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노원에선 “국회의원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
탈당 후 소통 행보 시작했지만 지역구 냉랭한 민심… “민주당 텃밭? 이번엔 여당 될 수도” |
“당신 같으면 다시 찍겄어?”
안철수 의원이 다시 출마하면 뽑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상계중앙시장 상인회장인 임종석씨가 이렇게 대답했다. 탈당과 신당 창당 선언으로 다시 몸값이 높아진 안철수 의원에 대한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 미디어오늘이 그의 지역구 노원(병)을 찾았다.
안 의원은 지난 21일 창당을 선언한 이후 정권교체를 약속했다. 하지만 안 의원이 가장 먼저 넘어야할 산은 야권분열론도 새정치연합도 새누리당도 아닌 ‘지역구’다. 최근 노원병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정치신인인 새누리당의 이준석씨에게도 지거나 경합을 벌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이 2013년 재보궐선거에서 60.46%의 압도적인 표로 당선된 것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다. 통합진보당, 정의당에서도 후보가 나와 야권의 표가 갈렸음에도 32.78%를 기록한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를 가볍게 눌렀다. 기자가 만난 노원병 지역 주민들은 하나같이 안철수 의원이 당선된 이후 지역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상계중앙시장. 사진=조윤호 기자 | ||
상계중앙시장 회장을 맡고 있는 임종석(남)씨는 기자임을 밝히자 할 말이 많다는 듯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임씨는 안철수 의원에 대한 의견을 묻자 “국회의원인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임씨의 막내아들이 2013년 재보궐 때 안철수 선거운동원을 했을 정도로 안 의원과 밀접한 관계였으나, 임씨는 이제 안 의원을 지지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유는 “상인회에 오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임씨는 “3년 동안 시장에서 행사할 때 딱 한 번 왔다. 몇 년 동안 불렀는데 지난 추석에 딱 한 번 왔다”며 “이 지역에 대해서 일을 안 한다. 자기 출세 때문에 당에 가서 일하지 여기 와서 일 하는 걸 못 봤고, 그래서 상인들은 다 불만이다”라고 토로했다.
안 의원을 지지한다는 사람들도 지역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상계2동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30대 박아무개(남)씨는 기자에게 “안철수 의원을 좋아하고, 또 뽑을 거다”라고 말했다. 그런 박씨도 “안철수 의원이 지역에 자주 오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게 문제”라고 고개를 저었다. 박씨는 “국회의원이 한 번 되고 나면 끝이다. 지역에서 잘 보였으면 이번에도 됐을 텐데. 중앙에서 노느라…”라고 말을 흐렸다.
안 의원은 지난 14일 상계주공10단지 아파트에 있는 경로당을 찾아 ‘효사랑 나눔축제’에 참석하고 지역구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13일 탈당 기자회견을 한 직후의 행보였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탈당 이후 지역구민들과 직접 만나는 행보를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안 의원의 방문한지 일주일 뒤인 21일 기자가 같은 경로당을 찾았다. 경로당 노인회장을 맡고 있는 83세 최정림(여)씨는 “안철수가 오면서 박카스 한 병 안 사왔다”며 “93세, 94세 할머니 두 분에게 건강하라고 인사만 하고 금방 떠났다. 5분 정도 있다 가는데 밖에 나가서 사진 한 번 찍고 가더라”고 말했다. 최씨는 또한 “여기서 국회의원 된 건데, 노원구에서 보질 못했다. 국회의원 되고 나서 오질 않는다”며 “그러다보니 여기 노인들도 안철수에 대해 좋게 이야기 안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에서 보이지 않았다는 말이 안 의원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다. 안 의원은 당선 이후 한 달에 한 번 지역 초등학교와 정책카페, 구청 및 복지관 등에서 ‘노원 콘서트’를 진행했다. 안 의원과 지역구민들이 만나는 자리다. ‘지역에서 보이지 않았다’는 말은 안철수 의원이 진짜 지역에 오지 않았다기보다 대선 주자급 정치인이라 기대했음에도 기억에 남는 활동이 없다는 뜻에 가깝다.
