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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김묘은·박일준 공동대표, "디지털이 메인 세상, 훨씬 더 많은 걸 할 수 있어요"
편집자주
여러분, ‘싸강 빌런’(사이버강의 빌런)’이란 말 들어본 적 있나요? 수업시간에 소란을 일으켜서 수업을 방해하는 친구들 꼭 있죠? 코로나로 인해 이제 사이버 수업 때 소란을 일으키는 ‘빌런’들이 나타났어요.
“마이크에 대고 하품해서 선생님이 당황했다”, “쉬는 시간에 음악 틀었다가 저작권 때문에 방 폭파”, “좌우 반전 기능 때문에 강의가 뒤집어져 보이는데 필기 어떻게 하냐” 다양한 사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어요.
앞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과 능력, ‘디지털 리터러시’가 더 중요해질 거에요.
<주니어미오>는 2016년부터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선도해 온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의 김묘은 공동대표, 박일준 회장 두 분을 만났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교양,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해 알아볼까요?
코딩 교육보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먼저다
Q.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어떻게 시작했나요?
김묘은 “제 대학원 석사 논문 주제가 ‘디지털 리터러시로 아이들 게임중독을 해결하는방법’이에요. 게임중독을 막는데 컴퓨터 차단이 답이 아니다, 인터넷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니 중독은 중독으로 풀어야 한다는 내용이에요. 공부 중독은 중독이라고 안 하잖아요? 게임에 몰입하는 아이는 다른 쪽에 몰입할 가능성도 높으니 몰입의 방향을 틀어주자는 주장이었는데 유튜브가 문제가 되면서 그 때 생각을 다시 끄집어내 봤어요. 아이들이 유튜브를 많이 보는데, 부모님들은 걱정되니까 차단하려고 하잖아요. 유튜브에는 유용한 콘텐츠도 많거든요. 차단이 아니라 골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춰한다는 문제의식으로 커리큘럼을 개발했고 전국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수업으로 먼저 시작했어요”
Q. 디지털 리터러시, 무엇을 배우나요?
김묘은 “많은 분들이 두 가지를 생각해요. 첫 번째는 기술교육, 도구 활용능력이죠. 두 번째는 윤리교육이에요. 그런데 사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더 광범위해요. 디지털로 할 수 있는 모든 것, 그리고 디지털 세상에서 갖춰야 할 태도 전반을 말해요.”
Q. 말씀하신 대로 디지털 리터러시라고 하면 흔히 기술교육을 떠올리잖아요?
김묘은 “요즘 코딩 교육을 많이 하는데, 코딩 교육 이전에 배워야 할 것이 디지털 리터러시입니다. 아이들한테 다짜고짜 코딩부터 가르치니까 ‘내가 왜 이걸 배워야 되지?’라고 의문을 가져요. 아이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대부분은 기계가 다 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거에요. 잘 활용하는 방법이 더 중요하죠. 인공지능에 대해 가르칠 때도 인공지능 도구 사용법만 알려주기 쉬워요. 그래서 저희는 ‘인공지능은 완벽하지 않아. 그런데 왜 인공지능을 사용할까?’를 함께 토론하고 인공지능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알려주죠. ‘인공지능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잘 가르쳐야 해. 꽃을 그려달라고 하는데 칼을 그리면, 인공지능은 칼을 꽃으로 이해할 거야. 우리가 인공지능의 선생님이 되어야 해’ 이런 자세와 태도가 디지털 리터러시에요.”
Q. 아이들이나 부모님들은 기술을 배운다고 말해야 관심을 가질 것 같은데요?
김묘은 “그래서 미끼를 쓰죠. 페이스북이랑 같이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스마트폰으로 프로필 사진 멋있게 찍고 사진 편집하고, 이모티콘 만들고 캠페인 광고영상 제작하는수업이라고 홍보했어요. 엄마들이 너무 좋아하죠. 근데 이건 미끼에요. 교육의 핵심 내용은 페이스북에서 낯선 사람이 말 걸면 대화하면 안 되는 이유, 페북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공유하지 말아야 하는 것. 나의 정보를 어디까지 노출해야 하는지, 누군가가 나를 스토킹하면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 등이에요. 수업을 수강했던 한 아이가 페이스북으로 어떤 남자친구들이 만나자고 연락이 왔는데, 수업 내용이 생각나서 안 갔대요. 근데 그 아이의 다른 친구는 갔다가 성폭행을 당했어요. 아이 엄마한테 너무 고맙다고 연락이 왔어요.”
Q. 디지털 리터러시가 생존을 결정하는 시대가 됐군요.
박일준 “디지털 리터러시가 중요한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본적인 생존 역량이에요. 아이들은 수업도 못 듣고, 어르신들 기차표도 못 끊죠. 두 번째는 꿈을 가지고 새로운 기회를 얻으려면 필수에요. 금수저 물고 태어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사회가 됐는데 자본이 없이 기회를 창출해 낼 수 있으려면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해요. 세 번째, 디지털 리터러시 없으면 속고, 당하게 돼요. 정부의 통제에 쓸려가고, 새로운 기술을 기업이 독과점해서 소비자들을 현혹해도 당할 수밖에 없어요. 거짓 정보도 마찬가지죠. 나 자신을 보호하려면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김묘은 “최근에 코로나로 인한 원격수업 때문에 더 중요해졌죠.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 높은 선생님들은 줌은 물론 클라우드를 활용해서 효율적인 수업을 할 수 있어요. 선생님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에 따라 수업의 질이 달라지는 시대가 됐어요. 또, 원격수업에서의 예절도 중요해졌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복도에서 뛰면 안 돼’ ‘수업 시간 종 치기 전엔 자리에 앉아있어’라고 가르치잖아요? 그런데 원격수업에선 그런 게 없었어요. 수업 일수 맞추기 바쁘다 보니까. 선생님들이 이런 예절 문제 때문에 ‘아직 원격수업 안 되겠다’고 하세요. 하지만 ‘이런 문제가 있으니 하지 말아야 돼’가 아니라 디지털 리터러시를 먼저 가르치고 수업을 시작해야 했던 거죠.”
