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에 두 번 ‘해고’ 류승완 박사 첫 재판 열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이유로 해임돼…“학문의 길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
성균관대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다 강사직을 박탈당한 뒤 연구소 연구원으로 복직됐으나 언론과의 인터뷰를 이유로 해임된 류승완 박사(전 동양철학과 시간강사)의 해고무효확인소송 첫 공판이 열렸다.
류승완 박사는 2011년 2학기 강의배정을 통보받았다가 뚜렷한 이유 없이 강의 배정이 취소됐다. 류 박사는 자신이 학교 정책이나
제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특히 삼성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했다는 이유로 강의가 취소됐다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류 박사는 718일 간 1인 시위를 이어가다 지난해 7월 성균관대 동양철학‧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임용되면서 시위를 풀었다. 하지만
류 박사를 연구원으로 임용한지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은 지난해 9월 6일, 성균관대 동양철학‧문화연구소는 연구원 임용계약을
해지했다. (관련 기사 : <성대, 류승완 박사 ‘인터뷰’ 문제 삼아 또 해임했다>)
계약해지 사유는 류승완 박사가 계약서에 명시한 ‘품위유지’ 및 ‘신의성실의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류 박사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연구원 임용과 계약과정에 관해 과장‧왜곡된 주장을 했고, 연구소와 성균관대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성균관대가 문제 삼은 인터뷰는 미디어오늘 9월 2일자 온라인 판 <삼성을 이긴 박사 “불합리한 금기 안 깨면 오래 못 가”>였다. 성균관대는 기사가 나갔을 때도 미디어오늘에 여러 차례 기사 수정을 요구했고, 류 박사를 해임한 9월 6일 미디어오늘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 11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류승완 박사의 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
류 박사 측 변호인은 “복직합의 2개월이 채 안 되었는데 해고조치를 단행한 것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없다”며 “징계위원회도 거치지 않았으며, 해고 이전에 본인에게 해고를 통보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해고 이후에 서면으로 통보하는 등 절차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청구원인사실을 밝혔다. 변호인은 “또한 언론 인터뷰는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하며, 그러한 사유를 이유로 복직합의를 2개월 만에 깬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류 박사 측은 해고무효확인, 해고일로부터 복직일까지의 임금(월 150만원).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1000만원을 청구했다.
성균관대 측 변호인은 류 박사가 근로자가 아니기에 해고무효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류 박사는 연구원으로 임용된 게 아니라 연구소에서 위촉받은 객원연구원이고, 사용-종속 관계도 없으며 근로자도 아니다”며 “계약서 내용에도 근무시기와 장소 업무과제 등에 대한 명시가 없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또한 “류 박사가 2년 간 학교 내에서 1인 시위를 지속하며 업무방해를 해왔고, 유학과 교수님들이 다른 단과대에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선처 차원에서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성균관대 측은 재판에 필요한 자료를 제 때 제출하지 않아 판사에게 쓴 소리를 듣기도 했다. 담당 판사는 “자료를 전자로 접수하라고 한지 한참 됐는데 왜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류 박사 측 이용우 변호사는 “10월 30일 소장을 접수한지 100일이 넘었는데 자료도 제대로 접수하지 않는 것은 고의적인 소송 지연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측 변호사는 관련 자료를 접수하겠다고 말했다.
류승완박사 부당해고 대책위원회 등은 공판 이후 11시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자가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시키고, 대학신문의 발간과 배포를 막고 심지어 대자보라는 기본적인 학생들의 의사표시마저 억압하는 일이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성균관대는 류승완 박사에게 강의를 배정하고 연구소에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시간강사가 배고픈 학문의 길이나마 이어갈 수 있도록 조속하고 현명한 판단을 부탁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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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에 참석한 류승완 박사(가운데). 사진=조윤호 기자 |
류승완 박사는 “나름 소신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그런데 학교는 두 차례 해임을 하고, 연구를 하려는 학자를 연구실에서 쫓아냈다”며 “도서관 출입도 하지 못해 학생들에게 책을 빌려 논문을 썼다”고 밝혔다. 류 박사는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정말 마음이 괴로웠다”며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인문학자로서 연구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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