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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라 욕먹는 한국 언론, 노동 보도는?

‘기레기’라 욕먹는 한국 언론, 노동 보도는?

노동절 맞아 한국 언론의 ‘노동’ 보도 토론회 열려…“공정한 노동 보도는 헌법상 의무”

124주년 노동절을 맞아 열린 ‘노동’ 보도 토론회에서 한국 언론이 정부의 발표를 일방적으로 받아쓰며 왜곡된 노동보도를 하고, 정부가 이 보도로 홍보를 하면서 노동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오후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 언론의 노동 보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작년 말 철도노조의 파업 국면에서 정부와 언론사가 은밀한 공조를 했다고 비판했다. 언론이 정부나 철도공사의 자료를 취재나 검증없이 기사화하고, 기사를 정부나 철도공사나 눈 등을 통해 재발송하면서 왜곡보도가 재생산된다는 것이다.

백 팀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동아일보의 ‘하루 승객 15명인 역에 역무원 17명’ 기사를 들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12월 26일 강원도 한 기차역의 2010년 철도 운송수입이 1400만원인데 반해 인건비는 11억 3,900만원이었다며 효율성이 낮은 역이 많고 이 역을 구조조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강성노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국토부 공식 트위터 계정은 이 기사를 13차례에 걸쳐 리트윗했다. 하지만 이후 CBS 노컷뉴스 보도에 의해 이 기사가 잘못된 국토교통부의 잘못된 자료를 출처로 한 것이며. 해당역 근무자들에게 확인도 하지 않은 기사라는 점이 드러났다.

철도노조 파업 당시 언론은 정부 발표에 따라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백 팀장은 “철도파업의 정당성 및 합법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 등이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부와 언론이) 무조건 불법으로 규정했다”며 “철도노조 지도부 및 파업 참여 조합원이 불법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처럼 기사화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22일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를 잡으러 민주노총을 침탈했을 때 몇몇 언론의 보도는 매우 자극적이었다. 정호희 민주노총 홍보실장은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기자들은 기레기 취급을 받았다. 우리는 이 같은 행태를 작년 말 민주노총 침탈 때 익히 겪었다”며 “공권력의 민주노총 침탈에 대해 어떤 종편은 스포츠 중계하듯 하루종일 보도했고 유리창을 부수자 ‘공권력은 저래야 되요!’라고 환호성을 질렀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한 달 가까이 진을 치고 있던 매체들 중 다수는 분석적 보도보다 수배자가 어디 있는지에만 관심을 보였고 중계차를 대놓고 매시간 똑같은 가십성 리포트를 했다”며 “이런 행태가 일상이다 보니 세월호 침몰에서도 오열하는 유족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어린 생존 학생들에게 마이크를 경쟁적으로 들이대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이 정치권력 못지않게 자유롭지 않은 곳이 경제권력. 즉 삼성이다. 홍명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교육위원은 “택시 기사가 신라호텔 건물을 들이받은 일이 있었는데 이 사고의 변상액 4억원을 호텔에서 물지 않겠다고 밝힌 내용의 기사가 400개 쏟아졌다. 바로 전날 아침 국회에서 있었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사장들과 삼성 자본의 노조 탄압 증거에 대한 폭로 기자회견 이후 2-3개의 기사만 나왔던 것에 비하면 비교도 되지 않은 숫자”라고 밝혔다.

지난 3월 말에는 <뉴스1>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삼성 본관 앞 상경 투쟁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를 내보낸 일이 있었다. 1박 2일 노숙 농성을 하고 이른 아침 일어난 노동자들이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거나 늦은 밤 여성을 희롱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이후 <미디어오늘> 보도에 의해 해당 기사를 쓴 최모 기자는 둘째 날 현장에 없었고, 기사에 첨부한 사진 역시 삼성에서 보내준 것이었으며, 지나가는 여성을 희롱했다는 사실 역시 본인이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니었다.

관련 기사 : <뉴스 1,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악의적’ 보도 논란>

기자들, 언론들 스스로 ‘자본의 횡포’에 자유로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 시스템으로 가는 과정 속에서도 매체를 불문하고 서로 문제의식을 공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려는 것도 또한 중요할 것이다.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는 공정한 노동보도가 ‘헌법상 의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 기자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언론이 평형 수가 아니라 힘의 쏠림을 부추기는 보도관행을 지속할 경우 대한민국 호 전체가 전복될 수도 있다. 자본의 일방적 논리에서 벗어나 책임 있고 균형 있는 보도로 노동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헌법적 의무이자 시대적 소명”이라며 “노동문제를 노사 간 이익이나 권리분쟁에 앞서 헌법상 기본권의 문제로 접근하려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