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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간부, 특조위에 “여론조작은 당신들이 한다”

보수단체 간부, 특조위에 “여론조작은 당신들이 한다”

‘세월호 여론조작’ 주도자로 지목받은 김상진씨 “유가족이 비정상적인 활동” “여론조작, 진보진영도 다 한다”


세월호 유족을 비난하는 트위터 글을 게시했던 보수단체 간부가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토론회에 찾아와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트위터 여론조작을 주도했다고 지목당한 인물이다.

특조위는 27일 오전 10시 특조위 사무실에서 연구용역 결과발표 토론회를 열었다. 특조위는 이날 발표에 앞서 한국인사이트연구소에 의뢰해 작성한 ‘여론조성을 위한 비정상적 SNS 계정활동 그룹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세월호 참사 관련해 올라온 글들을 분석한 결과 비정상적인 트윗작성 패턴을 발견했다. ‘비정상적인 트윗작성 패턴’이란 여론조성이나 특정 이슈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정상적인 이용자가 아닌 임의의 계정을 다량으로 만들어 게시 글의 수를 늘리거나 사람들이 특정 글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리트윗 수치를 높이는 패턴을 뜻한다. 


이는 흔히 ‘조장-조원’ 계정패턴이라 불리는데, 1~2명의 조장 계정이 글을 올리면 수십 개의 계정이 이를 리트윗하는 것이다.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세월호특별법 관련 논의가 활발했던 2014년 8월19일부터 29일 간 세월호 관련 트윗을 작성한 이들 사이에서 71개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찾아냈다. 아이디 ‘k******’가 올린 글을 나머지 70개의 계정이 RT하는 ’조장-조원‘ 패턴이다. ‘k******’는 ‘유민아빠’ 김영오씨를 비롯해 유가족을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고 70개의 조원 계정이 이를 리트윗했다.

관련기사 : 세월호 유족비난 트위터 여론, ‘팀 플레이’ 흔적 발견

이 조장 계정이 쓴 한 개의 글은 리트윗을 거쳐 최대 6만5880개 계정에 노출됐고, 평균 전파 범위(노출도)는 3만8491개 계정에 달한다. 한겨레21은 25일 기사에서 “평균 노출도에 조원 계정이 리트윗한 48개의 글을 곱하면 11일 동안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는 내용 등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글이 180만여 개 계정에 노출된 셈”이라고 해석했다.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아이디 ‘k******’는 한 보수단체 간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간부는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사이버감시단장을 맡고 있는 김상진씨다. 언론에는 ㄱ씨, ‘한 보수단체 간부’라고 보도됐다. 김씨는 27일 토론회가 열리는 특조위 대회의실을 찾아 항의했다. 특조위가 허위사실을 퍼트려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였다. 

김씨는 11시 20분 경 토론회 쉬는 시간에 관련 연구를 진행한 이경현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소장에게 ‘보고서의 근거가 뭐냐’고 따졌다. 김씨는 말리러 온 세월호 특조위 관계자들과 토론회 참석자들, 기자들을 향해 “기자들에게 문제제기를 하면 자기들 하고 싶은 말만 한다. (보고서에 나온 내 글의) 노출량 자체가 허위사실”이라며 “계정 두 개, 세 개 가지고 있으면 그게 조직적인 건가. 여론조작은 당신네들이 하고 있다. 지금 여론조작은 당신들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난 25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여러 계정을 사용해 글을 올린 것이 맞다”면서도 여론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보조계정을 사용해도 여론을 조작할 만큼의 확산력은 없다. 특히 게시글이 6만 여명에게 노출됐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트위터 팔로워가 수만 명인데, 보통 리트윗 30개가 나온 글의 노출 수(전파력)는 2000~3000명에 그친다. 더욱이 팔로워들이 중복되기 때문에 보조계정이 있어도 확산력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의 주장에 토론회에 참석한 한 세월호 유가족은 “그럼 유가족을 폄훼하는 글을 올린 게 올바른 거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김 씨는 “국민이 할 말 못하는 거냐. 유가족이 비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나”라고 반박했다. 특조위 관계자들은 행사가 진행 중이라며 김씨를 만류했고 토론회가 이어졌다.

김씨는 토론회 질문시간에도 손을 들고 “보고서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내 트위터 글의 노출도가) 최대치 6만5천, 평균 3만5천이라는 부분은 어떤 어플리케이션을 근거로 보고서가 제출됐나”라고 물었다. 

이에 이경현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소장은 “노출도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그 글을 봤다는 뜻이 아니라 노출잠재력이 있다는 뜻이다. 180만여 개 계정에 글이 노출됐다는 기사도 봤는데 보고서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김씨는 “세월호 특조위에서 세금을 써서 하는 건데 보고서가 잘못돼 있다면 문제가 있지 않나. 그걸로 인해 개인이 치명적 명예훼손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토론회가 끝난 상황에서도 보고서와 관련 기사로 인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김씨는 “(나는) 국민들이 봤을 때 그건 아니다 싶으니 하고 싶은 말을 한 거다”라며 “여기 와서 보도하시는 분들이 자기 편향적이다. 기자들이 편향되어 있다. 기자들이 여론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관련 기사를 쓴 정환봉 한겨레21 기자에게도 “사람을 매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니 보도한 거 아닌가”라고 항의했다. 

▲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사이버감시단장을 맡고 있는 김상진씨가 27일 오전 세월호 특조위 대회의실을 찾아 용역보고서 내용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김씨는 “잘못된 데이터 가지고 글 쓰고 국민의당 민주당에서 또 이야기하고, 이게 여론조작이다. 기초데이터 하나 잘못된 거 가지고 기자들이 쓰고 인터넷상에 SNS상에서 여론조작범 죽여야 된다고 떠들고 정치권에서 받아쓰고, 이게 여론조작”이라며 “세월호 옹호하시는 분들이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급기야 진보진영도 SNS 여론조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했다는 이야기만 나오는데 가짜계정 만들어 정부책임론 퍼트리던 건 언론이 왜 보도 안 하나”라며 “개인이 개인 계정 가지고 리트윗한 게 뭐가 잘못 됐나. 다른 사람들은 안 하나. 진보진영은 안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에 지켜보던 한 시민이 “진보진영 누가 하나”라고 질문했고 김씨는 “하는 사람이 있다”고만 답했다. 이에 시민이 항의하며 “증거를 대보라”고 하자 김씨는 “오늘은 자료를 안 가져왔다”며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