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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당대표 출마? 결단만 남았다, 나가면 이겨야지”

이재명 “당대표 출마? 결단만 남았다, 나가면 이겨야지”

[인터뷰] 이재명 성남시장 “성남이 돈 많아서 복지한다고? 1인당 10만원이면 할 수 있다””

밋밋하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큰 변수가 생겼다.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더민주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시장이 추미애‧송영길 의원 등 당 중진 의원들을 꺾고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당대표 직과 시장직 겸직에 문제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당대표를 맡으려면 시장직을 사퇴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재명 시장의 별명 중 하나는 ‘싸움닭’이다. 지방정부 수반이지만 중앙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을 피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고, 국가위임사무 거부를 선언했다. 따라서 야권 지지층의 이재명 시장에 대한 지지는 더민주가 더 야당답게 부딪치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미디어오늘이 14일 오후 당 대표 출마여부를 고민 중인 이재명 시장을 만났다.

-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대표 적합도 1위를 휩쓸고 있다.

“처 음에는 최고위원 선거에 나가려고 했다. 불평등 문제가 심하고 지방자치 문제도 당 차원에서 이야기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최고위원 제도가 없어졌다. 그래서 포기했는데 뜬금없이 당 대표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처음엔 가볍게 생각했는데 현실적 문제가 돼서 진짜 고민이다”

- 그래도 빨리 결정해야 할 텐데.
“이 번주 일요일까지는 결론을 내려고 한다. 혼선이 너무 오래가면 안 되니까. 의견 취합 중이다. 그런데 참모들도 시민들도 의견이 반반이다. 당내 인사들한테 물어봐도 거의 비슷하게 반반이다.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는 견적이 안 나오고, 결국 내 결단의 문제다.”


▲ 리얼미터 여론조사.

- 단순히 흥행을 위해 출마하는 건 명분이 부족해 보인다.

“흥 행 차원에서 나가는 건 말이 안 되고, 나가면 이겨야지. (웃음) 성남 시민들 입장에서 잃을 게 많다. 나는 4년 계약된 머슴인데 계약 기간 중에 따른 일을 하겠다는 거니까. 시민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그래서 고민 강도가 높은 거다.”

- 왜 ‘이재명 당 대표’가 부상된 걸까.

“더 민주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망이 큰 거다. 더민주는 이전보다 잘하고 있다고 본다. 보통은 선거 끝나면 당지지율이 10%p 떨어진다. 그런데 지금은 20~30%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상당히 잘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 발 더 나아가라는 대중의 요구가 있다. 좀 더 강력하고 좀 더 선명하게, 좀 더 치열하게 하라는 열망을 못 채워주고 있다.

- 그런 요구가 이재명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뭔가.

“내 가 뭘 하나 시작하면 끝장을 보지 않나. (웃음) 국민들이 가진 불만은 의제를 주도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의제에 끌려간다는 점이다. 세월호든 테러방지법이든 남북평화든, 불평등해소든 뭐든지 하면 끝장을 봐야하는데, 뚜렷한 성과가 없다. 제가 당에 가지는 기대이기도 한데, 이런 밑바닥의 기대가 저한테 온 거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변화를 보고 싶으니 기존 정치 스타일과 다른 스타일을 지닌 쪽으로 기대가 몰리고, 당 대표 선거에도 반영됐다고 본다.”

- 더민주가 정부의 의제에 끌려 다닌다고 생각하나

“집 중력이 떨어지니 의제에 대한 장악력도 떨어진다. 정부여당 입장에서 너무 편할 것 같다. 무슨 이야기하면 우르르 몰려갔다가 또 다른 이야기 툭 던지면 그리로 우르르 몰려가니까. 너무 다루기 쉽다. 방어가 너무 쉽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 가지 사안을 이야기하더라도 끝장을 봐야 한다. 그래야 두려워한다. ‘아, 한 번 걸리면 큰일 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 지금 야당은 하나도 안 무서울 거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 14일 오후 자신의 집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중이다. 사진=조윤호 기자

이 재명 시장은 지난 6월 11일 간 광화문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 지난 4월 22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표한 시군조정교부금 배분 방식 변화와 법인지방소득세 개편 계획을 담은 지방재정제도 개편안에 반대한다는 이유였다. 개편안은 한 마디로 재정이 많은 지자체의 돈을 가져다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에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단체장들은 전국 지자체의 하향평준화 효과를 가져와 지자체의 중앙정부에 대한 종속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반발했다.

