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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놓고 갈리는 더민주, 입장정리 할 수 있나?

사드 놓고 갈리는 더민주, 입장정리 할 수 있나?

전당대회 앞두고 사드 배치 관련해 입장 엇갈려…당론 못 정한 채 당내에서 “사드 배치 전면 재검토하라”는 목소리도

사드 배치를 두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입장을 명확히 하라며 더민주를 압박하고 있다. 사드 배치가 야권, 나아가 더민주 내부의 노선투쟁을 촉발시키는 의제가 되어가는 모양새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11일 오전 브리핑에서 “사드 관련해서 지도부의 고민을 전달하고,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비공개 의원간담회를 내일, 12일 오전 9시에 개최한다”고 밝혔다.

기 동민 원내대변인은 “여기서 당론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사드배치와 관련된 주변 당사국의 반발, 국민적 공감대 부족, 국회비준 등과 관련된 의견 등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2일 오전 간담회가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나오는 사드 배치 관련한 엇갈린 목소리를 조율하는 일정이라는 뜻이다.

국방부가 8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배치하겠다고 결정한 이후 밝힌 더민주의 공식 입장은 다소 모호했다. 사드배치에 대한 찬반은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과정상’의 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 재경 더민주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국민이나 야당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적으로 결정하고 발표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실익 있는 사드 배치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며 “중국, 러시아 등 외교 마찰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이 안 보인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마찰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대한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이정도로는 우려를 표하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11일 비대위 회의에서 “북한이 날로 군사력을 강화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불가피한 점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상당한 의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들의 합의를 찾기 위해서 정부와 국회가 보다 더 밀접한 협의를 거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8일 오전 한민구 국방부장관의 사드 배치 관련 보고를 받고 “배치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우상호 원내대표는 8일 한민구 장관의 보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배치 자체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당내 투톱의 의견이 엇갈린다는 말이 나왔다. 우 원내대표는 11일 비대위 회의에서 “사드배치를 결정하는 과정을 보면 국민의 동의를 받기도 어렵게 졸속으로 시행되었고 또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는 아니라도 암묵적인 어떤 것도 받지 못했다는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치 자체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과정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선으로, 초점이 다소 바뀌었다

더민주가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자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더민주를 압박하고 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비대위 회의에서 “제가 크게 염려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 사드 배치를 사실상 용인하는 정체성의 문제”라며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많은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의 사드 정책이 반대의 입장으로 바뀌길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식 비대위원도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 또한 사드배치문제에 대해 어떤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할 것인지를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일찍부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사드 배치 발표 직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당은 사드배치가 미치는 국내, 국외의 경제적 파장과 또 사드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사드배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손 대변인은 ‘배치자체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현실적인 대응을 해나가겠단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원칙적으로 배치를 반대한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고 답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배치와 관련해 국가안보정책에 관한 협정에 준하는 국회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며 정부는 국회의 검증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 사드배치를 위한 실무 작업을 즉각 중단해야한다”며 “각 정당과 정치 지도자들은 책임 있는 입장을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또한 이번 주에 각 당이 사드배치에 대한 공식입장을 정리하고 다음 주에 사드대책 논의를 위한 4당 대표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새누리당이 사드 배치 찬성, 국민의당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더민주를 겨냥한 말이다.

사드 배치가 야권 내 공조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심상정 대표는 “국민의당은 명확히 반대 입장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공조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고 민주당은 유보적인 입장인데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지에 따라 협력과 공조의 방안이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사드를 둘러싼 당내의 입장 차이다. 사드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질 당내 노선 갈등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 의원은 8일 “기습적인 사드(THAAD) 배치 계획 발표를 연기하고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추미애 의원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당내 개혁파 모임인 ‘더좋은미래’ 소속 국회의원들도 8일 “사드 배치로 한국이 얻는 것보다 떠안아야 할 부담이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국민이나 야당과 충분한 논의도 없이 정부가 사드 배치를 성급하게 졸속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백지 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더좋은미래’에는 우상호 원내대표, 남인순 의원, 우원식 의원, 이재정 의원, 진선미 의원 등 26명이 포함돼 있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소수가 다른 의견을 낸다고 당론이 바뀌지 않는다. 우리 당의 입장은 분명히 반대”라며 “사드 배치로 얻어지는 실익은 없다. 보수세력에서 종북몰이 헛소리를 하든 말든 우리는 할 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주요현안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우클릭이 아니라 우유부단함, 비겁함으로 보일 수 있고 어디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더민주 내의 이러한 입장 차이는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중앙일보와 한국정치학회가 실시한 20대 국회의원 설문조사에 서 더민주 의원 응답자 중 21명인 24.7%가 “사드를 도입하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실상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김종인 대표, 진영, 김성수, 이철희 의원 등이 포함됐다. 50명의 더민주 의원들은 “중국의 동의 없이 도입해선 안 된다”고 답했고 13명의 의원들은 “절대로 도입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