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역사 교과서까지 바꿀까
‘불가역적 해결’ 문구로 논란 자초… 국정 교과서에 명시할 경우 정부 공식 입장으로 확정 자충추
지난해 말 타결된 한일 간 위안부 관련 합의를 두고 이번 합의가 국정교과서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서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월 28일 한일 양국은 위안부 문제 관련 합의안을 공개했다. 일본정부의 책임 통감, 아베 총리의 사과 표명,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피해자 지원 재단에 일본정부가 자금을 내고 양국이 협력해 사업을 한다는 내용 등이 골자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을 중심으로 이번 합의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일본 정부의 책임이 ‘법적’ 책임이 아니라는 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논의 없이 합의했다는 점 등이 문제로 꼽힌다.
가장 큰 문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이라고 명시해 향후 추가적인 문제제기나 재론의 여지를 막았다는 것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입장에서는 위안부 문제가 잊혀질 것이라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합의가 위안부에 대한 교과서 서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안부 관련 서술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개정교육과정은 징병, 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중학교 역사 과목의 학습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에도 전시 수탈 및 일본군 위안부를 학습요소로 규정한다.
문제는 서술의 방향과 내용이다. 국정교과서가 한일 양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정리된 사안으로 합의했다는 식으로 기술할 경우 자칫 위안부 문제가 이미 논란이 다 끝나고 책임을 다한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
국정교과서는 저작권은 물론 집필 권한까지 국가가 행사하기에 국가 간 합의에 반하는 피해 할머니들의 목소리 등이 교과서에 서술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정교과서’라는 점에서 일본이 교과서 내용에 시비를 걸 수도 있고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검인정 교과서에 위안부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일본이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거나 피해 할머니들이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 실린다면 정부는 ‘출판사가 만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정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실린다면 일본이 “국정교과서니까 정부의 공식 입장이냐”고 항의할 수 있다.
실제 일본은 다른 나라의 역사교과서에 수정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1월 18일 일본 외무성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와 근교 공립 고교에서 사용하는 세계사 교과서에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관련 서술이 있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관련기사 : <세계사도 국정화… 외교문제 비화되면 대통령 책임질건가>
정부가 국정교과서 집필을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점이 이런 우려를 더하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집필진 47명을 최종 확정했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집필진은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뿐이다. 언론에 의해 집필을 맡은 상업 교사가 공개되자 교사가 바로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2013년 논란이 된 교학사 교과서는 “한국인 위안부는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기술했다가 수정 권고를 받았다. 이런 서술을 통해 교학사 교과서가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각시키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런 서술을 한 교학사 교과서 필진이 국정교과서 집필진에 포함됐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국정교과서 비공개 집필진은 위안부 관련 서술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천재교육 교과서 집필진인 신주백 연세대 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는 “독일이 폴란드와 수교한 이후에도 폴란드 교과서는 독일의 나치에 대해 서술했다. 국가 간 합의에 따라 교과서 서술이 결정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한 “국정교과서다보니 정부에서 서술에 개입할 우려가 나오는 것 같다. 그것이 바로 국정의 문제”라며 “이번 합의를 근거로 교과서 서술을 바꾸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위안부 문제를 역사적으로 해결하고 싶었는지, 아니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합의해서 넘어가려 했는지 그 본심이 드러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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