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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을 맨 앞에 두다…그들은 90년대생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19/09/737964/

 

공정을 맨 앞에 두다…그들은 90년대생 - 매일경제

90년대생 분석한 `공정하지 않다` 출간한 80년대생 박원익·조윤호 문재인정부 지지하지 않는 20대만의 정치적인 성향과 청년 내부 갈등 원인 분석 "불평등·불공정이 청년의 적 목소리 대변할 스피커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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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프 셀러`로 낙점되기 전부터 임홍택의 `90년대생이 온다`는 공전의 히트작이었다. 이 책이 단순함, 병맛, 솔직함 등으로 규정하는 `90년대생`의 등장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성세대에게 큰 숙제가 되고 있다. 이 낯선 세대를 `공정 세대`로 정의하는 책이 나왔다. `90년대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란 부제를 달고 나온 `공정하지 않다`(지와인 펴냄)이다.가장 진보적인 20대가 왜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정부를 지지하지 않는지 궁금한 이들에게도 해답을 주는 책이다. 저자는 30대 초반의 두 연구자. 1987년생으로 고려대 경제학 박사과정에 있는 박원익과 1989년생으로 여론전문조사기관에서 일하는 조윤호는 청년 세대 대표 논객이다. 이들은 `잡히지 않는 모래` 같은 집단성을 가진 한국의 90년대생을 `별종 취급`하거나 `특별한 존재`로 이해하는 것을 거부한다. "그들은 IMF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쟁 시스템 속에서 자랐다. 동시에 촛불 혁명이라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경험을 한 세대들이다."

90년대생은 단군 이래 처음으로 가장 가난한 `세대`와 `계층`이 동일해진 `청년세대계급`이 됐다. 실제로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가 현 정권의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꼽은 것은 사회경제적 문제(31%), 북한 문제 몰두(24%)가 1·2위를 차지했다. 친북 행보보다, 일자리·주거 문제 등 경제적 불평등에 더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학 진학률이 80%에 육박하면서도 20대의 대부분을 취업에 매달리는 `산업예비군`으로 보내고, 첫 사회생활을 `비정규직`으로 시작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세대다.

한국 사회의 가장 가난한 계급이 된 20대가 `업적주의`라는 가치관을 갖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들의 소원은 우정도, 사랑도 아닌 취업이다. 취업 특강을 나온 선배에게 거리낌 없이 "학점이 얼마인지" 묻는 20대에게 `공정한 경쟁`보다 더 중요한 덕목은 없다. 2017년 대학생 318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이들이 꼽은 것은 `공정`으로 16.1%에 달했다.

따라서 오늘의 90년대생들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것은 `노력과 상관없이 주어지는 혜택`이다.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정규직의 차등 대우는 불가피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61.3%에 달했다. 이 책은 90년대생들이 말하는 공정함의 내용을 6가지로 꼽는다. `무임승차 반대` `아버지가 누구인지 묻지 마라` `돈은 네 실력이 아니다` 등이다.

기성세대와 가장 큰 차이점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통하며 `소속감과 공동체`로 뭉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30세대 커뮤니티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 "중립기어 박고 보자"는 말이 있다. 어떤 논쟁이 벌어졌을 때 한쪽 주장만 보고 반대쪽을 욕하지 말자는 의미다. 우선 양측 입장을 다 듣고, 팩트가 무엇인지부터 챙기자는 말이다. 기성세대는 이런 사고 방식을 가진 이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세대 논쟁이 촉발되면서 나오고 있는 `586세대가 20대에게 양보하라`는 주장에도 이 책은 반론을 제기한다. 586세대에게 임금피크제와 정년 단축이 일어나면, 하층 계급의 경우 이들 자식 세대인 90년대생까지도 가난의 세습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다. 지금의 20대 청년들은 윗세대의 양보가 아닌 공정한 세상을 원한다는 것이다.

서구의 밀레니얼 세대는 또래를 총리와 대통령으로 선출시키는 `정치 덕후` 세대다. 한국의 가난한 90년대생 또한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사회를 만든 책임이 `정치`에 있음을 알고 있다. 두 저자는 이들을 행동할 준비가 돼 있는 세대로 정의하며, 이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권력을 잡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청년세대계급`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자신들의 `진짜 목소리`를 대변하는 스피커를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