을 지급받는 노인비율은 전체 노인인구의 34.8%에 불과하다.
하 위원장은 “65세 노인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높아지지만 2013년 현재 60세 이상 임금노동자의 월 급여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80.7% 수준으로 저임금에 머무른다. 나이가 들수록 임금노동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노인빈곤 해소는 시장소득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적연금 강화 논의의 1차 정책 목표는 노인빈곤 해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기초연금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지난 2월 70대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이 단칸방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기초생활수급비와 기초연금을 모두 받고 있었으나 49만 9290원의 정부 지원금 중 30만원은 의료비로 지출했다”며 “기초연금 외에 사적부조, 공적연금이나 사적연금 등 다른 기타 소득이 없는 노인이 기초연금만으로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소득대체율 50%’에 고집할 것이 아니라 공적연금 강화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건호 위원장은 “정부여당이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공적연금 강화라는 의제를 야당과 공무원노조 등이 공론화시킨 셈”이라며 “소득대체율 50%를 명시 안 하면 패배한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이후 공적연금 강화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의 글 > 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여대 총학생회 현수막 철거가 정치적 중립이라고 (0) | 2015.05.24 |
---|---|
대북제재 덕분에 북한 주민들 송이버섯 먹는다? (0) | 2015.05.24 |
케리 장관 사드 배치 “한국 돈으로 사라는 것” (0) | 2015.05.24 |
“광고영업으로 취재 방해 받았다” 10.7% (0) | 2015.05.24 |
“다 경력직만 뽑으면 난 어디서 경력을 쌓나” (0) | 2015.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