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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둘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노력에 비례해 분배하면, 다 공정한 건가요?
2017년 3월 10일, 박근혜가 탄핵된 지 1년이 넘었다.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의 핵심 키워드는 ‘공정’성이었다. 정유라와 최순실로 대표되는 특혜의 주인공들에게 온 국민, 특히 청년들이 분노했다. 공정성에 대한 높은 민감도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여러차례 문재인 정부를 흔들었다. 단일팀 논란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 비트코인 등이 대표적이다. 시사IN이 공정성이란 무엇인가를 분석했다.
시사IN이 데이터 분석기업 아르스프락시아와 함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비트코인’ 세 주제에 대한 온라인 여론 지도를 그렸다. 세 가지는 별개의 사건이지만, 키워드를 공유한다. 단일팀과 비트코인을 이어주는 키워드는 기회다. 기회를 박탈하는 정부의 불공정 개입 서사로 연결된다. 단일팀과 인천공항정규직화를 이어주는 키워드는 ‘노력’이다. 두 사건은 정부가 누군가의 노력을 배신하고, 노력하지 않은 이들의 무임승차를 조장한 사건으로 묶인다.
지금 논란이 된 사건들에 있어서 공정은 ‘비례 원리’로 대표된다. 노력해 기여한 만큼 비례해 받는 것이 공정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과정에 개입해선 안 된다. 정부는 “노력하는 이들이 보상받고 무능한 이들이 특권을 받지 않도록 하는 공정한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현상유지’ 논리로도 이어진다. 현재 상태가 무조건 정당하며 모든 재분배는 불공정하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 중, 게임 후는 공정할지 몰라도 게임 전부터 이미 재능과 운이 불평등하게 분포되어 있는 현실은 개선할 수 없다. 과거 불평등을 뛰어넘는 힘이었던 능력주의가 아제는 오히려 불평등을 강화하는 기반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비례 원리를 넘어서는 ‘보편 원리’를 다시 세우는 것이 진보의 과제가 되고 있다.
● 시사IN
2. 사랑이 넘치는 불평등한 우리 집, 며느라기
로맨스 드라마에서 항상 결혼은 ‘해피엔딩’의 끝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결혼의 결과는 항상 해피엔딩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부장제 속에서 ‘며느라期(기)’를 겪는 며느리들 입장에서는 특히 그렇다. SBS 스페셜이 “화목하지만 사실은 불평등한” 며느리들의 이야기를 짚었다.
‘2017 오늘의 우리만화’에 선정된 웹툰 며느라기는 며느라기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며느리들이 시댁 식구들한테 예쁨 받거나 칭찬받고 싶어 하는 시기”다. 사랑하는 남편의 부모님에게 잘해드리고 싶은 건 어찌보면 인지상정이다. 가족 개개인이 권위적이거나 억지로 싫어하는 일을 시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며느리의 도리’라는 틀은 따뜻하고 화목한 시댁을 불편한 존재로, 명절을 스트레스로 가득한 시기로 만든다.
며느라기를 유지하는 데 특별한 악인은 없다. 다들 소박한 화목을 유지하고 싶고, 가부장제에 익숙해진 이들이 스스로 며느라기를 대물림할 뿐이다. 다들 ‘우리 엄마는 안 그래’, ‘우리 집아는 개방적’이라지만, 가부장제는 특별히 착하고 특별히 개방적인 집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싸움에는 항상 고부갈등, 즉 시어머니와 며느리만 등장할 뿐 남편과 시아버지는 사라진다.
SBS 스페셜에는 며느리가 되길 거부한 이들도 등장한다. 명절을 따로 치르고, 며느리는 명절 때 시댁에 가는 대신 집에서 여유를 즐긴다. 시댁과 천천히 가족이 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생전 처음 보는 이들과 자유롭게 어울리고, 한 가족이 되길 강권하는 가부장제, 정말 이 룰을 따르면 화목해지는 걸까?
● SBS 스페셜
3. 조세정의를 세울 64일의 시간
142일 파업을 마친 KBS에 추적60분이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추적60분이 조명한 대상은 삼성 이건희다. 박근혜도 최순실도 못 피한 감옥을 유일하게 빠져나간 대한민국 서열 1위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알려진 삼성 비자금, 그 뒤로 삼성 특검이 찾아낸 1,199개의 차명계좌. 그 뒤로 삼성은 실명전환은 물론 세금 납부 및 사회환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삼성은 허술한 금융실명제법의 허점 사이로 빠져 나갔다. 삼성은 차명으로 만든 게 아니고 (故) 이병철 회장 때부터 차명으로 만들어진 걸 상속받은 거라 주장했다. 본인 이름이 아니라도 실명이기만 하면 문제를 삼지 않는 금융실명제법의 독소조항도 삼성이 차명계좌를 연쇄적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차명계좌의 실명전환 및 세금 납부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작 이 사실을 드러난 내부고발자들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특검도 못 밝힌 차명계좌를 폭로한 양심 제보자는 오히려 삼성의 하청 격이자 자신이 다니던 인테리어 회사로부터 100억 원대 소송을 당했다. 지연된 조세정의가 실현되기까지,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 제척기간(10년)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 KBS 추적60분
4. 죽어서도 혼자였다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코코’는 사람들에게 잊혀질 때, 사후세계에서도 사라진다는 설정을 담고 있다. 그만큼 삶과 죽음은 주변인들의 추모에 따라 갈라진다. 이런 의미에서 ‘고독사’는 우리 주변의 잊혀진 죽음들이다. 한겨레가 아무도 울어주지 않은 고독사를 집중 조명했다.
서울에서만 1년에 최소 162명이 고독사한다. 이들이 남긴 죽음의 기록을 살펴보면 죽음의 원인을 알 수 있다. 고독사 전문 청소업체 스위퍼스와 하드웍스가 2014년 한해 동안 고독사의 유품 등을 정리한 기록을 보면, 상당수가 열악한 거처에서 생을 마감했다. 대개 부패가 심각하게 진행된, 악취를 남긴 채 사망했다. 이는 사회적 고립이 깊었음을 뜻한다.
죽은 이들의 주변엔 쓸쓸함을 달래줄 술병, 그리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투쟁의 흔적인 이력서가 남아 있다. 대한민국만의 특징은 고독사의 그림자가 정작 60대 이상보다 40~50대 장년층 쪽으로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것이다. 조기퇴직으로 경제력을 상실하고, 동시에 자신의 가치가 상실됐다고 생각하는 50대 남성들이 사회적으로 쉽게 고립된다. 죽음에도 인권이 필요하다.
● 한겨레 ‘고독사를 위한 권리장전’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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