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기사

메르스 정국에서 거부권 정국으로, 공은 유승민에게

메르스 정국에서 거부권 정국으로, 공은 유승민에게

박 대통령, 유승민 원내대표 직접 겨냥해 비판… 유승민 “의원총회 열어 결정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를 열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국무회의에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이 첫 번째 안건으로 올라왔고,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사법권을 침해하고 정부의 행정을 국회가 일일이 간섭하겠다는 것으로,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민을 위한 일에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부에서도 통과시키지 못한 개정안을 다시 시도하는 저의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나아가 유승민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해 불만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간다.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의 대변자이자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정부를 도와줄 수 있는 여당에서도 국회법 개정안으로 행정업무마저 마비시키는 것은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시행령 등 행정입법이 모법의 취지나 내용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정부에 수정이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청와대는 “삼권분립 위배”라고 반발했고, 박 대통령이 6월 1일 직접 나서서 “국정이 마비된다”고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이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강제성을 약화시키는 수정안을 내놓았고 여야도 이에 동의해 15일 정부로 이송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박 대통령은 이 수정안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

   
▲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 정확히는 유승민 원내대표 둘 중 하나는 치명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재의를 요구받은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 여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했을 때, 3분의 2가 찬성하면 법안이 그대로 가결된다. 법이 가결되면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여당 의원들이 박 대통령에게 ‘비토’를 행사한 셈이기 때문이다. 당청관계는 악화된다. 법안이 부결될 경우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당내 계파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다.

본회의에 상정을 안 시키고 19대 국회에서 폐기시키는 방법도 있다. 청와대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통해 이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총리는 24일 대정부질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를 하지 않아도) 그 자체가 헌법 위배는 아니다”고 말했다.

자동 폐기할 경우 청와대는 부담이 적다. 하지만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이 방안도 부담이 크다. 야당이 법안 통과에 일절 협조하지 않겠다고 나오면서 국회 마비의 책임을 새누리당이 뒤집어쓰게 된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이 나라를 정쟁의 장으로 내몰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법 개정안의 공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로 넘어갔다. 청와대와 충돌을 감수할지, 스스로 책임일지 아니면 정국경색을 감수할지 결정해야한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거부권 행사시 의원총회를 열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거부권 행사 직후 가진 오전 현안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하여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하기 위해서 의회와 국회의원 전체를 싸잡아서 심판의 대상으로 치부하며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선전포고를 했다.”며 “국회의장은 대통령의 국회법 재의요구에 대해 즉각 본회의에 상정해 재의결해야 한다. 새누리당 또한 재의결에 적극 동참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품격과 자존감을 지켜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여당까지 해치는 ‘공멸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