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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8천원 더 내야 진보가 산다”

“고용보험 8천원 더 내야 진보가 산다”

[인터뷰] 조성주 정의당 대표 후보, “진보정치 전략은 실업안전망 강화… 청년들 목소리 정치에 반영해야”

원내유일의 진보정당, 정의당에는 노회찬·심상정이라는 스타 정치인이 있다. 지난 주말 시작된 3기 당 대표 선거도 노회찬과 심상정, 두 후보의 양강 구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이 양강 구도에 37세의 청년 정치인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조성주 정치발전소 공동대표다.

조성주 후보는 노회찬·심상정 후보가 아닌 자신을 선택해달라며 ‘2세대 진보정치’를 정면에 내세웠다. 미디어오늘이 23일 ‘진보정치의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조 후보를 만났다. 조 후보는 민주노동당 연세대 학생위원장과 민주노동당 최순영·홍희덕 의원 보좌관을 지냈으며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서울시 노동전문관 등을 지냈다.

- 37세의 당 대표. 한국에선 잘 상상이 안 간다.
“상상이 안 간다기보다 익숙지 않은 것이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가 마흔에 노동당 당수가 됐고 데이비드 케머런이 39세에 보수당 당수가 됐다. 진보정치가 바뀌어야하는 시점이 왔다고 판단했고 이런 문제의식을 공론장에서 토론할 수 있는 시기가 선거라고 생각해 출마했다.”

- 노회찬·심상정이 아닌 조성주가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는. 
“두 분은 진보정치를 대표하고, 나아가 한국정치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분들이다. 하지만 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두 분이 대변한 1세대 진보정치로는 안 된다.“

- 1세대 진보정치의 관성은 무엇이고, 2세대 진보정치란 또 뭔가. 
“세 가지 측면이 있다. 첫 번째는 리더십이다. 1세대는 스타플레이어 중심의 리더십이다. 하지만 이제는 ‘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조직이다. 1세대는 운동조직과 정치조직 사이에서 왔다 갔다 했다. 바깥과 연대하고 외연을 확대해 당이 강해진다고 생각했다면 2세대는 정당중심으로 가야한다. 사실 이는 정치의 본연이기도 하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정책이다. 1세대가 산별노조와 기존 사회단체의 요구를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면, 2세대는 제도 안에서 대변되지 못한 이들을 대변해야한다. 노동조합이 포괄하지 못하는 노동자들, 노동이라고 불리지도 못하는 일을 하는 노동자들. 복지제도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다. 또한 2세대는 미래세대를 대변해야 한다. 국민연금이나 노동문제가 대표적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이해관계와 이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이 있지 않나.”

   
▲ 조성주 정의당 당대표 후보. 사진=조성주 선본 제공
 

- 2세대 진보정치를 정책으로 만든다면. 
“비정규직 문제를 노조 중심으로 접근하는 관성이 있다. 물론 싸움이 있는 곳은 가서 해결해야한다. 하지만 실제 비정규직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고용보험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실업을 반복하면서 실업의 공포에 노출돼 있다. 실업안전망을 재정비해야한다. 청년유니온에서 활동할 때 불편함을 느꼈다. 그렇게 싸우던 전경련과 경총,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정부에서 고용보험료 올리자고 하면 한 목소리가 된다. 고용보험료 올리면 정규직이 부담이 커지고 비정규직은 거의 부담이 없다. 청년 노동자들을 위한다는 노동계가 고용보험료 인상에 반대하는 게 맞는 건가. 노동계는 ‘국가일반재정’으로 충당하라고 주장하는데, 비정규직을 대변하는 조직도 세력도 없으니 다른 사업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노동자가 부담하는 보험료 0.65%를 1%로 올리자. 월 300만원 버는 정규직이 한 달에 8000~9000원 더 내면 된다. 이것이 불러 일으킬 효과는 엄청나다.”

- 어떤 효과가 있나. 
“왜 청년들이 ‘열정페이’를 감당할까. 더러워서 그만두고 싶어도 자발적 이직자에겐 실업급여를 안 주니까. OECD 국가 중에 자발적 이직자에게 실업급여 안 주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 실업급여 주면 청년들은 열정페이 주는 직장 그만두고 실업급여 받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정규직 양보론’이라고 반발할 수도 있지만 노동의 미래에 투자한다고 생각을 바꿔야한다.”

- 논란이 많았던 국민연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안에 반대한다. 노후소득 보장도 중요하지만 세대 내, 세대 간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40%로 유지하되 기초연금을 확대하는 게 맞다. 국민연금은 가입자한테만 주는데, 수많은 노동자들이 국민연금도 가입하지 못한 상황이다. 모두에게 주는 기초연금이 훨씬 더 평등하다. 또한 미래세대를 설득해 연금 보험료를 인상하되 연기금을 주거분야에 투자하는 대타협을 하자. 청년단체들에 이야기해봤는데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 진보정당이 조직단체를 포기 못하는 이유는 돈과 표 때문 아닌가. 이들을 설득할 수 있나. 
“과감하게 싸워야한다. 논쟁과 비판을 피하지 않겠다. 나아가 조직화된 단체들이 진보정치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대변해주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보정치가 집회 가서 쪽수 채워주고 연대 발언하는 일만 해선 안 된다. 그들도 진보정치가 앞으로의 길을 보여주길 원하지 않을까.”

