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김용태, 정문헌, 김상민, 새누리당 탈당 러시
신당 창당? 제 3지대? ‘당 안에서 해결하자’ 목소리 더 높아
남경필 경기도지지사와 김용태 의원에 이어 정두언‧정문헌 전 의원 등 8명의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했다. 친박 지도부 일색인 새누리당을 해체하고 중도보수 신당을 창당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두언, 정태근, 김정권, 정문헌, 박준선, 김동성, 이성권, 김상민 전 새누리당 의원은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는 ‘영혼 없는 통치', '철학 없는 정치’, 그리고 ‘책임 없는 정치’가 무엇인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반성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몰랐다는 사실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점, 잘 알고 있다”며 “집권당의 정치인으로서 권력의 잘못을 먼저 밝혀내고 썩은 환부를 도려내지 못한 점, 국민 여러분께, 당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민심이 떠난 공터에 정권의 깃발만 지키려는 당의 행태가 더욱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고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을 지키고자 야합하려는 ‘비겁한 보수’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만이 기다릴 뿐”이라며 “새누리당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 이미 존립의 근거도, 존재의 이유도 잃어 버렸습니다. 당의 해체가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8명의 전직 의원들은 중도보수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새 길을 찾겠다. 구태를 갈아엎고 뼈저린 각오로 새로운 땅을 개척하겠다”며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과 공평, 효율과 성장, 그리고 분배까지 생각하고 행동하는, ‘개혁적 중도 보수’로 가는 길을 찾아 우리는 떠난다”고 말했다.
이성권 전 의원은 기자회견 후 백브리핑에서 “지금 새누리당이 생명을 다한 정당이라고 보고 있다. 지지율이 낮은 것 뿐 아니라 정당의 미래에 대해 느끼고 있지 않기에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어제 첫 출발을 한 남경필 지사, 김용태 의원을 비롯해 뜻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정당의 형태로 시작하려고 마음먹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또한 “남 지사, 김용태 의원과 소통한 건 오래 되지 않았다. (오늘 탈당한) 8명의 경우 특별하게 모여 논의를 했다기보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각자가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찰나에 탈당 이야기 듣고 자연스럽게 서로 간의 의견교환을 통해 뜻을 모아보자고 해서 탈당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달아 탈당이 이어지고 있지만 연쇄 탈당과 신당 창당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동력이 부족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태 의원을 제외한 현역 의원은 탈당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성권 전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이 당을 떠난다는 것, 당협위원장이 자리를 내놓는다는 것은 아주 큰 결단을 요구한다. 지역구에 당선될 때도 당적을 통해 당선된 부분이 있기에 모든 걸 버려야하니 현역 의원, 당협위원장이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저희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같이 모여서 현역 의원들, 당협위원장이 참여할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상민 전 의원은 “현재 당과 대한민국의 어려움과 위기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다 똑같다. 그리고 지금의 지도부가 계속되고 새누리당의 정치가 이어진다면 중대한 결정을 내릴 위원장, 의원들도 많이 있다고 알고 있다. 시기와 과정은 각 위원장님들, 의원님들이 결단하고 결정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 비주류는 탈당하는 의원, 당협위원장들처럼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입장과 당 안에 남아 당권을 쥐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려 있다. 김무성 의원은 친박 계 최경환 의원을 만나 비대위 구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의원은 “당에 남아서 당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 46명도 23일 오전 발표한 결의문에서 “이정현 대표 및 당 지도부는 당내 갈등과 탈당사태에 책임을 지고 조건 없이 사퇴하고,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당 화합차원에서 해체할 것을 촉구한다”며 “비대위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는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구성하고, ‘비대위 준비위’는 조속한 시일 내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당 혁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직 신당 창당으로는 무게가 쏠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대위 구성 움직임에 대해 이성권 전 의원은 “새누리당은 정치생명이 다한 정당이라 판단하기에 이정현 체제가 유지되든 비대위 체제로 새롭게 화장을 하고 조명빨을 받든 (민심에) 역주행하면서 가속 페달을 밟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상민 전 의원 역시 “이정현 대표와 지금 박근혜 정부에 대해 중요한 책임을 져야 할 그룹들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비대위가 구성된다고 하면 국민은 다 야합했다고 생각한다. 현 새누리당 지도부는 완전히 사퇴하고 새누리당의 얼굴로 보수를 속이고 대한민국을 속인 것에 대해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며 “그 정도 수준이 되지 않고 새누리당에서 비대위를 꾸려 친박 비박 나누기 식으로 구성하면 그걸 믿는 국민은 없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탈당은 비박 계가 야당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제3지대론’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비대위 회의에서 “일부에서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의원들과 국민의당이 제3지대를 구성하는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어제 김용태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탈당을 했는데 후속 탈당이 얼마나 될 것인지, 어제 저녁도 오늘 아침에도 접촉했지만 이번 주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우리 당에서도 눈을 크게 뜨고 주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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