Q. 디지털 리터러시의 영역이 굉장히 광범위하네요.
김묘은 “예컨대 카카오톡 단톡방 예절도 디지털 리터러시에요. 이런 이모티콘은 어떤 경우에 사용해야 하는지, 사용하면 안 되는지, 이모티콘이 아니라 텍스트로 답장을 보내거나 전화로 말해야 할 때는 언제인지. 어려운 말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리터러시’라 할 수 있는데, 이런 단톡방 예절을 이모티콘 제작하는 기술과 함께 가르치는 거죠.”
교과서도 안 보던 아이, VR교육 받고 진로 정해…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를 줄인다.
이쯤 들으니 실제로 어떤 교육을 하는지 궁금해지죠?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에서 만든 커리큘럼을 살펴봤습니다. 인공지능부터 유튜브,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등을 하루에 하나씩 배워요. 이걸 한 학기에 다 배울 수 있을까요? 김묘은 대표는 “이걸 다 가르치냐고 선생님들이 묻지만 학생들은 다 해낸다”며 “이런 게 있다고 가르쳐주고, 더 깊게 익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함께 알려줘서 학생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합니다.
Q. 일반 수업에 비해 디지털 리터러시 수업의 강점이 뭘까요?
김묘은 “잘하는 아이와 못 하는 아이의 격차가 확 줄어들어요. 미술교육만 해도 채색 배우는 데 6개월씩 걸리는데, 많은 아이들이 질려요. 잘 그리는 아이는 미술 시간이 즐겁지만 나머지는 흥미를 잃거든요. 그런데 디지털로 하면 대부분 다 잘 그려요. ‘디지털로 하는 게 무슨 예술교육이야?’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예술교육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술교육이 아이들에게 문화적 감수성을 기르게 하고,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지 아티스트를 키우는 게 아니거든요. 디지털을 활용해 아이들 간의 갭이 확 줄고, 내가 잘하면 재밌잖아요?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요”
Q.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나요?
김묘은 “충북 제천에 로뎀 청소년 스쿨에서 수업을 했는데, 범죄를 저지른 학생이 있었어요. 교과서는 쳐다도 안 보는 친구였는데, 이 친구가 VR 아트교육을 받고 그 분야로 진로를 정하고 검정고시를 봤어요. 미술교육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아이였는데...2월에 수업하고, 4월 16일 검정고시 합격을 했어요, 판사님한테도 편지를 잘 써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어요. 그 친구 때문에 로뎀스쿨이 ‘우리도 할 수 있다’ 분위기로 바뀌었다 하더라고요. 또 마포에 있는 어느 단체에서 수업을 했는데, 청각장애 학생이 인공지능을 가지고 작곡을 했어요. 인공지능이 ‘이 코드에는 이 음이 어울려’라며 작곡을 도와준 거죠. 비록 자신은 듣지 못했지만 노래를 만든 거죠. 그 노래를 들으면서 많이 감동했던 기억이 나요.”
Q. 아이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점이 디지털리터리시 교육의 강점이군요.
김묘은 “한 번은 수업에서 디지털 리터러시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보라고 모둠 과제를 줬어요. 과제 수행의 전제조건이 있어요. 내가 설명할 수 있는 단어로만 만들어야 한다는 거에요. 안 그러면 ‘복사+붙여넣기’를 하거든요. 선생님이 물어볼 때 설명을 못하면 과제를 안 한 걸로 치는 거죠. 아이들이 국어사전 찾아보고, 모르는 단어가 있다 싶으면 또 찾고. 오히려 어휘력이 풍부해져요. ‘디지털 리터러시란 이런 것이야’라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보고 배우게 교육하는 거죠.”
박일준 “아이들은 이미 스스로 배우고 있어요. 궁금한 거 생기면 검색해보죠. 학습효과 측면에서도 누가 가르쳐준 건 5%만 남는데 스스로 찾아보고 남한테 이야기한 건 95%가 머리에 남는다고 하거든요. 스스로 찾아보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답을 찾아내는 능력을 갖춘 사람과 아닌 사람 간에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는 시대가 곧 올 거에요.”
Q.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박일준 “기술적인 문제는 대부분 해결됐고 인식의 전환이 남은 것 같아요. 디지털이 메인 세상이라는 인식이에요. 클라우드로 모든 게 공유되는 시대잖아요? PC도 핸드폰도 개인 공간이 아니에요. 네트워크에 연결된 이상 공용공간이에요. 디지털 세상은 이제 광장이 됐어요. 우리가 공원 나갈 때 팬티 바람으로 나가지 않죠? 요즘 단톡방에서 남의 뒷담화 하다가 걸리는 일 비일비재하잖아요. 사적인 공간이라고 착각하는 거에요. 이 마인드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사회적으로 성공해도 한 방에 무너질 거에요. 미디어를 잘 쓰고 디지털 세상을 이해하면 성공하고, 아니면 성공할 수 없는 시대가 됐어요. 그만큼 디지털 리터러시는 필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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