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티셔츠에 캄보디아 노동자의 피가 묻어있다
[리뷰] 세계화의 민낯 드러낸 추적60분…‘의도’ 빛났지만 중심 못 잡은 한계점 아쉬워
KBS <추적60분>이 최근 벌어진 캄보디아 유혈 사태를 탐사보도하며 세계화의 민낯을 보여줬다. 8일 방송된
<추적60분> ‘메이드인캄보디아, 국경 넘은 봉제 산업 시험대에 서다’ 편은 임금인상 시위로 노동자와 캄보디아 정부가
충돌하면서 사망자까지 발생한 캄보디아 프놈펜 사태를 다루었다.
지난 1월 3일 봉제공장 100여 곳이 밀집한 캄보디아 프놈펜의 카나디아 공단 인근에서 노동자 5명이 죽고 20명이 다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월 80달러라는 낮은 임금으로 살아가던 캄보디아 봉제공장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장기간 시위를
벌였고, 이 요구에 야당이 화답하면서 시위의 양상이 정치적인 성격을 띠게 됐다.
시위가 장기간 지속되자 캄보디아 정부는 더 이상의 폭력시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군을 동원해 강경진압을 시도했고, 결국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추적60분>에 등장한 캄보디아인들의 말에 따르면 “수십 명이 사망했고, 군인들이 가져가지 못한 시체가
5구일 뿐”일 정도의 대형 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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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KBS 추적60분 갈무리 |
<추적60분>은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의 처지에 공감하고,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시위를 이유로 바이어들이 계약을 중단하면서 재고가 잔뜩 쌓이게 됐다는 것이 한국 봉제 사장들의 이야기다. 80달러를 줘도 남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사정이다. 이들의 모습은 한국에서 ‘최저임금’ 올리자는 주장에 반대하는 또 다른 ‘을’들, 영세자영업자들의 모습과 매우 닮아있다. <추적60분>은 세계적 자본주의 앞에서 이들도 ‘을’이라는 점을 조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번 ‘메이드인캄보디아’편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이후 주춤했던 <추적60분>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추적60분>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 방통심의위 제재를 받고, 제작진이 바뀐 (물론 외압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이후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 보다 상대적으로 말랑말랑한 주제들을 다뤄왔다. ‘인공고관절 리콜’ ‘아동 성범죄자’ ‘암 발병 원인’ ‘개인정보’ ‘심리부검’ ‘관상’ 등 사건 사고나 개인적인 문제와 관련된 이슈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캄보디아 편은 달랐다. 군의 유혈 진압에 한국이 개입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 논란이 된 캄보디아 유혈사태를 정면으로 다룬 것이다.
누리꾼들은 <추적60분>이 방송되는 동안 “오늘 추적60분 꼭 보시길. 캄보디아 사태 나옵니다” “우리나라 공순이들이 생각난다” 등의 의견을 쏟아내며 이번 ‘캄보디아’ 편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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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KBS 추적60분 갈무리 |
하지만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전 세계적 자본주의와 세계화를 지목하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모순적인 상황을 다루다보니 ‘피해자’는 많은데 ‘가해자’는 보이질 않는다.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 중심이 없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훑어내는 느낌이 든 것이다. 70-80년대 한국의 상황을 떠올리면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야하지만 임금이 올라갈 경우
투자자들이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고, 한국 봉제 사장들은 생존의 위협에 직면한다. 봉제 사장들도 ‘을’로 만들어버리는
‘갑’(<추적60분>에서 ‘바이어’로 표현되는)의 실체에 더 주목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유혈 사태에 한국 기업과 정부가 개입되어 있다는 의혹을 곁가지로 다룬 것도 아쉬운 점이다. 한국 기업들이 안전을 이유로 캄보디아에
시위 진압을 요구하고, 외교부도 한국 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추적60분>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 혹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70-80년대 착취당한 한국이
이제 ‘작은 제국’이 되어 다른 나라의 군대까지 움직이는 모순을 보여줬다면 ‘세계화’의 현실이 더 잘 드러났을 것이다. 추가적인
팩트가 없어서 그랬지만, 이 의혹을 그냥 하나의 해프닝 정도로 취급하고 넘어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 시청자는
<추적60분> 시청자 게시판에 “오늘 방송의 주제가 뭐냐”며 “예고편은 한국자본이 캄보디아정부와 함께 야합해서
시위탄압을 주도 한 것처럼 보이더니 본내용은 그냥 캄보디아 저임금 노동자들 생활상만 보여주다 끝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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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KBS 추적60분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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