- 정의당이 이런 정책을 추진하려면 힘이 더 커져야 하는데, 지지율은 3~4%대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묘수는 없다. 당을 강화하는 수밖에. 전쟁에서 이기려면 장수가 필요하다. 후보들을 발굴해야한다. 장수 혼자 전쟁을 할 수 없기에 조직이 필요하다. 지역위원회에 당원이 50명이냐 100명 이냐는 엄청난 차이다. 후보발굴과 지역위원회 강화가 기본전략이다. 이를 위해 ‘재정안정화’가 시급하다. 당비를 최저임금에 연동하자고 제안한다. 모든 게 다 오르는데 왜 당비만 10년 전에도 5000원이고 지금도 5000원인가. 진보정당이 열심히 활동해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이는 한국사회가 좋아진다는 지표다. 그리고 이에 맞춰 당비도 자동으로 올라간다. 정의당 당론이 2018년까지 최저임금 만원인데, 이에 따르면 2018년 연 30억 원의 추가재정이 생기고, 당장 내년에만 6억을 확보할 수 있다. 최저임금이 매년 7%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내년에 3억8000만 원, 2018년에는 11억 원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이 돈을 시·도당 지역위원회에 총알로 쥐어주는 거다.”

- 2004년 민주노동당은 10석을 차지했고 열린우리당 지지율도 위협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진보정당은 지리멸렬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민주노동당은 정치가 대변하지 않았던 갈등과 균열을 대변했다. 안철수 현상도, 박원순 시장을 지지하는 힘도 비슷하다고 본다. 그러나 막상 국회에 들어가서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또 하나, 조직을 조립하고 해체하는 데 매달렸고 당 내부 강화에는 신경 쓰지 못했다. 조직이 다음 세대의 리더를 키우지 못했다. 2004년 스타였던 노회찬·심상정이 아직도 스타다.”

- 진보정당의 존재감이 사라진 이유가 기성 정당들이 진보정당의 의제를 가져가 버린 탓도 있지 않나. 새누리당도 복지를 주장하니 차별성이 없다.
“의제를 뺏겼다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의제가 진보한 것이다. 지난 10년 간 한국정치는 진보정당의 의제를 가지고 먹고 살았다. 문제는 10년, 15년 전 우리가 내세운 ‘무상급식’이 지금 우리에게 없다는 것이다. 왼쪽과 오른쪽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의 문제다. 미래를 내다본다면 기성 정당이 아무리 ‘좌클릭’해도 승부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정책이 그 ‘미래’라고 본다."

- 진보정당의 존재감 회복을 위해 ‘진보결집’ 이야기가 나온다. 
“진보결집 해야 한다. 지지자들이 ‘니들 차이가 뭐냐’고 묻는다. 노동당은 의석은 없지만 훌륭한 역량을 지녔다. 강상구 선배를 비롯해 당 대표가 되면 지금 당장 모셔오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싸늘해진 민심을 회복하고 진보정당의 역량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필요하다. 다만 선거 때문이라면 안 해도 된다. ‘안 하면 총선 망한다’는 식이면 하지 말자. 더 깊이 토론해서 총선 이후에 해도 된다. 정파끼리 또 대표직 나눠먹고 이럴 거면 하지 말자.”

- 진보결집하려면 경륜 있는 노회찬·심상정 후보가 당을 맡아야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구원(舊怨: 과거의 원한)이 없는 제가 나을 수도 있지 않나(웃음). 물론 두 분에 비해 경험과 연륜이 부족하다. 하지만 선거는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라 정당이 치르는 것이다. 영화 <머니볼>을 보면 빌리빈 단장이 ‘양키스’에 비해 연봉이 3분의 1도 안 되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승리로 이끈다. 그 승리에는 아트 하우 감독도 함께했다. 총선 때 노회찬·심상정 두 분에게 전권을 드리겠다. 두 분이 아트 하우 역할을 하고 내가 빌리빈 역할을 하겠다”

- 통합진보당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이들이 정치세력화한다면 같이 갈 수 있나. 
“그 답은 정의당이 아니라 진보당에게 있다. 탄압받는 거 알고 있다. 정당해산, 말도 안 된다. 다만 그들은 국민들이 던진 정치적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았다. 그 답을 해야 판단할 수 있다.”

- 조성주 후보는 당내에서 성장한 청년정치인이다. 아직 기성정당들은 선거 때만 청년을 이용하는 데 그친다. 청년정치가 성장하기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나는 좋은 기회 덕에 여기까지 왔다. 당시 짱짱했던 내 또래들이 당내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거쳤다면 나는 출마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 대표가 되면 미래리더십위원회를 만들 것이다. 당직자, 보좌진, 출마자가 될 청년들을 코스별로 모아서 1년에 100명 이상 키우고 이들을 해당 보직에 우선 채용한다. 청년위원회를 없애고 청년정의당을 만들어 미래리더십위원회와 함께 청년정치인을 키우겠다. 청년정의당 당수는 정의당의 당연직 부대표를 맡는다. 청년 정치인 몇 명 만든다고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진 않는다. 청년들이 정당 안에서 힘을 발휘하고 이 정당이 청년을 대변해야한다.”

- 현장에서 청년들을 많이 만났을 텐데, 청년들이 원하는 게 무엇이라고 보나. 
“변화에 대한 열망이다. 이것이 체제에 대한 냉소와 부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치는 이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 어떤 변화로 가야하는지 길을 보여주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