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 또 새누리당이 딴죽
유승민 사퇴 이후 국회법 개정안 2라운드? 국정원이 청문회 1순위 될 수도
다시 국회법 개정안이 정국의 변수로 떠올랐다. 국회 상임위원회의 청문회 개최요건을 폭넓게 인정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때문이다.
여야는 9월 정기국회를 10여일 앞둔 (9월 1일) 상황에서도 정기국회 일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9월 4일로 예정됐던 국정감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국정감사 일정 외에도 국회법 개정안이 새로운 쟁점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쟁점이 된 국회법 개정안은 상임위원회 청문회 요건에 ‘법률안 이외의 중요한 안건의 심사나 소관 현안의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는 위원회 의결이 있을 때’ ‘법률안 심사를 위해 필요하다는 위원회 의결이나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등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기존 국회법에서 상임위원회 청문회 개최요건은 ‘중요한 안건의 심사와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필요한 경우’에 한정됐다. 즉 상임위의 청문회 개최요건을 폭넓게 인정하는 개정안이다.
이 국회법 개정안은 지난 2014년 11월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안한 것으로, 지난달 9일 국회 운영위원회, 15일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약식 국정조사’를 상임위 차원에서 실시할 수 있다. 현행 국회법에서는
국정조사 실시를 위해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했다.
그러나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새누리당이 갑자기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정기국회 일정을 둘러싼 협상의 쟁점으로 부각됐다. 새누리당은 지난 1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불가 입장을 정했고, 19일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잦은 청문회로 국회 일정이 마비되고 의사일정이 지연된다는 것이 이유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행정부 견제 차원에서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 개최요건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17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성완종 리스트, 탄저균, 메르스, 국정원 해킹 등 모두 다 굵직굵직한 국정조사 대상이지만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회법을 통과시켜 상임위에서 청문회가 이뤄진다면 국정조사가 불가피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선택해 임하겠다”고 말했다.
키포인트는 법사위까지 통과해 본회의 처리만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왜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느냐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잦은 청문회로 일정이 마비된다는 이유, 그리고 원내지도부 교체 등을 이유로 들었으나 석연치 않다.
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실제 법 개정이 이루어질 경우 그에 따른 제1호 청문회로 국정원 해킹의혹 관련 청문회가 유력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자료제출 거부로 국정원 해킹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새정치연합이 국회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정보위 차원의 청문회를 요구할 수 가능성이 높다. 해킹의혹을 야당의 정치공세로 규정하던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처지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이 현재의 당청관계를 반영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지난 7월 8일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찍어내기’로 인해 물러났고 그 뒤로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우는 대신
노동개혁 등 대통령이 내세운 과제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승민 사태에서 쟁점이 됐던 것도 국회법 개정안이었다. 당시 국회법 개정안은 시행령이 모법을 위반할 경우 시행령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으로 현재 논란이 되는 국회법 개정안과는 다른 내용이다. 하지만 두 국회법 개정안 모두 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를 강화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잦은 청문회로 의사일정이 마비 된다’는 말은 정부에 대한 ‘국회의 견제가 강화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새누리당은 원내대표와 당대표까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폐기처분한 전력이 있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 때문이었다. 이번 논란이 지난 국회법 개정안 사태의 제2라운드로 전개될 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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