- 단식 농성할 때 당 지도부가 찾아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당이 끝장을 볼 생각이 없는 것 같나.

“노 력은 하는 것 같다. 안전행정위원회에서도 열심히 하고. 문제는 정부여당이 꿈쩍도 안 한다는 것이다. 시간 지나면 잊어버릴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당의 의지 문제다. ‘세월호 테러방지법 위안부 등 중요한 현안과 관련해 야당을 무시하면 국정 협조를 아예 안 해버리겠다’ 이런 강경한 의지를 보여주면 정부여당이 밀어붙일 수 있을까. 정부도 알고 있는 거다. ‘저러다 말겠지 뭐.’ 야당은 야당 역할을 해야 한다.

- 그랬다간 ‘야당이 발목 잡는다’는 비난에 시달릴 텐데.

“집 권당은 집권당 역할을 하는 게 맞는데 야당이 집권당 흉내를 내면 안 된다. 부당하게 발목 잡으면 안 되지만 감시와 견제가 야당의 기본 역할 아닌가. 잘못된 건 발목을 잡아야지. 아니, 멱살을 잡아야지. 발목 잡는다고 욕할까봐 두려워한다. 발목 잡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누구냐. 정부여당과 한편이거나 그 자체인 이들이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상대방이 싫어하는 걸 해야 한다. 관중과 심판을 가장한 상대선수들의 주장에 자꾸 넘어간다.”

-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하며 국가위임 사무를 거부하겠다고 한 것도 끝장을 보기 위해서인가.

“정 부 입장에선 대책이 없다. 이상하지 않나?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위임사무를 거부할 수도 있으니 대비책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여태까지 말을 잘 들었으니까. 아무리 나쁜 짓을 시켜도 다했거든. 그런데 성남시에서 태클이 걸리기 시작했다. 부당한 요구를 못 받겠다고 했더니 ‘복지정책 취소하라’고 했다. 예산 아껴서 주민복지를 늘리겠다더니 그것도 하지 말란다. 막으려다 못 막으니 마지막에 나온 게 돈을 뺏겠다는 거다. 그래서 마지막에 생각한 게 위임거부다. 지방분권특별법을 보면 분권 강화을 위해 정부가 지자체에 사무를 맡기면 돈을 주도록 되어 있다. 근데 정부가 돈을 안 주고 뺏겠다니 일도 못하겠다는 거다.”

- 정부 입장에선 위임사무까지 거부하는 건 상상도 못했을 것 같다.

“나 한테는 타격이 크다. 성남시민들도 불안해하고. 수사, 감사, 감찰, 엄청나게 벌어진다. 지방재정개편안이 발표된 4월22일부터 얼마 전까지 통화기록 조회를 해봤는데 육십 몇 건이 나왔다. 검찰, 경찰, 다 했다. 이 일하고 관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지방자치가 무엇인지, 정부 산하기관이나 꼭두각시가 아니라는 것을 정부와 알게 될 거다. 함부로 하면 망신을 당하는구나. 이런 과정을 거쳐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도 높아질 것이다”

- 진짜 위임사무를 거부하면 혼란이 오지 않을까.

“피 해가 있는데 설마 진짜 거부할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것도 미리 연구해놨다. 시민 불편이 초래될 수 있는 일은 할 거다. 다만 시민들의 일상과 관계없는 일, 국세징수나 인구조사, 선거지원 등등 그런 건 안 한다. 이 일에 드는 비용과 인력을 아껴서 주민복지사업을 계속할 거다. 복지 하지 말라고 중앙정부가 자꾸 돈 뺏어가려 하니 우리도 돈 아껴서 그 돈 메꾸겠다는 거다.”

-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자꾸 지자체의 복지사업을 막으려 한다. 복지가 싫은 걸까?

“김 무성 대표가 ‘복지 확대하면 국민이 나태해진다’며 청년배당을 ‘악마의 속삭임’이라고 했다.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거다. 기본소득 1인당 30만원 준다고, 30만원 뜯어먹자고 일을 안 할까? 일 안 하는 경우가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돈을 벌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그래서 일을 안 한다. 제도 때문에 근로의욕이 줄어드는 거지 돈 때문에 일하지 않는 게 아니다. 이런 사실을 완전 무시하고 ‘먹을 것 주면 일 안 할 거야’라고 공격한다.”

