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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패권’으로 가면 망한다, 공감대는 있지만

‘친문 패권’으로 가면 망한다, 공감대는 있지만

[분석] 몸 사리는 더민주 주류, 전당대회 미뤄 김종인에 힘 실어주나… "계파 없다" 집안 단속 나섰는데

모두가 ‘계파’를 말하지 않는데 계파가 변수로 꼽힌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5월 4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을 두고 많은 언론이 ‘친문(친문재인)’의 선택을 변수로 꼽고 있다. 하지만 특정 계파에 따라 결정될 만큼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더민주 원내대표 경선은 6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4선의 강창일(제주갑), 이상민(대전 유성을) 의원과 3선의 노웅래(마포갑), 민병두(동대문을), 우상호(서대문갑), 우원식(노원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과 거 더민주 원내대표 혹은 당 대표 경선은 계파 대리전 양상이 강했다. 친노와 비노, 주류와 비주류의 대결로 묘사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성격이 약해졌다. 후보자들 모두가 자신이 계파색이 옅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노웅 래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 “저는 계파도 없고 끼리끼리 할 만한 세력도 없는 사람”이라며 “하지만 특정 계파에만 갇히지 않아 우리당 의원 전체, 정권교체 원하는 국민 전체가 저의 계파고 지지자”라고 밝혔다. 이상민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계파주의를 넘어 단단히 결속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창일 의원도 출마선언문에서 “12년 의정생활 동안 단 한 번도 계파정치에 몸을 담아 본 적이 없다. 계파정치에 맞서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범주류’로 분류되는 우상호 의원 역시 “원내 활동에서만큼은 단합을 저해하는 어떠한 계파적 활동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몇몇 언론은 여전히 계파를 변수로 꼽으며 ‘친문’의 선택에 따라 원내대표가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언론이 ‘친노’라 부르던 계파는 4‧13 총선과 원내대표 경선을 거치면서 어느새 ‘친문’으로 대체됐다. 친문 후보로 꼽히던 홍영표 의원의 불출마로 인해 친노친문이 선택하는 후보가 결국 원내대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몇몇 언론은 당내 친문세력이 50여명이라고 예측했고,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해서 국회에 입성한 인사들도 친문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분석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의 원내대표 경선은 과거의 계파 대리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친노친문이라 불리는 범주류가 몸을 사리고 있다. 홍영표 의원은 불출마 배경에 대해 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또 친문·비문 간 대립구도가 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밝혔다. 또한 문 전 대표가 홍 의원에게 직접 경선 출마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는 ‘친노친문’이라는 계파의 모습이 전면에 드러날 경우 당이 또 다시 내분에 휩싸일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문 전 대표가 당 대표가 된 후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대립이 극심해졌다.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비주류는 탈당을 이어갔고 이 상황은 문 전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고 외부에서 김종인 대표를 데려오면서부터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친 문’이 원내대표 경선에서부터 표를 몰아주면서 계파 결집을 시도할 경우 비주류가 크게 반발할 것이다.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듯 ‘친문 패권주의’를 주장하며 국민의당으로 향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더민주=친노친문 정당’이라는 인식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문 전 대표가 김종인 대표를 영입해 이루려했던 계획(‘친노 운동권’ 정당 이미지 탈피)은 실패로 돌아간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당에 친문이라는 세력이 어느 정도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일단 그 쪽에서 후보를 안 냈다. 문 대표도 계파갈등이나 문심(文心) 논란을 피하려고 한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친문이 특정 후보를 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럴 거였으면 차라리 후보를 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당내에서 계파로 뭉친 ‘친문’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다. 당 관계자는 “원내대표 경선을 ‘친노친문 vs 반노반문’의 구도로 보는 건 과거식 프레임”이라며 “당내에 문 대표랑 친한 사람들이 많을 순 있지만 계파 개념처럼 문 대표가 시키는 대로 하거나 오더에 따라 투표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선에 출마한 이상민 의원도 2일 ‘KBS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인터뷰에 서 “조직적인 묻지마 몰표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표와 가까운 홍영표 의원이 출마를 포기한 뜻도 당이 계파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되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본인이 많이 하고 싶지만 양보하겠다 이런 큰 뜻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더민주 전체 당선인 123명 중 초선이 57명에 달한다. 특정 계파로 분류되지 않은 인사가 대부분으로 경선 당일 분위기나 정견발표회 등이 이들의 표심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원내대표가 선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친 노친문’이 몸을 사리고 다들 계파 갈등이 전면화 되는 것을 꺼리는 상황에서 남은 변수는 전당대회 시기다. 3일 더민주는 당선인-당무위원 연석회의를 열고 전당대회 시기를 결정한다. 현재 비주류는 전당대회 연기에 힘을 싣고 있지만 ‘범주류’는 반대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전당대회가 조기에 열려 김종인 대표 체제가 무너지면 친문이 당을 장악할 것이라도 우려하지만, 상황이 반대로 전개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친문’은 아직 결집력이 낮은 채 계파라고 보기 힘든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더민주 당무위원회가 전당대회를 9월 정기국회 이후로 늦추기로 하면 김종인 대표 체제가 연장되고 그 사이 김 대표에 대한 견제론이 부각된다. 친문이 계파로 뭉칠 시간과 응집력, 명분이 생긴다는 뜻이다.

더민주는 현재 ‘수권정당을 만들겠다’는 이유로 김종인 체제를 연장할 경우 오히려 ‘수권정당’에 역행하는 계파가 만들어질지도 모르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 런 상황에서 김종인 대표의 선택은 비례대표 공천 때와 같은 압박이다. 김 대표는 2일 전북도의회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당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찰나에 당을 구출해 총선에서 제1당 자리를 차지했으면 받아들이는 것이 원칙이지 패배하지도 않았는데 선거결과를 갖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날 추미애 더민주 의원이 ‘호남 참패’를 가져온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전당대회 조기개최를 요구한 것에 대한 응답이다.

나아가 김 대표가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선출 직후인 5일부터 9일까지 휴가를 가기로 결정한 것도 당에 대한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는 것이다. 3일 전당대회 연기를 결정할 당무위원들의 계산이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