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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쏟아지는데 교육부는 “잘 만들면 될 거 아닌가”

우려 쏟아지는데 교육부는 “잘 만들면 될 거 아닌가” 

‘정권 바뀌면 교과서 바뀐다’ 지적에 “국민이 보고 있기에 그럴 일 없다”

정부는 당초 5일로 예정됐던 국정화 확정고시를 이틀 앞당겨 3일 발표했다. 나아가 여론수렴기간 중이던 2일, 확정고시를 3일에 발표하겠다고 밝혀 의견수렴이 요식행위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실제 교육부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행정예고 의견 검토결과’에는 다소 황당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국정화 논리들이 가득해 이런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3일 확정고시를 발표하며 “(행정예고 기간에) 제출된 의견에 대한 검토결과는 교육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그 건의내용은 교과서 개발에 잘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발표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행정예고 기간에 충분한 의견검토를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황 부총리의 확정고시 발표 이후 교육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행정예고 의견 검토결과’를 보면 반대의견에 대한 엉뚱한 답변이 여럿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정화 전환으로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비판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에 대한 답변이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일본은 검정 교과서를 채택하고 있으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된 해석으로 인해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국가의 책임 하에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여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쓰여질 것”이라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 없는 서술을 통해 학생들이 주변국의 역사왜곡에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화 이후 일본 역사왜곡에 대한 비판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는 기존 역사 서술을 부정하며 올바른 역사를 강조하는 아베 정권의 태도와 한국 정부의 ‘올바른 역사교과서’ 추진논리가 닮아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지난해 1월 미국 뉴욕타임즈 인터네셔널판에 실린 사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반영하기 위해 고교 역사 교과서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90%가 좌편향됐다”며 일본의 역사왜곡 등에 교육부와 함께 공동 대응하고 논리를 개발하던 학자들을 적으로 돌리면서 일본의 역사왜곡 대응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런 비판에 교육부는 교과서를 잘 만들면 학생들이 역사왜곡에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 교육부가 고시한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 행정예고 의견 검토결과’ 중 발췌
 

국정화가 획일적 역사인식을 강요해 사고의 다양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앞으로는 맥락과 이해 중심의 내용 구성과 토론과 탐구 수업 등 살아있는 역사교육 구현이 가능한 교과서를 개발하여 학생들이 다양한 사고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가가 하나의 역사관을 강요할 수 있다는 지적에 ‘교과서를 잘 만들면 된다’는 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국정화가 UN의 역사교육에 대한 권고에 반한다는 의견에 대한 답변도 유사했다. UN은 “역사교육은 비판적 사고, 분석적 학습과 토론을 길러주어야 하고 역사의 복잡성을 강조함으로써 비교사적이고 다양한 시각을 인정하는 접근법을 가능케 해야 한다”며 “다양한 출판사에서 나오는 다양한 교과서들이 승인됨으로써 교사들이 그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가 UN 권고의 취지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며 “새로운 교과서에서는 단원별로 다수의 집필진들을 배치하여 상호 검증 여건을 마련함과 동시에 다양한 내용을 풍부하게 집필할 계획이다. 토론이나 탐구수업이 가능한 살아있는 역사수업이 가능하도록 학생활동 중심의 교과서를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다양한 시각을 인정하려면 검인정이 바람직하다는 권고안에 대해 ‘국정교과서를 잘 만들면 된다’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국정화가 되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내용을 전면 수정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권 교체에 따라 교과서가 바뀌는 파행을 우려한 문제제기다. 교육부는 “정권 교체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헌법 정신과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질 좋은 교과서를 개발할 것”이라며 “국민이 보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 내용이 정권 교체 시마다 전면 수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답변을 내놓는다.

   
▲ 교육부가 고시한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 행정예고 의견 검토결과’ 중 발췌
 

교육부의 의견 검토문에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하는 답변이 많았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에 “역사 왜곡이나 미화는 절대 있을 수 없다”며 “현대와 같이 인터넷이 보편화되어 실시간으로 내용의 사실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시대에 한국사 서술의 표준이 되는 역사교과서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의도적으로 정권을 미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성숙한 우리 사회가 이를(친일독재미화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황교안 총리의 논리와 비슷하다.

또한 국정교과서가 후진 독재국가에서나 채택하는 제도라는 의견에는 “우리나라는 남북 분단 등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역사적 해석에 있어 이념 간 견해 차이가 해소되지 않아 국론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또한 “OECD 국가들 중에 터키, 그리스 등이 국가 발행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가 행정예고기간 동안 의견을 접수한 결과 반대의견이 찬성의견에 비해 2배 이상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3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중등 역사(한국사) 구분 고시 행정예고 의견 수합 현황’에 따르면, 의견을 낸 47만 3880명 중 반대의견을 제출한 인원은 32만 1075명으로 전체의 67.75%에 달했다. 반면 찬성의견을 제출한 인원은 15만 2805명으로 전체의 32.24%에 그쳤다.

반대의견이 훨씬 더 많은데도 교육부는 각종 반대의견을 ‘미수용’ 처리했다. 반면 국정화에 찬성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수용’처리했다. 애초에 행정예고 등의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교육부가 고시한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 행정예고 의견 검토결과’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