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둘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지진과 원전, 두 가지 공포에 사로잡힌 주민들
지난 9월 12일 한반도에 유례없던 5.8 규모의 지진이 들이닥쳤다. 이후 470여 회의 여진이 계속되면서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공포를 더 하는 요인은 지진과 함께 흔들릴지도 모르는 원자력발전소다. KBS 추적60분이 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5.8 지진의 진앙이였던 동해안 원전 벨트를 찾았다.
월성 원전 인근의 주민들은 지진과 원전의 두 가지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지진이 발생하면 안전을 위해 집 밖으로 나가야 하지만 원전과 방사능에 대한 공포로 밖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비상용 방사능 보호장구는 집 근처가 아닌 멀리 떨어진 마을회관에 보관되어 있고, 방사선 피폭 시 주민들이 복용해야 하는 요오드는 마을회관에서 5km 떨어진 면사무소에 있다. 원전이 무너지면 17명의 공무원이 6,000명의 주민에게 이를 나눠줘야 한다.
전문가들이 지진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는 양산단층 인근에는 무려 14기의 원전이 자리 잡고 있다. 2012년 한국지질연구원은 이런 위협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이러한 경고는 묵살됐다. 원전의 안전을 감시해야 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정부와 원자력계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진, 원전보다 더 두려운 존재는 안전하다고 우기는 사람이다.
● KBS 추적60분
2. 소수의견이 사라진 대법원
어느새 법원이 우리 사회 수많은 갈등의 ‘해결자’가 되어버렸다. 특히 대법원은 ‘최종심판자’ 역할을 맡고 있다. 그만큼 대법원이 다양한 이해관계와 관점을 가져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분석 결과 대법원에서 점점 ‘소수의견’이 사라지고 있었다.
한국일보가 201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108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36.1%에 달하는 39건이 전원일치 판결이었다. 2011년 선고 사건 17건 중 4건(23.5%)에 불과하던 전원일치 사건은 2012년 29건 중 12건(41.4%), 2013년 18건 중 10건(55.6%)에 달했다. 2014년 14건 중 3건(21.43%)으로 줄어드는 듯하다가 지난해 25건 중 9건(36.0%)으로 다시 늘었다.
소수의견이 실종된 판결은 모두 우리 사회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이었다. 고위험 통화 옵션 금융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막대한 피해를 본 중소기업들이 낸 소송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소수의견도 없이 은행 손을 들어주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파기환송 판결에도, 변호사 업계를 뒤흔든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판결에도 소수의견은 없었다.
소수의견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해 법 해석과 적용을 끊임없이 진화시키고, 다양한 가치관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과거 판례가 ‘소수의견’이 축적된 결과를 바탕으로 뒤집히기도 한다. 다양성이 부족한 대법원 구성이 불러온 필연적인 결과다.
● 한국일보
- 대법 전원합의체 ‘소수의견 실종’
- 중소기업 피해 컸던 키코, 하급심 파기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도 소수의견 ‘0’
- 대법원장에 쏠린 대법관 임명권이 문제… “헌재처럼 3부 수장이 지명해야” 목소리
3. 가난을 입증해야만 하는 생리대 무상지원사업
비싼 생리대로 인해 저소득층 여성청소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정부가 생리대를 무상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여타의 저소득층 지원사업과 마찬가지로 ‘가난을 인증’해야 한다. 경향신문이 가난의 낙인을 반복하는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보도했다.
생리대가 필요한 청소년은 보건소와 지역아동센터 등의 복지시설을 방문해 개인정보를 상세히 적고 생리대를 수령해야 한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e메일, 세대주의 인적사항 등은 물론 건강보험증과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 사본도 제출해야 하며 담당 공무원이 기초생활수급자 여부 등을 확인하는 데에도 동의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보건소를 방문해 가난을 증명해 생리대를 받도록 하는 제도는 여학생들은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배워야 할 대상은 지자체다. 서울 구로구는 공무원이 가정을 방문해 직접 대상 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전달한다. 세종시교육청은 지원 대상이 되는 학생의 부모들에게 먼저 연락해 지원 의사를 확인하고, 우편 발송 시 아이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겉 포장지에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는다. 광주 광산구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청소년들이 필요한 제품을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를 지급한다. 가난하다고 부끄러움을 모르겠는가.
● 경향신문
- 가난하다고 부끄러움을 모르겠는가
- 그날, 민감한 소녀들을 두 번 울리는 ‘불편한 복지’
- “유한킴벌리, 생리대 시장 독과점…가격인상 남용”
- 지자체들은 ‘신상 미공개, 내용물 모르게 포장’ 배려
4. 국정교과서에 목매는 대통령의 트라우마
1년 전인 2015년 10월 12일 교육부는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다음 달이면 국정교과서가 세상에 등장한다. 정부는 객관적인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주장하지만, 국정교과서의 내용은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온 과정을 살펴보면 이 주장의 허망함을 알 수 있다. CBS 김현정의뉴스쇼 ‘훅뉴스’에서 국정교과서 잉태의 비밀에 대해 짚었다.
국정교과서의 기원은 1974년,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정교과서의 명분은 ‘민족사관의 통일과 객관화’, ‘새로운 가치관 확립을 위한 일관성 있는 교육’이었다. 22세에 박 대통령은 이 과정을 목격했다.
박 대통령은 37세이던 1989년 “부모님에 대해서 잘못된 거를 하나라도 바로 잡는 것이 자식 된 도리가 아니겠는가 싶다”며 아버지 비판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표현했다. 박 대통령이 40세였던 92년부터 검정교과서들은 5.16을 혁명이 아니라 쿠데타로 표기하기 시작한다. 박 대통령은 56세던 2008년 뉴라이트가 만든 대안교과서 출간 행사에서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평가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결국 대통령이 된 이후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주겠다”며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인다. 대통령의 아버지 시대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출발한 국정교과서, ‘안 봐도 비디오’다.
● CBS 김현정의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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