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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SBS, 박근혜 드레스덴 연설 돌연 생중계 왜?

MBC·SBS, 박근혜 드레스덴 연설 돌연 생중계 왜?

KBS 비롯 방송3사 동시 생방송…네덜란드 연설 이어 또…“‘대통령 바보’된 방송3사”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토론회와 박근혜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개회식 연설을 생중계했던 MBC·KBS·SBS 방송3사가 박 대통령의 독일 드레스덴 공대 연설을 생중계한다.

독일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독일의 상징도시인 드레스덴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고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통일 독일의 상징도시에서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혔던 ‘통일 대박’을 실현하기 위한 통일 구상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MBC·KBS·SBS 등 방송3사는 이러한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하겠다는 듯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을 생중계한다. 방송3사는 28일 오후 6시 40분 일제히 연설을 생중계한다. 생중계를 가장 먼저 결정한 곳은 KBS다. SBS는 원래 녹화방송을 계획했다가 오늘(28일) 오전 생중계를 결정했다. SBS 관계자는 “수요일까지 편성표에 녹화방송으로 잡혀 있다가 오전 11시 생중계로 바뀌었다. 급하게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MBC 역시 녹화방송을 계획했다가 28일 오전 생중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송3사가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며 “언론사들이 과잉 충성을 하는 것이며, 이런 식의 방송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 역시 “국가가 나서서 중요한 정보를 알리는 것은 중요하지만 방송은 대통령의 것이 아니다”며 “다양한 시청권을 보장해야 하는 공중파가 일제히 정권의 입맛 맞추는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송3사가 일제히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대통령 홍보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방송3사는 지난 20일 열린 청와대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생중계했다. 박근혜 정부는 규제를 ‘암덩어리’로 묘사하며 규제개혁 의제를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3사는 토론회도 아닌 회의를 생중계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었다.

생중계 결정도 기습적이었다. KBS는 회의 하루 전인 19일 오전, MBC는 19일 오후 중계를 결정했다. SBS는 20일 당일에도 편성표에 회의 생중계는 없었다. 자사 중계가 아닌 KTV의 송출을 받아 중계한 것만 봐도 생중계가 얼마나 급하게 결정 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방송3사는 지난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개회식 연설을 생중계했다. MBC와 SBS는 기존 정규방송을 늦추거나 앞당기면서 박 대통령 연설 생중계에 집중했다. SBS 드라마 <신의 선물>과 MBC 드라마 <기황후>는 생중계 연설을 위해 원래 방송 시각보다 15분 앞당겨진 9시 45분부터 방송됐고, 15분 늦게 방송될 예정이던 SBS <힐링캠프>는 대통령의 연설이 길어지자 아예 결방됐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월드컵 4강도 아니고 방송3사가 일제히 정부 홍보성 보도를 하는 등 방송이 정권에 유착되어 있는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처음엔 KBS가 앞장서다가 이제 SBS까지 같이 따라다니는 식으로 되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땡전뉴스 그 이상으로 봐도 되지 않나. 방송3사가 대통령 밖에 모르는 ‘대통령 바보’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