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차 대한문 분향소, 평택 공장앞으로 간다
국조 촉구 서명은 계속돼 “발 딛는 모든 곳 대한문으로”…“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대한문 앞에 죽어간 동료와 가족들의 분향소를 차리고 국정조사 촉구 농성을 이어 왔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1년 7개월 만에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앞으로 분향소를 옮겨 투쟁을 이어간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쌍용차범국민대책위(이하 범대위) 등은 16일 오후 네 시 반부터 대한문 앞에서 2009년 파업 이후
사망한 쌍용차 노동자들와 그 가족들 24명을 기리는 위령제를 지냈다. 김득중 쌍용차 지부장과 금속노조 간부들, 범대위 구성원 등이
대표로 술잔을 채우며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남문우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조사를 통해 쌍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오히려 전교조, 전국공무원노조
등 대대적인 노동탄압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쌍용차 지부는 지도부 중심으로 일치단결해서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 부위원장은 “다행히 쌍차에서 신차를 출시하면서 인력충원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이들이 무조건 해고노동자들을 복직시키진
않을 것”이라며 “이 싸움은 해고자 전원이 현장에 복귀하여 평화롭게 일할 때만 끝날 수 있다. 그 날까지 힘차게 싸우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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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16일 4시 반 열린 위령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
결의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한문을 떠나는 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주 범대위 공동대표는 “착잡하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쌍차 노동자들은 77일 간의 파업 이후 5년째 거리를 헤맸다”며 “하지만 착잡함을 넘어, 우리의 투쟁은 헛되지 않았다. 이곳 대한문엔 용산, 밀양, 강정 등 함께 살아남은 많은 연대투쟁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대한문을 떠나는 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분향소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향소를 설치하는 마음으로 다시 투쟁하는 이들의 분노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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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위령제에 참석한 쌍용차 노동자들이 절을 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은 “30년 동안 노동현장에 있었지만 쌍차처럼 끈질긴 싸움을 보며 큰 감동을 느낀 적은 없었다. 분열되어
있던 노동운동 내부가 쌍차 투쟁을 통해 단결하고 힘을 합쳤다”며 “싸우는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는 한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오는데, 그 이유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라며
“우리 마음속에서 쌍차가 죽지 않는 한 반드시 승리가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문이 가진 의미를 되새기는 발언들도 나왔다. 연세대 학생 한지영씨는 “대한문에서 수업시간에 배우지 못한 많은 것들을 배웠다”며
“경찰이 말하는 법과 정부가 말하는 질서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것, 자본이 생산성과 노동유연화라는 이름으로 평범한 사람의
목숨도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한씨는 “나의 행복은 나 스스로의 투쟁을 통해 지켜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내가 발 딛고 있는 곳이 어디든 그곳이 대한문이라 생각하고 계속 싸우겠다”고 밝혔다.
서울대학생 전주혜씨도 “대한문은 거울이다”며 대한문을 “우리가 잊고 지냈던 우리의 모습을 비춰준 거울”이라고 정의했다. 전씨는
“우리는 1년 반 넘게 분향소를 통해 같은 모습을 보고, 같은 얼굴을 보며 살아왔다”며 “여기서 벌인 자본과의 싸움, 국가
권력과의 싸움을 전국에서 펼칠 수 있다면 그곳이 곧 바로 나의 대한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쌍차 노동자들과 범대위가 분향소를 평택 공장 앞으로 옮기면서 대한문 앞 분향소는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시민
서명대는 그대로 유지되며, 쌍차 노동자 중 일부는 서울에 남아 다음달 7일까지 시민을 상대로 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오후 6시 45분 경 결의대회가 끝난 후 223번째 ‘사람이 희망이다’ 천주교 매일 미사가 이어졌다. 천주교의 미사는 다음주 월요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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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령제가 끝나고 난 뒤 꽃 한송이가 바닥에 놓여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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