- 왜 복지를 싫어할까.

“복 지지출은 해먹을 게 없다. 당사자가 다 받는 거라 투명하고 중간에서 슬쩍 떼먹을 게 없다. 중간에서 돈떼먹기 좋은 게 땅 파고 건물 짓는 토목공사다. 공적인 권한을 사적 이익 도모하는데 쓰는 부패집단 입장에서는 복지에 지출하는 돈이 아까운 거다. 자기네들이 누릴 수 있는 이익의 기회가 사라지니까.”

- 복지에 태클 거는 데 정치적 이유도 있을까

“이 재명의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지 않고, 지자체가 성공하는 게 두려운 것이다. 요새 몇몇 사람들이 ‘성남으로 이사 가고 싶다’라고 농반진반 이야기들을 하더라. 다른 지역 말고 성남에서만 하는 복지를 다 합쳐도 1인당 10만원이 안 넘는다. 청년배당 100억, 교복지원 25억, 사무지원 50억, 교육지원 학교 200억, 노인일자리 40억, 보육지원 100억, 장애인지원 등등 다 더해보니까 1000억이고 1인당 10만원 꼴이다. 계산해보니 5조원이면 전국 다 성남처럼 복지할 수 있다. 국가 예산이 400조 원인데 5조 원이면 1% 수준이다. 이거 안 하고 국가예산 5조 원 늘어난다고 국민의 삶이 좋아질까?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지자체가 잘하면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가 좋아진다는 점을 성남이 보여주고 있는 거다.”

- 성남의 대표 복지제도로 청년배당이 꼽힌다. 도입한 지 반 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전 국 청년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체감되는 청년정책 중 청년배당 최고라는 결과가 나왔다. 현금을 뿌린 결과냐, 그건 아니다. 청년들이 그 돈으로 술먹고 노는 데 썼을까? 별로 없다. 다 생계비로 썼다. 어떤 기사보니 청년배당으로 3년 만에 처음으로 과일 사먹었다고 한다. 50만원 받았다고 청년들이 게을러질까? 생계를 해결하는 자원으로 쓴다. 연 50만원씩 전국에 다 하면 3000억 원 든다. 삼성 같은 기업에 이 돈 주면 창고에 들어가 버린다. 사내유보금으로. 하지만 청년들에게 주면 99% 시중에 풀린다. 경제가 살려면 청년배당 같은 현금성 지출이 도움이 된다.”

▲ 이재명 시장이 인터뷰 도중 기자의 질문을 적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 성남은 돈이 많아서 청년배당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더라.

“돈 많아서 하는 게 아니다. 1인당 예산은 다른 도시가 더 많다. 성남이 다른 지역보다 세금을 더 많이 걷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세금을 더 많이 걷어도 지자체는 더 가난할 수 있다. 세금 많이 걷히는 지자체는 정부가 교부세를 안 주기 때문이다. 성남도 불교부단체다. 다른 지역은 왜 못할까? 교부세를 받는 교부단체는 돈을 아끼면 정부에 돌려줘야하기 때문이다. 아낀 만큼 돌려줘야하고 다음해에는 돈 많다고 교부세 액수가 깍여버린다. 그러니 아낄 필요가 없다. ‘돈 아꼈네? 잘했어’하고 돈 뺏어버린다. 우리는 아끼면 딴 데 쓸 수 있다. 1인당 예산이 더 많은 다른 교부단체보다 성남이 주민복지가 나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자치’의 효과다.”

- 2017년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 ‘이재명’을 볼 수 있을까.

“내 년에 야권 대권경선에 참여할지는 그때 가봐야 알 것 같다. 다만 국가권력 정상화를 위해 기여해야하며 판을 키워야한다는 생각은 있다. 정치구도 상 야권은 있는 걸 다 긁어모아야 이긴다. 대충 긁어모으면 이길 수 없다. 다 긁어 모으려면 서로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않고 판을 키워야 한다. 저도 선수든 관중이든 뭐든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로 직접 뛸지는 가봐야 알 것 같다. 이런 고민이 당 대표 선거와 맞물려 잇는 측면도 있다. 당 대표 선거에 참여하는 게 더 나은 기여인가 내년 대선 경선에서 기여하는 게 국가권력 정상화에 나을까라는 고민이다. 원칙적이고 투명하게 치열하게 격렬하게 해나가면 뭔가 역할이 주어지지 않겠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