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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구조조정 반대하며 총장실 점거

중앙대, 구조조정 반대하며 총장실 점거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 요구한다”…중앙대 “절차적으로 이미 끝났다”

중앙대학교 학생, 학부모, 동문들이 지난 14일 중앙대가 인문사회계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생들과의 소통이 없었다며 총장실을 점거했다.
 
14일 오후 3시 중앙대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는 학교 측의 구조조정에 대한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총장실을 점거했다. 폐지될 예정인 4개 전공(인문대학 아시아문화학부 비교민속전공, 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학부 아동복지·청소년·가족복지전공) 학생들은 물론 다른 과 학생회와 학생들, 중앙대 동문과 학부모 150여명이 총장실 점거에 돌입했다. 해당 학과 교수들도 점거 총장실을 방문해 학생들과 대책을 논의했다. 공대위는 총장과의 대화, 학교와 학생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통한 구조조정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 총장실을 점거 중인 학생들
ⓒ조윤호 기자
 
 
학생들 “소통 없는 일방적 구조조정” vs 학교 “절차상 문제없다”
 
구조조정을 둘러싼 학교와 학생들 간의 갈등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생들은 지난 3월부터 학과 구조조정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이에 학생들은 4월 11일 학생총회를 열어 학교가 학문단위 구조조정 마스터 플랜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요구안을 통과시켰다. 학교 측이 공식적으로 구조조정 입장을 밝힌 것은 '중대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김호섭 인문사회계열 부총장(정치국제학과 교수)은 “후퇴는 없다. 전공 구조조정은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 부총장은 “학생들의 전공 선택비율이 낮은 전공에 대해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학교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예산이 풍부한 편도 아니기 때문에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공대위 문윤혜 부위원장(아동복지전공 4)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3월 말 풍문으로 구조조정에 관한 이야기가 돌았고, 아동복지학과의 경우 김호섭 부총장이 학교신문을 통해 입장을 밝히기 이틀 전인 4월 13일 학과 차원에서 부총장에게 면담을 요청한 자리에서 구조조정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만약 우리가 면담 요청을 하지 않았다면 구조조정에 대한 이야기는 못 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학생회와 구조조정 해당 학생회 및 타과 학생회는 물론 교지 '녹지', '중앙문화'까지 참가해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학생들은 공대위를 중심으로 학교 측의 구조조정 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자 중앙대는 공청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 측이 논의 안건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은 채 시간도 일방적으로 정해 통보했다며 공청회를 거부했다. 수십 차례 면담을 요청했을 땐 응답하지 않다가 형식적인 공청회만 개최하려 한다는 것이다. 결국 공청회는 무산됐고 학교와 학생들 간의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공대위는 문화제 등을 진행하며 학교 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중앙대는 지난 5월 21일 구조조정에 대한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박기석 전략기획팀장은 “인문사회계열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학칙 개정안을 대학본부에 제출해 이를 총장에게 보고했다”며 “인문사회계열에서 구조조정안을 정리해 제출했다는 것은 사실상 구조조정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호섭 부총장도 “구조조정안에 대한 결정은 끝이 났고 그 후속조치를 논의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공대위는 학생들과 학교가 참여한 협의체를 구성해 구조조정 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주장하며 총장과 면담을 요구했다. 하지만 공대위는 총장과의 면담 후 학교 측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판단하고 30일부터 본관 앞 공터에 천막을 치고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중앙대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가 중앙대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조윤호 기자
 
학과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학칙 개정이 필요한데, 학칙 개정은 교무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법인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 교무위원회에서는 이미 심의가 끝났다. 5월 21일 진행된 교무위원회 회의록에는 ‘학문단위 및 정원조정, 통폐합 전공 소속의 학생 및 교원에 관한 대책 및 후속조치를 준비할 것’이라고 나와 있다. 
 
