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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이집트 여행기

2018 이집트 여행기 ② 자동차와 공존하는 카이로 시내

625일 이집트 여행 첫째 날의 일정은 카이로 시내를 돌아보는 거였다.

카이로 시내를 여행하며 느낀 몇 가지가 있다. 이것들부터 정리해보겠다.

 첫째, 온통 주변이 빵빵거리는 차들로 가득하다.

 카이로 도심은 그야말로 카오스다. 사람만큼 많은 차들이 도로를 왔다갔다하는데, 신호등도 없어서 그냥 알아서 차를 피해서 도로를 건너야 한다. 분명 버스인데 문이 없어서 문이 열린 채로 달리거나 백미러가 없는 차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교통사고 날까봐 무서웠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차들이 많은 만큼 매연도 많다. 알아서 잘 인도로 다니는 수밖에 없다. 무의미한 차 크락션이 귀를 따갑게 때린다. (다행히 다른 도시로 가니 카이로만큼 차가 많지 않았다.)

둘째, 날씨가 매우 건조하다. 선크림과 물이 필수다.

이집트 공항에서 밖에 나오자마자 느낀 건 덥다였다. 근데 더운 것이 한국하고 다른 더위다. 한국은 습도가 많아 땀이 많이 나는 더위인데, 여긴 습도가 높은 게 아니라 햇살이 따가운거라, 땀이 많이 나진 않는다. 대신 선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자칫 이집션들과 비슷한 피부색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도 필수다. 호텔이나 숙소에서 물을 달라고 한 다음 물을 들고 여행을 다녀야 한다. 목이 바짝바짝 마시는 느낌이라 물을 벌컥 벌컥 마시게 된다. 신기한 건 물을 많이 마셔도 화장실 가고 싶지가 않다는 것...(추가하자면 콜라도 엄청 땡긴다. 한국에선 거의 안 마셨는데, 이집트 와서는 하루에 2~3캔씩 들이킨 것 같다.)

셋째, 국제학생증을 꼭 만들어라. 

난 못 만들었지만....가능한 나이라면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각종 신전이나 박물관이 거의 반값이다. 예컨대 첫 번째로 간 카이로의 이집트 박물관은 일반 관람료가 120파운드인데(한국 돈으로 7200), 학생증만 내면 60파운드다. 티켓 끊어주는 이집션들이 몇 살이냐고 물어보는데, 대충 26이나 27까지 이야기해도 상관 없는 것 같았다

 

이집트 박물관 표다. 120파운드. 뒤쪽에 있는 게 박물관 안에 있는 미라관 입장표다.

 

넷째, 여기 사람들은 많은 경우 일못이다. 한국 수준의 일처리 능력을 생각해선 안 된다.

내가 카이로에서 머문 숙소가 카이로 도키역 근처에 있는 피라미스 스위트 호텔이었는데, 정말 서비스가 최악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본 게 미리 와 있던 내 짝과 호텔 직원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었다. 오자마자 분명 23일 숙박비를 냈는데, 호텔 직원이 계산을 잘못 했다며 돈을 더 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자마자 내가 갖고 있던 달러를 더 냈다.

문제는 이런 일처리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카이로에서만 겪은 일도 아니다.) 호텔키를 달라고 했더니 엉뚱한 호텔키를 줘서 한참을 방 앞에서 헤매게 만들었다. 호텔 룸서비스로 물을 갖다달라고 하면 네 번 정도 전화해서 물을 달라고 해야 갖다준다. (결국 호텔을 떠나던 날 조용히 있던 나까지 폭발하고 말았다.) 이런 걸 답답해하지 말고 그냥 그러려니 해야 이집트 여행이 수월해진다.

여튼 도착하자마자 호텔 직원들과 숙박비 문제로 실랑이를 벌인 뒤 숙소에 들어갔다. 짐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처음 향한 곳은 이집트 박물관! 10만 점 이상의 이집트 고대 유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이집트에 왔다면 꼭 들러야 할 박물관이다.

 

이집트 박물관 앞에서 한 컷. 이 때까지만 해도 기운이 넘쳤는데...

 

이집트 박물관은 지하철을 타고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있는 도키(dokki)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2정거장(opera-sadat)만 가서 sadat 역에서 내리면 박물관이 있다. 이집트 지하철은 출구가 맘대로 폐쇄되어 있는 경우도 많아서 거기 앉아 있는 경찰들이나 사람들에게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물어보고 나가는 게 좋다. 지하철 요금은 한 번 탈 때마다 1인당 3파운드(원화로 약 180).

그렇게 sadat 역에서 내려서 5분 정도로 걸으면 박물관이 보인다. 가이드북을 보니 보는데 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던데, 정말 그랬다. 3층으로 구성되어 각종 유물들이 구왕국, 신왕국 등 왕조별로 전시되어 있다. 근데 너무 중요한 유물들이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되게 중요한 것처럼 보이는 유물들을 그냥 구석에 무더기로 쌓아놓거나, 습도나 온도 조절하는 장치도 없이 달랑 선풍기 한 대 틀어놓고 방치해놓은 것들이 많아서...

 

와칸다 포에버!  를 연상시키는 이 포즈는 이집트에서 왕족들만 할 수 있는 포즈라고 한다. 이집트에선 이렇게 포즈로 계급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뭔지 기억 안 나는 녀석들과 한 컷.

 

2층 중앙에 엄청 큰 석상이 있다. 이집트 박물관에서 가장 웅장함을 느꼈던 유물이었다.

