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보도국장, 문창극 보도누락에 “모두 제 탓” 사과
성회용 보도국장, 문창극 보도 누락 사태에 “진심으로 사죄한다, 스스로 채찍질하겠다”
성회용 SBS 보도국장이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망언 동영상을 확보하고도 보도가 누락된 사태와 관련해 사과 입장을 밝혔다.
성 보도국장은 23일 오전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글에서 “모두 내 탓”이라며 “다시 한 번 SBS 보도국에 계신 동료 선후배들에게 죄송하고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구구한 변명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성 보도국장은 보도국장 취임 이후 ‘불통’이 이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바쁘다는 핑계로 SBS 보도국 식구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도, 이런 저런 목소리들을 고루 새겨 듣지 못한 것도, 내 불찰”이라며 “격하고 때로는 경솔했던 표현 방법 역시 제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돌이켜 보면 나 역시 젊은 시절 선배들에게 적지 않은 불만을 가졌고 그런 이야기들이 아래위로 공유돼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지 않는 것에 분노했다”며 “보도국에서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생각 역시 젊은 시절의 저와 다르지
않으리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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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SBS ‘나이트라인’ 화면 갈무리. SBS는 KBS가 9시뉴스에서 문창극 후보자의 발언을 보도하고 난 이후 나이트라인에서 관련 소식을 전했다. |
성 보도국장은 사과문에서 “그동안 허심탄회하게 제기된 여러 가지 문제들, 반성과 변화를 바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구성원 여러분들께서 더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내가 보도국을 맡은 이후에 직간접적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 수양이 부족해 많은 분들께 실망을 남긴 점 다시 한 번 아프게 새기고 뉘우치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겠다”고 말했다.
성 보도국장의 사과문 게시는 지난 20일 이루어진 최영범 보도본부장과 SBS 기자협회 집행부 간의 면담의 결과로 보인다. 최 보도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기자협회가 요구한 △고위공직자 검증을 위한 상설탐사보도팀 구성 △편집회의 투명성 강화 방안 △협회원들과의 상시적인 소통 등을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보도본부장은 이날 기자협회가 요구한 간부들에 대한 문책에 대해 “사장이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기자들이 전했다. 기자들에 따르면 최 보도본부장은 “보도국장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서 조만간 적절한 방법을 통해 다시 한 번 입장 표명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23일 오전 임원회의에서 성 보도국장에 대한 경고가 있었고, 이후 성 국장이 사내 인트라넷에 이와 같은 사과문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성 국장이 사과 글을 올린 이후 사내 인트라넷에 성 국장을 비판하는 글도 여러 개 올라왔다. SBS의 한 앵커는 인트라넷에 올린 글에서 “거취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면서도 “다만 이렇게까지 된 것이 방식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건 말씀드리고 싶다. 단지 무서워서, 격해서 소통이 안 된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배의 뉴스 철학에 동의하지 못하는 후배들이 많다. 후배들의 생각을 깎고 다듬는 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그 생각을 칭찬하고 독려하고 더 많은 생각이 나오도록 하는 게 현장이 바라는 국장의 리더십”이라며 “동료나 후배들이 아니라 권력자들을, 가진자들을 주눅 들게 만드는 뉴스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SBS 정치부 기자들은 지난 10일 문창극 후보자의 ‘식민지배는 하나님 뜻’ 발언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입수해 데스크와 보도국장에 보고하고, 11일 보완 취재를 해 다시 보고했으나 결국 SBS 뉴스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시간 뒤인 KBS <뉴스9>에서 문창극 동영상을 보도하면서 SBS 내부에서 ‘보도 누락’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면서 정승민 정치부장과 성회용 보도국장은 지난 13일 편집회의와 16일 편성위원회 등을 통해 ‘확인이 더 필요했다’ ‘시간을 들여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판단착오였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기자들은 보도국장의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17일 총회를 거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고, 보도국에 책임자 문책 및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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