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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슬로우뉴스

주간 뉴스 큐레이션: 숨만 쉬어도 적자 ‘청년의 영수증’

http://slownews.kr/68926

2018년 3월 넷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보기엔 ‘스튜핏’이지만…뭘 더 아껴야 하죠?

영수증을 보며 ‘그뤠잇’과 ‘스튜핏’을 외치는 [김생민의 영수증]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청년의 영수증에는 ‘그뤠잇’과 ‘스튜핏’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없는 복잡한 사연이 녹아 있다. 한겨레가 숨만 쉬어도 적자인 청년의 영수증을 분석했다.

스타트업 계약직인 김소윤 씨는 열흘의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배달앱으로 1만 3천 원짜리 떡볶이를 주문했다. 3시간 뒤에는 치킨 한 마리를 더 주문했다. 승무원 취직을 준비 중인 한세진 씨는 온라인에서 8만 6천 원짜리 공연 티켓을 구매했다.

영수증만 보면 ‘스튜핏’ 소리를 듣기 딱 좋은 소비다. 하지만 사정은 단순하지 않다. 일에 지쳐 허기져 들어온 청년에게 배달 음식 값을 아끼기 위해 장 보고, 요리해서, 밥 해먹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알바를 뛰며 취업 준비하는 청년이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연을 사치라고 부를 수 있을까.

돈을 모을 수 있는 것도 최저선 소득을 보장한 이후에 가능하다. 학자금 대출로 졸업하고도 2,500만 원의 마이너스 통장이 생기는 청년에게, 구직 기간 빚이 더 쌓이고 일하면서 내내 그 빚을 갚는 청년에게 안정적 소비는 한가한 소리다. 빚이 2,500만 원이나 2,600만 원이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 “돈 모아서 집사고 결혼해야지”도 한가한 소리다. 내 집 마련과 결혼은 모두 ‘빚을 늘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소비 패턴은, 안정적인 소득에서부터 나온다.

● 한겨레

큐레이션

2. 미투 그 이후, 언론의 두 가지 선택지

언론에 연이어 미투가 터진다. 언론은 늘 더 자극적이고, 더 새로운 소재를 찾아 헤매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렇게 사람들을 더 충격에 빠뜨릴 만한 소재의 미투들이 흘러나오고, 처음에 충격을 받던 여론은 무뎌지기 시작한다. 그 순간 폭로자들은 그 폭로의 부담을 홀로 겪는다. KBS는 폭로 그 후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청한 제보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KBS는 졸업을 시켜줄 수 없다며 대학원생 여 제자를 유흥주점에 데려가 성추행한 경희대 교수 이야기를 보도했다. 이후 제보자가 기사를 내려줄 수 있냐고 요청했다. 용기를 내어 한 고백에 돌아온 건 주변의 걱정이었다. 가해자보다 제보자를 걱정하는 내용. 학계 권위자인 교수를 상대로 싸워봤자 상처만 입고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기자는 기사를 내리는 대신 경희대 측과 연락을 취했고, 기자가 직접 학교의 성폭력상담소에 제3자 고발을 했다. 제보자 역시 다시 용기를 내서 학교 성폭력 상담소에 증언했다. 학교는 조사위를 꾸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특별위원회와 인사위원회, 징계위원회 등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제보자는 학교를 떠났지만, 여전히 지도교수의 이름이 필요하다. 이력서에 어느 교수의 연구실에 있었는지 밝혀야 하는데, 면접관이 지도교수와 선후배 등으로 얽혀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도교수가 중징계를 받아도 내부고발자로 찍혀 취업문제 등 이후 상황을 예측하기도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제보자는 용기를 이어갔다. 기사를 섣불리 내리지 않고, 2차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보도를 이어간 기자의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투가 터지면 그 사건을 소비한 뒤 또 다른 미투를 찾아나서는 것 말고도, 언론에는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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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악플, 커다란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커다란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스파이더 맨]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이 대사를 조금만 비틀면 표현의 자유에 관한 원칙을 만들 수 있다. “무책임한 표현의 자유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무슨 말을 해도 아무 제재도 받지 않을 자유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자유롭게 표현하되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 표현의 자유다. 중앙일보가 ‘댓글 이대론 안 된다’ 기획을 통해 던지는 문제의식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모바일이 대세가 되면서 악플은 더 이상 특성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악플로 고소해보니 상대가 초딩인 상황이 아니란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피의자는 20대(33.1%), 30대(21.7%), 40대(16.3%), 50대 이상(15.1%), 10대(13.9%) 순이다. 악플 다는 이유도 다양해졌다. 가장 먼저 비뚤어진 영웅 심리가 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상대가 잘못을 했다고 그걸 악플로 바로잡겠다는 심리다. 나와 다른 생각은 틀리다는 편협한 사고도 악플을 양산한다.

악플도 여론인데, 악플에 대한 처벌은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저해하지 않을까? 악플이 여론이라는 전제부터 의심할 필요가 있다. 두 시간이면 포털에서 댓글이 많이 달린 인기 기사를 만들 수 있다. 가상 휴대전화 번호 5개만 있으면 가능하다. 진보 보수 커뮤니티에서 좌표를 찍고 몰려와 서로 댓글을 다는 전쟁도 종종 벌어진다. 3,000개의 댓글이 달려 있다고 3,000명이 댓글을 단 게 아니다. 조작 가능하며, 심지어 사람을 죽음까지 내모는 악플에도 “커다란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 중앙일보 ‘댓글 이대론 안 된다’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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