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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용산참사 책임 전철연에 있어’ 칼럼 논란

세계일보 ‘용산참사 책임 전철연에 있어’ 칼럼 논란

세계일보 칼럼 ‘김석기를 위한 변명’에 전철연 항의방문…“용산참사 재발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세계일보의 한 논설위원이 칼럼을 통해 용산 참사의 책임이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에 있다고 주장해 전철연이 세계일보를 항의 방문하는 일이 벌어졌다.

조정진 세계일보 논설위원은 28일자 세계일보에 실린 칼럼 <김석기를 위한 변명> 에서 “유가족과 진상규명위원회는 진압을 승인한 서울경찰청장이던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쫓아다니며 출근 방해와 퇴진 및 책임자 처벌을 외치고 있다. 2009년 말 협상이 타결돼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의 보상비까지 받아냈으면서도 집요하게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며 민간인 희생자 5명과 경찰 1명이 희생된 ‘용산 참사’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또한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있던 ‘불편한 진실’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불편한 진실’이란 용산 참사의 책임이 용산 세입자들과 연대하던 ‘전철연’에 있다는 것이다.

조 위원은 전철연이 “우리가 책임지고 억대 이상씩 받아주겠다”며 용산 세입자들에게 연대를 권유했고, “보상금을 일정액 이상 받아내면 얼마씩 나눈다는 이야기도 오갔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던 세입자들에겐 천사가 따로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보상 협상이 마냥 지체되고 동원이 잦아지자 세입자들은 지쳐갔다. 100가구 넘던 전철연 연대 세입자가 20가구 안팎으로 감소했다”며 “오랫동안 공을 들인 전철연에 위기가 왔다. 동력은 자꾸 떨어지고, 철수하자니 아깝고….그로부터 며칠 후 남일당 사태가 터졌다”고 말했다.

   
▲ 28일자 세계일보 27면.

조 위원는 “전철연은 세입자들에게 카드빚을 내게 해서 망루를 만든다. 더 이상 뒤로 물러날 곳이 없게, 즉 악다구니만 남게 한다”며 “막판까지 남은 세입자는 결국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직업시위꾼들인 전철연은 세입자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재개발 현장마다 개입해 먹고 사는 기업형 폭력시위 대행회사인 셈”이라며 “책임은 그들에게 물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용산철거민참사 범국민대책위(이하 대책위)는 즉각 반발했다. 대책위는 성명을 내 “오랫동안 품고 있던 진실이라며 마치 새로운 주장이나 근거를 공개하는 냥 써대는 글은, 이미 2009년 이명박 정권이 철거민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반복했던 이야기의 판박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세계일보 칼럼이 용산 유가족들과 전철연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5년 동안 피눈물 흘리며 거리를 헤매는 유가족들을 돈 달라고 떼쓰는 사람들로 매도하며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책위는 “전철연에 대한 근거 없는 매도는 사악하기까지 하다”며 “전철연, 철거민단체만 없애버리면 살인적인 강제철거라도 사라진다는 말인가? 자본의 이윤만을 위한 개발과 폭력적인 강제철거를 정당화 시키는 개발악법이 존재하는 한, 또 다른 전철연들은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모르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전철연은 2일 세계일보를 항의 방문했다. 전철연은 2일 오후 2시 30분 경 세계일보를 찾아가 홍광표 세계일보 기획조정실장과 조정진 세계일보 논설위원을 면담했다. 전철연은 ▷허위사실에 대한 세계일보 측의 사과문 ▷철거민들의 지면기고 ▷조정진 논설위원이 직접 쓴 사과문을 요구했고, 홍광표 실장은 전철연 측에 “사장이 오면 내부회의를 거쳐 오늘(2일) 10시까지 그 내용을 알려 주겠다”고 밝혔다. 

이충연 용산철거대책위 위원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칼럼을 쓴 조정진 논설위원에게 전철연이 세입자들에게 돈을 받기로 했다는 부분에 대한 근거와 전철연이 폭력대행업체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물었으나 제대로 된 근거를 대지 못했다”며 “세계일보는 용산4구역 개발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지면을 통해 세입자들 권리에 대해 이야기한 적도 없다. 나아가 허위사실까지 칼럼에 쓰니 너무 일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정진 세계일보 논설위원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을 모험이라고 생각하고 썼기 때문에 항의는 충분히 예상했다”며 “아무리 어렵고 그래도 철거민들이 생명을 담보로 싸우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쓴 글”이라고 밝혔다. 조 위원은 “칼럼 내용 속 사실관계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고 있으며, 회사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겠냐고 물어 부딪쳐보자는 쪽으로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전철연은 3일 세계일보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며, 칼럼의 내용 중 ‘전철연이 용산 세입자들에게 돈을 받기로 했다’는 부분 등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고소를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