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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목도 범위도 없는 언론고시, 감 좀 잡아보자!

과목도 범위도 없는 언론고시, 감 좀 잡아보자!

[서평] 언론사 패스 심층지식 / 김정섭 지음 / 한울 펴냄

흔히 기자, PD, 아나운서 등 언론인을 뽑는 시험을 ‘언론고시’라 부른다. 실제 국가고시는 아니지만 지망생들이 많고 뽑는 인원은 많지 않아 경쟁률이 높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필기시험의 난이도는 어려운 것을 넘어 종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혹은 대기업 적성검사와 달리 명확한 시험과목이나 출제 범위도 없다.

더욱이 갈수록 필기시험은 어려워져가고 있다. 점점 경쟁률이 높아지고, 공부를 많이 한 인재들이 몰리면서 ‘변별력’을 갖기 위해 벌어진 일이다. 토익 성적과 스펙이 고만고만한 상황에서 수많은 지망생을 상대로 면접을 실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예전처럼 자투리 시사상식이나 교양과 같은 단편 지식을 묻는 것과 지원하는 회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측정하는 문제부터, 여러 가지 지식과 감각, 창의력과 융합적 지식을 총동원해야 하는 심도 있는 문제까지 출제된다. 언론인으로서의 관점과 철학을 반영해야 하는 문제, 창의적인 대안과 방안을 요구하는 문제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오랜 시간 앉아서 암기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고시 지망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잘 정리된 수험서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정섭 교수가 쓴 <언론사 패스 심층지식> 시리즈는 종잡을 수 없는 필기시험의 늪에서 헤매는 언론고시 준비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수험서다.

이 책의 저자 김정섭은 95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15년 간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편집부, 기획취재팀, 문화부, 미디어부 등을 거친 잔뼈가 굵은 언론인이다. 그는 또한 성신여대 방송영상저널리즘스쿨 원장을 맡아 언론인들을 육성하고 있다. 현장에서의 경험과 교육의 경험을 두루 갖춘 이의 시각으로 ‘필요한 지식’을 뽑아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내용 면에서 지식의 학습에서 최대의 질적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관련 분야에 대한 교육 경험을 충분히 살려 예비 언론인을 비롯한 대학생과 동시에 사회인들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넓고, 깊고, 상세하게 특화했다는 것이다. 즉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확보하기 힘든 어려운 내용들을 충분히 담았다는 뜻이다.

   
▲ 언론사 패스 심층지식 / 김정섭 / 한울 펴냄
두 번째는 형식면에서 지식과 상식, 교양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분류 및 기술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학습자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가장 편리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유사한 항목과 비교해야 할 항목을 중심으로 분류하면서 각 개념과 사례들을 서로 연계하여 풀이하는, 시각적으로 간결·명료한 형식을 도입했다”고 말한다. 가급적 한자와 영어도 병기해, 학습하는 속도와 능률을 올릴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한 때 언론고시 지망생이었던 입장에서,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며 시사상식을 외웠던 입장에서 보면 이 책이 다른 책에 비해 엄청나게 특별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다만 이 책의 맨 첫 장인 ‘언론/미디어/정보통신’ 부분은 정리를 잘해두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언론이나 미디어 관련 용어를 가나다순으로 정리해놓은 게 아니라, 주요 기능/뉴스가치 판단기준/바람직한 언론의 역할 등 체계적으로 분류해놓았다.

용어를 외우고 기억하느라 지쳤던 기억이 있었던 ‘예비언론인’ 입장에서, 만약 이 책으로 언론/미디어 관련 용어를 공부했다면 공부하기가 훨씬 재밌고 수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사상식을 암기한다는 느낌보다는 언론 관련 수업 내용을 정리한 노트를 읽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사상식 중 언론의 기능과 역할, 저널리즘의 기본원칙과 보도원칙이 이 책의 맨 앞을 차지하고 있다. 언론고시 지망생들이 가장 많이 읽고 새겨야 할 부분이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깨끗한 문제집이라도 맨 앞장은 지저분한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예비 언론인들은 이 책을 활용하여 언론사 입사를 위한 공부를 하면서 내가 언론인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과 자세, 나아가 어떤 철학을 갖고 일해야 하는지 미리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요즘처럼 ‘기레기’가 난무하는 시대, 이 책 그리고 이 책으로 열심히 공부해 언론고시에 합격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이 책의 첫 장 내용을 ‘실천’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