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작전성공? ‘내란’사건으로 뒤덮힌 SNS |
[SNS 말말말] “유신시대인가 싶더니 석기시대” “국정원 잔머리 잘굴렀다” “최대 피해자는 민주당, 김한길” |
“유신시대인가 싶더니 어느덧 ‘석기’시대”
한 누리꾼이 28일 국정원의 이석기 의원 압수수색을 보면서 남긴 말이다. 28일 국정원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및 통합진보당 관계자 10여명에 대해 내란예비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압수수색을 벌이고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파장은 엄청났다. 많은 언론은 검찰 관계자와 국정원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지하혁명조직을
만들었느니, 무장봉기를 시도했느니 하는 자극적인 뉴스를 쏟아내고 있으며, SNS와 인터넷도 관련 뉴스로 도배됐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정국이 ‘내란’ 정국으로 전환될 기세다.
SNS에는 “국회의원이 ‘내란음모’라니 충격”이라는 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몇몇 누리꾼들은 “통진당 진짜 문제 있는 것 아닌가” “국정원이 근거도 없이 이런 무리한 수사를 했을 리 없다”며 통합진보당을 의심했다.
반면 국정원이 무리하게 내란죄를 적용했을 것이란 반응도 많았다. 한 누리꾼은 “서울시청 공무원 간첩사건이 국정원의 기획 사건으로
판명한 게 엊그제인데 (국정원이) 이런 무리수를 두나”라고 비판했다. 다른 누리꾼은 “국정원은 박정근이 우리 민족끼리에
”맞팔해주세요“라고 맨션 보냈다고 ‘회합통신죄’ 혐의 때린 애들”이라며 국정원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건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고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당 등 야권이 위기에 처했다는
의견도 많았다. 촛불집회나 특검 요구 등을 통해 국정원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내란음모’ 사건으로 묻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이석기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민주당과 김한길 대표”라며 “일단 김한길 대표가 지금까지 뭘 했든 앞으로 뭘 하든 대중은 더
관심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국정원 개혁 요구에 대한 일종의 ‘되치기’로 이번 사건을 터트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지금 국정원 개혁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게 국내정보파트 축소나 폐지인데, 이건 하나 제대로 터지면 국내파트 축소는 완전히 물 건너가는 것”이라며 “만약
이걸 빌미로 국정원이 정치개입의 정당성을 주장하면 그건 진정한 공안정국의 개막”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자신들의 댓글 작업을
정당화하고 개혁을 막기 위해 ‘타이밍’에 맞춰 이번 사건을 터트렸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국정원이 3년인지 5년인지 전부터
이석기 등의 내란음모를 조사해왔다는 데, (그렇다면) 내란 수괴인 이석기가 국회의원 되는 걸 수수방관했다는 말이네”라고
꼬집었다.
몇몇 누리꾼들은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 없이 국정원 사건의 진상을 밝혀져야 하며, 국정원 개혁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누리꾼은 “통진당 사태는 국정원의 정치·대선개입과는 별개의 사건”이라며 “전자는 본래의 업무인 대공, 보안업무이고 후자는
국정원이 해서는 안 되는 국기문란 사안”이리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도 “통진당이 내란이 아니라 쿠데타를 준비했다 하더라도 국정원의
‘댓글 놀이’가 종북 대응 활동이 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사건과 이번 사건을 비교하며 국정원을 조롱하는 의견도 많았다. 한 트위터리안은 “통진당은 학습능력이 없냐”며 “(압수수색 올
때) 문 걸어 잠그고 ‘감금이다’라며 인권탄압 카드 흔들면 사건 해결되지 않냐”고 비꼬았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은 통합진보당이
관련 문서를 파기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숨어서 문건 파기했으니 혐의가 사실이라면 숨어서 파일 지웠던 국정원 김씨 혐의도
사실이겠네”라고 비판했다.
한편,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채널A, TV조선, MBC 등 주요 방송사를 비롯한 많은 언론이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확인이 덜 된 뉴스를 쏟아냈다. 특히 TV조선은 압수수색 현장을 생중계했는데, 누리꾼들은 “더 내란
라이브 찍냐” “9.11 테러 생중계 보는 줄 알았다”며 비판했다. 또한 많은 누리꾼들은 국정원 사건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던
언론들이 ‘내란음모’ 사건은 열심히 보도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