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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집회 겨냥한 꼼수? 새누리당 집시법 개정 논란

‘대한문’ 집회 겨냥한 꼼수? 새누리당 집시법 개정 논란
“집회결사의 자유 침해 한다” “경찰에 잘못된 메시지 줄 수 있다”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이 지난 5일 국가지정 문화재 주변에서 열리는 집회나 시위로 인해 문화재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이를 금지·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학재 의원 외 김장실, 박인숙, 서상기, 손인춘, 유승우, 이만우, 이현재, 조원진,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함께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지정 문화재 주변에서 열리는 집회나 시위 때문에 문화재에 피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 문화재 관리자의 요청에 따라 관할 경찰서장이 집회와 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 집시법 개정안에는 문화재 보호 규정 외에도 벌금 액수를 상향 조정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학재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최근 도심에 위치한 중요 문화재의 주변지역에서 집회 또는 시위가 자주 개최되고 있어 문화재 훼손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2008년도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과정에서 경복궁의 서측 담장 일부와 기와장이 파손된 적이 있고, 최근에는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시위대의 농성천막 화재로 덕수궁 담장 지붕 서까래 일부가 훼손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나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해 주어야 하지만 최소한 국보급 문화재(국가지정문화재) 주변에서는 집회나 시위를 자제할 필요가 있고 문화재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면 해당 집회나 시위를 제한하거나 금지시킬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집시법 개정안으로 인해 집회결사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는 6일 보도 자료를 통해 “이 의원이 지난 3일 대표발의 한 이번 집시법 개정안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연대는 이어 “2010년 한나라당은 광우병 촛불을 겪으면서 야간집회 금지 조항을 날치기 시키며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며 “이번 개정 사항은 2010년에 이어 문화재 보호를 핑계로 집시법을 강화하고 벌금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일으켜 시민들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집회와 시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법학대학원 박경신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이번 개정안은 경찰이 집회 금지통고를 할 수 있는 범위에 문화재 근처도 포함시킨 것이다. 원래 외국공관이나 피해가 우려되는 주택가 근처, 군사시설에 집회를 신청한 경우 경찰이 금지통고를 할 수 있었는데, 그 금지통고 대상에 문화재 근처도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개정안 자체에 문화재 근처에서는 무조건 집회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은 없지만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경찰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경찰이 이 법의 존재로 인해 문화재 근처의 집회에 대해서는 무조건 금지통보를 하고, 이것이 관행처럼 굳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집시법 개정안이 ‘덕수궁 대한문’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대한문 앞에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정주민 등 사회적 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들의 목소리를 막기 위해 문화재 보호를 명목으로 집시법 개정안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의원은 법안 취지를 설명하며 “덕수궁 대한문 주변에서 최근 3년간 479차례 집회가 벌어졌고 신고된 누적 참석 인원만 총 10만 9455명으로 이번 달 역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집회가 신고 되어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 시민과 학생들의 역사 교육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온 국민이 뜻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신인수 법률원장은 “이 개정안은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농성장을 겨냥한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특정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률을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 사대문 안에 문화재가 한 둘이 아니다. 문화재 다 빼고 대사관 다 빼면 사실상 집회할 공간이 없다. 이번 개정안은 집회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