논란이 되는 점은 대학평의원회가 심의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교수, 직원, 학생 및 동문대표자로 구성되는 대학평의원회(이하 평의회)는 의사소통이 없는 일방적인 구조조정 추진에 반대한다며 ‘조건부 심의 거부’ 입장을 표명했다. 강석남 중앙문화 편집장은 인터뷰에서 “평의회 심의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학교 측은 구조조정이 절차적으로 완료됐다고 말한다. 학칙에서 분명히 평의회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학교가 스스로 학칙을 어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1년 가정교육과를 폐지할 때도 이사회가 열리기 전 평의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가 폐지를 의결한 후 사후 심의를 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대위는 총장실 점거를 진행하면서 총장에게 평의회가 심의를 거부했는데도 계속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교 측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대 학생처는 14일 공대위와 진행한 면담 자리에서 평의회의 심의는 심의일 뿐 강제력이 없다는 점, 학교 측이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게 아니라 평의회가 심의를 거부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태영 공대위 위원장(비교민속학전공 3)은 “학교는 옳지 않은 방법이니 당장 점거를 풀라는 말만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를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라고 밝혔다.

왜 구조조정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중앙대는 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일까. 중앙대가 제시하는 근거는 ‘2011년, 2012년 학부학생 전공선택 현황’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구조조정 해당 4개 전공을 선택한 11학번의 수는 아동복지 3명, 청소년 2명, 가족복지 1명, 비교민속 6명이다. 해당 학과들의 2개년 평균 전공선택비율은 비교민속학전공 5.1%, 아동복지학전공 2.2%, 청소년전공 7.1%, 가족복지전공 3.3%다. 전공선택비율이 낮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몇몇 학생들은 전공선택의 결과가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중앙대는 2010년 학문단위 조정을 통해 18개 단과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 46개 학과·학부로 통폐합했는데, 이때부터 몇몇 학과가 폐지된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것이다. 안우혁 <중앙문화> 편집위원은 “2010년 이후 학생들 사이에서 몇몇 학과가 없어진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1학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이 2학년에 올라가서 없어질 과를 선택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중앙문화> 보도에 따르면 청소년전공, 아동복지전공, 가족복지전공을 선택한 11학번 학생들은 과 사무실로부터 “정말 그 전공을 선택할 거냐. 사회복지로 바꿀 수도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학교가 전공의 경쟁력을 강화할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구조조정을 진행하려는 비판도 나온다. 복지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겐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이 매우 중요한데, 학교는 사회복지전공을 제외한 아동, 가정복지 전공에서 사회복지사 관련 수업을 없애버렸다. 안우혁 위원은 “학교가 학과 경쟁력을 약화시켜놓고 그 책임은 학생과 교수들에게 지우려 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이 제시한 구조조정 이후의 후속조치도 논란의 대상이다. 중앙대는 지난 5일 구조조정 대상 학문단위에 대한 후속조치 방안을 공개했다. 11학번과 12학번은 전과가 가능하며 전과를 원하지 않은 경우 2017년 2월까지 수업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13학번의 경우 구조조정 해당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 2017년 2월까지 수업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문윤혜 공대위 부위원장은 “13학번 남자는 군대도 못 가고 쭉 학교에 다녀야 2017년에 졸업이 가능하다. 휴학도 못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유로운 전공 선택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상준 교무처장은 “졸업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대체과목을 지정할 것이다”며 “남은 학생이 많으면 전공과목을 계속 개설하는 등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점거한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 총장실에 '우리는 총장님과의 면담을 요청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조윤호 기자
 
 
점거현장 방문한 부총장…“이게 무슨 꼴이야”
 
이렇게 학생과 학교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총장실 점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저녁 9시 경 학생들이 점거 중인 총장실에 김호섭 부총장이 방문했다. 김 부총장은 학생들을 보며 “이게 무슨 꼴이야”라는 말을 던진 뒤 4대 학과 대표자들을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이용구 총장이 본관을 방문했으나, 이 총장은 “대화를 하면 즉각 점거를 거두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공대위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화는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