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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긴축’ 골자로 한 비상경영 선언…왜?

SBS, ‘긴축’ 골자로 한 비상경영 선언…왜?

제작비 삭감 및 희망퇴직 등 제안…노조 “경영 실패 책임지지 않은 경영개악 안”

SBS가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이웅모 SBS 사장은 지난 1일 오후 열린 3분기 조회 시간에 긴축경영 등을 골자로 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SBS는 1일 ‘2014년 SBS 경영기조 재검토(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서 SBS는 연말까지 큰 적자를 예상하고 이를 극복할 방안으로 제작비 삭감 및 중간광고, 총량 광고제를 제안하고 있다. 임금 피크제와 성과급 임금제, 근무제도 변경 및 희망퇴직 등 노사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SBS가 내세우는 비상경영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황선복 SBS 기획팀 차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경기적인 요인과 구조적인 요인이 있는데, 경기적인 요인으로 지상파 광고시장이 축소되는 추세를 들 수 있다”며 “구조적인 요인으로 실시간 시청률과 시청량의 감소를 들 수 있다. 시청자들의 미디어소비 형태의 변화로 인해 지상파의 시청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차장은 “이와 같은 경기적인 요인과 구조적인 변화를 맞아 단기적인 비용절감과 중장기적인 구조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상경영을 선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월드컵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SBS는 국제축구연맹으로부터 약 760억 원을 주고 중계권을 확보해 KBS와 MBC에 되팔았고, 3사는 각각 4:3:3(KBS:MBC:SBS) 비율로 중계권료를 지불했다.

하지만 방송3사의 월드컵 방송광고 판매액이 지불한 중계권료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전 3경기는 광고가 완판 됐지만 나머지 경기의 광고 판매는 부진하고, 한국 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추가적인 광고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현지 프로그램 제작비와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방송사별로 100억 원 이상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황선복 차장은 이에 대해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결산도 해보지 않아 월드컵이 비상경영의 원인이라 단정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인 5월까지도 적자상황이었고, 작년과 비교해도 상당한 수지 악화가 이루어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채수현, SBS본부)는 경영진이 월드컵 방송의 실패로 인한 여파를 직원들에게 떠넘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SBS본부는 2일 오전 발표한 논평에서 “이번 긴축, 비상경영 계획은 지상파 방송의 경제적 어려움을 핑계로 월드컵 방송의 실패 책임을 피해갈 목적이거나 노동조합을 상대로 해묵은 숙제를 한 번에 털어보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SBS본부는 “지상파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2004년 이후 지상파 광고는 매년 1000억 원씩 감소했고 종편의 시장 진입으로 그 어려움은 예상하고도 남음이 있었다”며 “오늘 SBS의 비상경영 원인은 예견된 어려움을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경영진의 직무유기와 안일함으로 치른 브라질 월드컵 중계방송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SBS본부는 또한 “비상경영에 들어가면서 사측이 내놓은 임원들의 책임은 직책수당과 보직수당 조정으로 겨우 얼마의 인건비를 줄이는 것 뿐이었다. 대신 사원들에게는 희망퇴직으로 포장한 구조조정과 높은 업무강도를 요구하였다“며 ”본인들의 무능을 사원들에게 떠넘기는 염치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나아가 ”경영자가 경영실패를 책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선으로 포장한 사측의 경영개악 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