 

이집트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유품은 3층에 있는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이다. 투탕카멘은 12세에 파라오가 되어 18~19살에 죽은 비운의 젊은 파라오다. 통치기간이 워낙 짧아서 듣보 취급을 받았으나 어마어마한 유물들이 나오면서 주목받게 된 파라오다. 여튼 3층에 투탕카멘 황금가면과 투탕카멘 관련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는 사진 찍으면 안 된다. 사진 찍는 걸 감시하는 직원이 따로 있다. 말 안 듣던 관광객들이 몇 장 찍다가 걸려서 사진을 다 삭제해야 했다.

구글 검색하면 나오는 투탕카멘의 마스크. 이런 사진을 보여주고 어딨냐고 물어보면 직원들이 어디 있는지 알려준다.

 

이집트 박물관에서 꼭 봐야할 또 다른 유물은 람세스 2세의 미라다. 람세스 2세는 이집트에서 가장 위대한 왕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광개토대왕 같은) 본인을 신으로 여겨 여러 가지 위대한 유물을 많이 남겼다는데(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 람세스주인공도 바로 람세스 2.) 이집트 여행 내내 람세스2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집트 박물관 2층에 가면 미라관이 따로 있는데 여기에 람세스2세 외에 다른 미라들이 있다. 입장료를 따로 받는다. 얼마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볼만하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미라 사진 찍는 게 왠지 께림칙해서 난 찍지 않았다.

5시간 걸리는 큰 박물관이지만 점심을 안 먹고 온 지라 관람 3시간 만에 마무리하고 3시쯤 늦은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가이드북에서 본 ‘felfela’라는 레스토랑을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서 10분 정도 걸어서 찾아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felfela는 다른 장소에 있었고, 우리가 찾아간 곳은 felfela에서 테이크아웃 전용으로 낸 작은 가게였다. 그래도 메뉴는 비슷한 것 같아서, 거기 앉아서 맛있게 식사를 했다. 뭘 먹었는질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치킨이랑 밥이랑 이집션들이 먹는 빵이 같이 나오는 것이었는데 맛있었다. (비둘기 고기도 판다고 해서 먹어보려 했는데 그건 본점에만 있고 여긴 없다고 해서 못 먹음)

 

이집트에서 먹은 첫 식사. 이집트에선 치킨이 참 맛있었다. 밥은 한국과 달리 흩어지는 종류의 쌀인데, 이것도 맛있었다.

 

식사를 하고 난 다음에는 다시 sadat 역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다리를 건너 20분 정도 걸으면 카이로타워에서 야경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전에 sadat 역 바로 근처에 있는 타흐리흐 광장(Tahrir Square Egypt)을 가보기로 했다.

타흐리흐광장은 이집트 시민혁명의 상징 같은 곳이다. 도착하면 도로와 광장이 늘어져 있고 이집트 국기가 한가운데서 휘날리고 있다. 그곳에서 셀카도 찍고 하는데 갑자기 한 경찰이 나한테 손짓을 했다. 약간 긴장해서 다가갔는데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는 것이었다. (이집트박물관에서도 이미 한 이집션 가족이 내 짝에게 사진을 찍자고 했었다. 이곳에는 동양인이 희귀해서, 동양인들 보면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이집션들이 종종 있다. 당황하지 말고 같이 브이를 해주면 된다.)

 

시민혁명의 상징인 공간에서 경찰과 함께....

 

이집트 경찰과의 결탁을 끝내고 20분을 걸어서 카이로 타워(cairo tower)로 향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의 남산 타워라고 생각하면 된다. 해가 질 시간인 6시 좀 넘어서 가니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다만 남산 타워보다 엘리베이트가 작고, 올라가는 데 한참 걸린다. 이집션들 사이에 끼어서 타워 위로 올라가니 거기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올라가니 카이로 시내가 다 보였다. 날이 밝으면 피라미드까지 다 보인다고 한다. 경치 보는 걸 좋아하면 꼭 한 번 와보면 좋을 곳이다.

 

카이로타워에서 본 시내 경치.

 

가서 죽치고 해가 지길 기다리고 있는데 한 외국인이 나한테 사진을 같이 찍자고 청했다. “are you from tokyo?”라고 하길래 “I’m from korea.”라고 했더니 “oh, korea....”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니 예멘에서 왔다고 했다. 그 뒤로 내가 아이폰을 쓰는 걸 보고 아이폰 기능에 대해 뭘 물어봤는데 나 역시 아이폰맹이라 잘 알려주지 못했다.

 

카이로에서 만난 예멘 피플과 코리안 피플

 

경치를 한참 즐기고 카이로타워에서 내려왔다. , 카이로타워 안에도 삐끼들이 있다. 사진 찍어주겠다고 하며 돈을 달라는 사람들이다. 삐끼들 외에도 파라오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카이로타워 측 알바인 것 같았다. 같이 사진 찍어주고 돈 받는. 물론 1도 돈을 쓰지 않았다.

 힘겹게 20분을 다시 걸어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곳에선 놀랍게도 밥 때가 지나도 밥이 잘 땡기지 않는다. 대신 음료나 물이 엄청나게 땡긴다. 그래서 숙소 들어가서는 호텔에서 맥주를 마셨다. 스텔라라는 맥주다. 사카라와 함께 이집트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맥주로 알려져 있다. 여행 첫째 날은, 맥주로 마무리했다.

 

스텔라 맥주. 여행 후 숙소에서 돌아와 들이킨 맥주 한 잔은 정말 꿀맛이었다.

다음 편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그리고 삐끼들과의 1차 대전을 치른 카이로 전통시장 이야기다.

▶다음편 :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이집트 전통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