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거 글/슬로우뉴스

주간 뉴스 큐레이션: ‘미투’조차 외칠 수 없다

http://slownews.kr/68507

2018년 3월 첫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법은 멀고 폭로는 위협으로 되돌아오는 이주여성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MeToo)가 문화연예계, 종교계, 대학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를 통한 폭로에 의존한 방식이기에 한계점도 명확하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유명해야 폭로가 먹힌다는 점이다. 유명하지 않은 피해자들에게는 마이크가 없고, 폭로 이후 보호해줄 보호막이 없는 이들은 미투조차 외칠 수 없는 처지다. 동아일보가 미투조차 외칠 수 없는 이주여성들의 목소리에 마이크를 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조업 분야 여성 이주노동자 385명 중을 조사한 결과 성희롱에 일어났을 때의 대응은 ‘모름.무응답’이 48.9%로 가장 많았다. 잠자리를 거절하면 돌아오는 폭행, 빈번한 스토킹과 성추행 등이 일상적으로 벌어지지만 언어와 문화의 장벽, 그리고 해고의 위협 탓에 말조차 할 수 없다. 고용 연장 여부를 사업주가 결정하고, 고용 연장이 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되는 현행 고용허가제 때문이다.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다. 이혼을 당하면 추방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편이 성폭력을 일삼고 가족들까지 이에 동참하는 짐승같은 짓을 벌여도 말하지 못한다. 다문화자녀가 20만 명을 넘어섰지만,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의 이혼율이 2008년 28.1%에서 2016년 37.8%로 점점 높아지는 이유다. 이런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를 바로잡기 위해선 미투와는 별도의 노력들이 필요하다.

● 동아일보

이주여성 피처

2. 직장 여성들의 침묵의 아우성

이주 여성들처럼 미투조차 할 수 없는 사각지대는 또 있다. 직장 여성, 특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다. 경향신문이 미투 외침 속에 ‘침묵의 아우성’을 반복하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경향신문이 만난 20~30대 여성 직장인들은 “‘미투’를 하고 싶어도 결국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해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성폭력은 권력관계와 위계질서에 기반하는데, 가해자들이 대부분 여성들의 업무 평가·정규직 전환 등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제기를 하면 재계약은 없다.

용기를 내서 신고해도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위계적인 조직문화에서 회사는 피해자를 충분히 배려하지 않고, 가해자가 피해자와 같은 부서가 배치되도록 하거나 결국 문제 직원으로 낙인 찍어 중도 퇴사하게 만든다. 결국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이 성폭력 문제를 신고하고 지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 경향신문

i_002

3. 미투가 멈춘 곳, 그리고 ‘노동권 강화’

앞에서 언급했듯 미투 운동은 폭로에 의존하기에 가해자든 피해자든 유명인이어야 화제를 끈다. 한국에 앞서 미투운동이 벌어진 미국도 그랬다. 이벤트는 반복됐지만, 지속가능한 해법을 만들진 못했다. 동아대 강신준 교수는 한겨레 칼럼에서 미국의 미투 운동이 멈춘 곳에서 우리가 다시 시작할 길을 찾는다. 바로 ‘노동권 강화’다.

미투조차 외치지 못하는 이주여성과 비정규직 여성들이 당하는 일상적 성폭력은 권력관계와 위계질서에서 벌어진다. 위계관계란 업무수행과 인사권(검찰·언론), 작품활동과 심사권(문단·학계·문화계) 등으로 내재화되어 있다. 이런 위계질서에 맞서는 방법은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대의조직의 결성이며, 노동조합할 수 있는 권리, 즉 노동권 강화다.

노동조합이 나서서 노동자들의 성폭력 및 인권침해를 보호해야 하며 회사의 위계적 조직문화에 함께 맞서 싸워야 한다. 폭로 이후의 개인을 괴롭힐 보호막이 되어주어야 한다. 노동을 매개로 한 사람들의 일그러진 위계관계를 바로잡는 건 민주주의다. 우리의 미투가 나아가야할 길이기도 하다.

● 한겨레

i_003

4. 문재인은 지지하지만, 우린 서로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60~70%가 넘는 지지가 취임 이후 쭉 이어지고 있다. 전례가 없는 강력한 지지다. 이 강력한 지지는 언제까지 갈까? 한겨레21이 대선 때 문재인을 뽑은 1,053명의 성향을 최초로 분석했다. 여전히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들은, 같은 듯 달랐다.

문 대통령에 대한 문 투표층의 지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4개월 뒤 ‘6·13 지방선거에서 어느 당 후보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문 투표층의 62%는 민주당을 1순위로 꼽았다.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에서도 문 투표층은 81.8%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구체적인 사안으로 가면 의견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복지확대보다 경제성장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항목에서 문 투표층의 찬반 의견은 정확히 찬성 50%와 반대 50%로 갈렸다.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항목에 문 투표층의 51.2%가 반대했지만 찬성 입장도 48.8%나 됐고, ‘버스·지하철·철도 등 교통기관의 노조가 파업을 벌일 경우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항목에서도 45.3%가 반대, 54.7%가 찬성으로 나타났다.

이는 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의 원인이 촛불집회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촛불정국 이후 일어난 세대 연합(2030세대와 87년 세대)과 이념 연합(진보와 중도, 보수 이탈층)이 문 대통령에 대한 탄탄한 지지를 이루고 있다. 부동산 대책, 비트코인, 평창겨울올림픽 아이스하키 단일팀 등 이 연합이 흔들릴 조짐은 여럿 있었다. 이 연합을 다수의 합의로 발전시켜 개혁을 끝까지 밀어붙일지에 문재인 정부의 성패가 달려 있다.

● 한겨레21

i_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