▲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안철수 의원 사무실 ‘안철수의 정책카페’. 사진=안철수 의원 홈페이지. | ||
지역구 의원이 꼭 지역을 챙겨야한다는 법도 없고 또 지역구 챙기기가 과도하면 구태에 가까워진다. ‘지역에서 잘 안 보인다’는 말은 새정치를 내건 안 의원이 지역을 잘 챙기지 않으면서도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실망감의 표현이다.
상계주공아파트 14단지에 살고 있는 27세 대학원생 최아무개(여)씨는 “안철수가 지역사회에 이익이 됐다거나, 그렇다고 딱히 선을 그은 일도 없던 것 같다. 동네에서 자주 나타나는 것이 큰 의미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상계주공아파트 9단지에 살고 있는 27세 직장인 유아무개(남)씨는 “안철수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단을 못할 정도로 뭘 했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신당 창당하겠다는 뉴스만 봤고 지역구에서 뭘 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기억에 남는 것도 없고 주공7단지에 안철수 카페인가 그런 것이 생겼다는 것만 안다. 근데 거기서 뭘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주민들은 안 의원의 이런 행보를 노원구가 ‘새정치민주연합 텃밭’이라는 점의 연속선상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상인회장 임종석씨는 “이 지역을 위해 한 게 하나라도 있으면 내가 찍어주라고 여기저기 선동이라도 하겠다. 근데 지역에서 한 게 없으니 있으나마나한 국회의원 아닌가”라며 “여기는 새누리당 의원이 없다. 구청장부터 시의원, 구의원 다 새정치연합”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이어 “내가 여기 상인회장한 지 6년이 됐는데 시장에 화장실도 없고 주차장도 없다. 의원들한테 수차례 이야기했는데도 안 생겨서 오죽하면 내가 창고 뒤에 화장실을 만들어놨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임씨의 말대로 상계중앙시장 안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기자도 취재 중 농협 안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했다. 주차장이 없어 곳곳에서 이중주차 해놓은 차들이 눈에 띠었다.
임씨는 “주차장이 없어서 이중 주차하는데 구청은 교통 딱지만 떼 간다. 1만 원 어치 사러왔다가 4만 원짜리 딱지가 떼이면 누가 여길 오겠냐”라며 “손님들도 떨어진다. 텃밭이라고 생각해서 안심하는 모양인데, 이런 작은 것부터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선거운동을 했던 임씨의 막내아들은 현재 새누리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임씨는 안 의원의 활동에 실망한 탓이 크다고 했다.
중앙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40대 A(남)씨도 “여긴 민주당 텃밭이다. 저번에 홍정욱이 한 번 한 거 빼고는 쭉 민주당이었다”며 “그래서 그런지 행사 때 안철수 의원이 잘 안 보인다. 1~2번 밖에 안 왔는데, 텃밭이라고 생각하니 그렇겠지”리고 말했다.
안 의원의 재선 여부에 대해선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지역구민들의 생각은 복잡해보였다. 대학원생 최아무개씨는 “애초에 국회의원 될 용도로 지역에 발을 담근 것이라 생각했다. 안철수하면 새정치라는 이미지가 있으니 허상이라도 그냥 그걸 바라는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들이 뽑은 것”이라며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직장인 유아무개씨도 “또 뽑을 것 같다. 어이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선에 나갈 것 같고 혹시 될 수도 있지 않나”라며 “당을 만들지 않았는데도 지지율이 16% 이렇게 나오더라. 노원구 출신으로 대선에 나가면 왠지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서울에서 베드타운 정도로 인식되는 노원의 이름이 많이 오르내릴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 후보가 될 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있었다. 분식집 주인 A씨는 “여기가 민주당 텃밭인데 저번에 새누리당 표가 꽤 많이 나왔다. 이번에 여당에서 괜찮은 사람이 나오면 정말 될 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83세의 최정림 할머니는 10여 분 간 안철수 의원에 대해 비판하다가 나지막이 물었다. “근데 왜 안철수와 문재인은 그렇게 싸운대? 하나로 합쳐서 잘해야지” 기자는 “그러게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최 할머니는 기자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새누리당은 누가 나온대?” 31세의 이준석씨가 유력하다고 답했다. 최 할머니는 “서른하나? 너무 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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