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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나가 평양랭면 먹지 마라? 실효성 있나?

외국 나가 평양랭면 먹지 마라? 실효성 있나?

"'해외 북한 식당이 외화벌이 수단" 개성공단 폐쇄 이어 실효성 없는 엄포 남발… 경제제재, 중국·러시아 협력 없인 어려워

개성공단 가동중단은 시작일까 끝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개성공단 가동중단이 대북제재 조치의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도 없이 “이제 시작”을 언급한 것이 결과적으로 정부의 선택지를 제한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지금부터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폐기하고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전략적 인내’와 같은 대북제재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박 대통령은 “이제 기존의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 정권의 핵개발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고, 북한의 핵 능력만 고도화시켜서 결국 한반도에 파국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졌다. 이제 더 이상 북한의 기만과 위협에 끌려 다닐 수는 없으며, 과거처럼 북한의 도발에 굴복하여 퍼주기식 지원을 하는 일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효과적인 대북제재 조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남북 간 교류협력이 중단됐고 북한은 개성공단 중단조치에 군 통신선과 연락망까지 끊어버렸다. 개성공단 전면중단이 대북제재의 ‘시작’이 아니라 ‘끝’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방향은 정해져 있다. 북으로 유입되는 현금 차단이다. 정부가 내세운 개성공단 중단의 이유는 개성공단 자금이 노동당 지도부로 가고, 핵과 미사일 개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방법이다. 당장 거론되는 현금 차단 조치들은 해상에서의 무역 제재, 국경 봉쇄, 북한 근로자의 해외파견 제한, 최근 미국 상원에서 통과된 세컨더리 보이콧 등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 거래하는 자국 기업뿐 아니라 제3국 기업까지 제재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이 모든 조치들은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고 특히 중국, 러시아의 협조가 없이는 사실상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해상봉쇄의 경우 북한은 이면이 바다로 동쪽을 봉쇄하려면 미국, 일본, 러시아가 동참해줘야 하고 서쪽을 봉쇄하려면 중국이 동참해야 한다. 국경통제도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나아가 해상이나 국경 봉쇄에는 군인들이 동원돼야 하는데, 직접적인 군사도발이 아닌 핵실험 장거리 로켓발사 등에 대해서는 유엔안보리에서도 군사적 옵션, 제재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또한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근로자가 6만 명인데 중국, 러시아에 5만 명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 북한전문가는 “한국 기업 중에 중국 기업을 통해 북한과 교역하는 곳이 많이 있다고 한다.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 같은 경우도 금지돼 있지만 중국을 통해 하고 있다”며 “결국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처럼 실효성을 거두려면 이처럼 북한과 교역하는 한국기업 사이에 낀 중국기업들을 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문가는 “하지만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미국도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에 중국 기업을 포함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한국이 이를 시도하려면 한중관계를 걸고 해야 한다”며 “사드배치보다 더 큰 갈등의 소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추진하면서 중국, 러시아는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한국이 사드를 배치할 경우 국가지위에 막중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한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통일부 관계자는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쉽게 답할 내용은 아니다. 적절한 시점에 정부 입장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와중에 정부가 내놓은 첫 번째 후속조치는 ‘해외 북한 식당 이용 자제’ 조치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국민 여러분께서는 북한에 자금이 들어가는 여타한 행위를 자제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북한이 해외에서 운영 중인 해외식당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외교부는 재외공관을 통해 북한 식당 이용 자제를 권고했다.

언론도 대대적으로 해외 북한 식당이 북한 당국의 자금처라고 보도하고 있다. KBS는 지난 13일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는 최근 해외에 집중 설립 중인 북한 식당”이라며 “캄보디아를 비롯, 전 세계 130여 곳의 북한 식당이 평양에 보내는 '충성자금'은 해마다 3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YTN은 17일 “음식점 운영에서 거둔 수익금 가운데 해마다 북한으로 송금되는 돈이 3천만 달러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시킨 우리 정부에게 북한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이들 음식점도 예외일 수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도 북한 식당 이용이 남북교류협력법상 사전 접촉신고 대상이 아니며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 걸쳐 있는 식당을 하나하나 제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중국에 있는 북한 식당의 경우 주인은 중국인데 종업원이 북한 사람들인 경우도 많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공무원들이 공금으로 해외 식당에 가는 건 실효성을 떠나 자제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일반 국민들에게도 가급적 가지 말라고 할 수는 있지만 불법을 하는 것도 아닌데 강제할 방법이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5.24 조치 이후 북한 식당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권고는 수차례 걸쳐 했다.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뜻이다.

결 국 대통령이 후속조치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성공단이 시작”이라며 말 폭탄만 던지고 있는 비판이 나온다. 양무진 교수는 “얼마나 마땅한 게 없으면 해외식당 권고 조치를 (후속조치로) 내놓겠나.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려면 적어도 5~6개 정책 정도는 마련해놓고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대통령이 저 정도까지 이야기하려면 북한을 아프게 할 수 있는 지렛대를 가진 중국, 러시아와 충분한 사전조율이 완전히 끝난 뒤 말했어야 한다”며 “시작단계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다. 대북 제재가 말 폭탄으로 끝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