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기사

새누리의 ‘비박 학살’, ‘비박연대’가 총선 흔들까

새누리의 ‘비박 학살’, ‘비박연대’가 총선 흔들까

총선 변수로 떠오른 무소속, 2008년 ‘친박연대’ 재현될까…“구심점 없어, ‘비박연대’는 어려워”

‘무소속 출마’가 한 달도 남지 않은 4.13총선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에 반발한 후보의 무소속 출마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비박연대’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더 불어민주당의 6선 이해찬 의원(세종시)은 컷오프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강동원(전남남원인실순창) 의원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국민의당에서 컷오프 대상이 된 임내현 의원은 당초 17일 무소속 출마 여부를 밝힐 예정이었으나 21일로 거취표명 일자를 연기했다.

‘무소속 출마’ 후유증이 가장 심한 당은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5일 이재오, 조해진 의원 등 ‘친이’계 의원들과 진영 의원 등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운 의원들을 대거 컷오프시키는 ‘비박 학살’ 공천을 단행했다. 이에 현역 의원들이 잇따라 무소속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이던 임태희 전 의원(경기 성남분당을)은 “명백한 정치보복”이라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단수공천 된 마포 갑 강승규 전 의원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아직 공식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무소속 출마가능성이 남아 있는 의원들도 수두룩하다. “정당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공천”이라며 당의 공천을 비판한 조해진 의원(밀양·의령·함안·창녕)은 “지역 주민들과 논의 하겠다”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재오 의원(은평을), 이종훈 의원(성남분당갑), 안상수 의원, 주호영 의원(대구수성을)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있다. 진영 의원(용산구)은 16일 탈당하면서 무소속 출마 여지를 남겼다.

관련 기사 : 임태희 마이크 ‘뚝’, “MB 때 친박몰살과 뭐가 다른가”

무 소속은 ‘비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비박 학살’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같이 컷오프 된 친박 의원들이 불복하는 상황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첫 번째 현역 컷오프 대상이 된 친박 중진 김태환 의원은 9일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김무성 죽여” 욕설 파문으로 컷오프 된 윤상현 의원이 무소속 출마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비박 무소속 연대’가 결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서 ‘친박 학살’이라 불린 공천으로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들은 ‘친박연대’를 결성했고 몇몇은 당선돼 다시 한나라당으로 복당했다.

조해진 의원은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 서 “지금까지처럼 이렇게 공관위나 당의 지도부, 권력이 옳지 않은 일을 하고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당원들을 배신감 느끼게 하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또 그것을 바로 잡지 않는다면, 그런 일(비박 무소속연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또한 “(비박 무소속 연대가 나타나면) 선거판을 한 번 흔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08년의 친박연대와 유사한 2016년 ‘비박연대’ 구성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단 구심점이 없다. 2008년의 경우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박근혜 의원이 친박연대의 구심점이었지만 ‘비박’들은 비박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구심점이 없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친이인 이재오 의원 정도는 비박연대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진영 의원만 해도 친이도 아니고, 다른 의원들과는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도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박 무소속 연대 가능성’에 대해 “웃긴 이야기다. 자기들끼리 평소 정책이나 이념을 공유했다든지 하면 이해를 하지만 그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일축했다.

나아가 친박연대는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권을 중심으로 출마했기에 한나라당 후보와 표가 갈려도 당선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수천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수도권 지역은 무소속으로 나가 여권 표가 나눠질 경우 야당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진영 의원이 출마하는 용산구, 강승규 전 의원이 출마하는 마포갑, 이재오 의원이 출마하는 은평을이 대표 사례다.

현실적으로 수도권과 영남을 아우르면서 ‘비박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은 유승민 의원뿐이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유 의원 지역구에 대한 공천을 결정하지 못하고 계속 미루는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하 지만 유승민 의원이 비박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엔 유 의원의 지역구가 대구라는 점이 문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재오 의원 정도야 비박연대를 표방할 수 있지만 유승민 의원은 무소속으로 나간다 한들 대구에서 ‘비박’을 내걸 수 있겠나. 수도권에서는 비박을 내세울 수 있을지 몰라도 (박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영남에서는 어려울 것”이라 관측했다.

설 사 비박연대를 결성해 당선된다 해도 그 이후가 문제다. 친박연대가 무소속 출마 이후 당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당 안에 박근혜 의원이라는 구심점이 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 이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친박이 당권을 장악할 경우 ‘비박연대’가 복귀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윤태곤 실장은 “친박연대는 당선자들이 1~2년 후에 다 당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소속 당선자들이 새누리당으로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며 “그래서 부담 없이 자르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