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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남자’ 안철수, 다음주 일요일에 또?

‘일요일의 남자’ 안철수,  다음주 일요일에 또?
안철수의 기자회견, 오후 3시에서 일요일 오전으로…“주목도 끌면서 지지율 유지하는 전략”

새정치민주연합을 나와 신당창당을 선언한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시간으로 ‘일요일 오전’을 선택하고 있다. 기사거리가 많이 없는 일요일을 선택해 여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 27일 일요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정당의 지향을 ‘합리적 개혁노선’으로 규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한 지 2주 만에 신당의 밑그림을 제시한 셈이다. (관련 기사 : <안철수 “신당은 합리적 개혁노선, 30~40대 인재 찾겠다”>)

안 의원의 새정치연합 탈당 기자회견은 지난 13일 일요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진행됐다. 안 의원은 일주일 전인 12월 6일 기자회견에서는 “나와 함께 우리 당을 바꿔나갈 생각이 없다면 분명히 말해달라. 이제 더 이상 어떤 제안도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고, 묻지도 않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표에게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했다.  

최후통첩 1주일 전인 11월 29일 일요일 오전, 안철수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문-안-박 공동지도체제를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3주 연속으로 일요일을 선택했다. 이처럼 안 의원은 ‘일요일의 법칙’이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일요일 오전 기자회견을 선호한다.

안 의원은 탈당 국면 이전에 혁신에 대한 입장을 밝힐 때도 일요일을 선택했다.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 혁신의 큰 그림을 처음 제시한 것은 지난 9월 6일 일요일 오전 10시 반 기자회견이었다. 안 의원은 “낡은 진보 청산이나 당 부패 척결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 당 혁신의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이 혁신의 구체적 방안이라 할 수 있는 당내 부패척결 방안을 밝힌 것도 9월 20일 일요일 오전 10시였다. ‘낡은 진보 청산 방안’도 10월 11일 일요일 오전 11시 반에 발표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안 의원이 민주통합당과의 합당을 발표한 2014년 3월 2일도 일요일이었다. 

지난 대선 때만 해도 안 의원의 기자회견은 ‘오후 3시 법칙’을 따랐다. 안 의원은 2012년 9월 19일 오후 3시에 대선출마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9월 13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면담한 시간은 오후 3시 50분이었고, 안철수 의원의 대변인이었던 금태섭 변호사가 정준길 새누리당 의원이 안철수 의원의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폭로를 했던 것도 9월 6일 오후 3시였다.

이를 두고 당시에는 안 의원 측의 발언이나 입장 발표가 안랩 등 테마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에만 해도 안 의원이 입장 발표를 할 때마다 안철수 테마주들이 요동쳤다. 따라서 당일 주식시장에 미치는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식시장 장 마감인 3시 이후에 기자회견을 애용했다는 해석이다.

언론 보도를 고려하면 ‘일요일의 법칙’과 ‘오후 3시 법칙’의 차이가 보인다. 지난 대선 국면 때는 안철수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불필요한 논란이나 추측성 보도도 많았다. 많은 언론사들의 지면 마감 시간이 오후 5시~6시라는 점에서 오후 3시가 넘어 입장을 발표할 경우 언론사들은 추측 및 해설, 전망 기사까지 쓸 시간이 부족하다. 안 의원이 밝힌 입장에서 더 나아가는 기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후 3시’를 활용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일요일 오전에 기자회견을 할 경우 온라인, 오프라인 매체를 가리지 않고 보도할 시간이 충분하다. 기자 입장에서 일요일에는 기사거리가 많지 않은 데다 월요일 지면에 추측, 해설, 전망기사까지 배치할 시간도 충분하다. 월요일은 한 주의 시작이라 월요일 기사들에 뉴스의 주목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일요일에 기자회견을 하면 토요일이 준비할 시간으로 남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안 의원 측은 지난 12월 11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13일에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고, 13일 기자회견을 했다. 그 사이 문재인 대표가 안 의원의 자택을 찾아가면서 언론의 관심이 안 의원의 행보에 집중됐고 토요일부터 안 의원이 탈당을 할 것이라는, 측근들의 입을 빌린 기사들이 쏟아졌다.

안철수 의원 측의 한 관계자 역시 “일요일 기자회견이 우연일 때도 있고, 기사 쓰는 기자들 입장에서 일요일이 좋을 것이라 판단해서 그렇게 정하는 것도 있다”며 “또 일요일엔 국회 정론관이 붐비지도 않고, 하루 정도 쉬는 토요일이 있어 준비할 여유도 있기에 일요일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오후 3시 법칙’의 ‘일요일의 법칙’으로의 변화는 안철수 의원의 정치인으로서의 위상 변화를 반영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과거의 안 의원이 입만 열면 기사가 되는 터라 과도한 추측기사를 방지해야할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언론 보도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는 뜻이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매주 일요일 오전 시간에 방송 출연을 해서 종편이나 보도채널 시청률을 보고 있는데, 탈당 선언 이후 일요일마다 반복되는 안철수 의원의 행보에 대한 주목도가 증폭되고 있다”며 “일요일 기자회견은 당 조직을 갖고 있는 문재인 대표와 경쟁하면서 신당을 만들어야하는 안 의원 입장에서 대중의 주목도를 끌며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최영일 평론가는 또한 “신당이라는 실체가 나타나기 전까지 안 의원이 대중의 주목도를 유지하는 방법은 스스로 카메라에 서는 것과 탈당 선언이 이어지는 것뿐이다. 당 조직이 갖춰질 때까지는 이런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며 “다만 안 의원이 매주 반복하는 이야기가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면서 반복되면 식상함을 주게 되고 ‘일요일 법칙’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