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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문재인’에게는 약, 당에는 독”

“‘정치인 문재인’에게는 약, 당에는 독”

신당·분당론 일축, 문재인의 벼랑 끝 승부수… “혁신안 통과 안 되면 물러나겠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 혁신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지 않으면 대표직에게 물러날 것이고, 당의 혁신안이 통과된 이후 당원들에게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9일 오후 당 대표 회의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직을 걸고 혁신‧단결‧기강과 원칙의 당 문화를 바로 세우려 한다”며 “혁신안 처리과정과 함께, 나에 대한 재신임을 당원과 국민들께 묻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이 최상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혁신위로선 최선을 다했다”며 “혁신을 위한 어떤 분의 어떤 제안도 당에 도움 되는 것이면 모두 수용하고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이어 “만약 혁신안이 끝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저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의 재신임 선언은 당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에 안철수 전 대표와 비노 진영의 반발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3일 공정성장론 관련 강연회에서 “혁신위를 통해 (당이) 변화를 보여줬어야 했다. 그럼에도 국민의 공감대는 거의 없다”며 “혁신은 실패”라고 주장했고, 이를 필두로 비노 진영에서도 혁신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물론 이종걸 원내대표, 박지원,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 비노진영 중진들이 혁신안과 문 대표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이어 박주선 의원 등이 탈당까지 언급하면서 혁신안을 둘러싼 갈등이 신당‧분당론으로 점화되자 문 대표가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16일 혁신안의 당 중앙위원회 의결을 앞두고 비노 진영을 중심으로 혁신안을 비판하는 토론회까지 예정돼 있었다.

이런 갈등을 막기 위해 문 대표가 양보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높아졌다. 정세균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은 9일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가 야권 전체의 단결과 통합, 혁신의 대전환을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대결단을 해줄 것을 호소한다. 잘잘못을 따지기엔 너무나 절박하고 시간이 없다”며 당의 원로, 3선 이상 중진, 전현직 지도부, 혁신위가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소집해 당의 혁신과 통합을 마무리하는 끝장 토론으로 당의 진로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혁신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문재인 대표에게 한 발 물러서라는 조언이었다.

문 대표는 기자회견문에서 “당 안에서 공공연히 당을 흔들고 당을 깨려는 시도가 금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지금까지 오로지 단결과 단합을 위해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포용하고 또 포용했다. ‘신당’ ‘분당’을 함부로 얘기하는 분들조차 단결의 틀 안에서 끌어안으려 노력했다”며 “그러나 개인의 정치적 입지나 계산 때문에, 또는 계파의 이해관계 때문에 끊임없이 탈당과 분당, 신당 얘기를 하면서 당을 흔드는 것은 심각한 해당 행위”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의 승부수는 ‘정치인’ 문재인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혁신안이 통과되고 문 대표까지 재신임을 얻으면 문 대표는 날개를 달게 된다. 설사 혁신안이 부결되고 문 대표가 물러난다 해도 문 대표는 혁신을 지키다 희생당한 당 대표로 남게 된다. 어려움은 겪겠지만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와 지지층의 충성도는 더 견고해질 수 있다.

문제는 새정치민주연합 전체에 미칠 영향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혁신안 내용에 대한 토론을 봉쇄해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혁신안이 통과되는 것과 당 기강 및 단결, 그리고 자신의 거취까지 하나로 연결시켜버렸다. 문재인 대표는 지지하는데 혁신안을 반대하거나 혁신안은 찬성하는데 문 대표는 반대하는 사람이라도 선택의 기로에 서야한다”며 “양측(문 대표 및 친노/비노)을 다 결집시키게 됐으니 대표가 나서서 당의 갈등선을 더 명확하게 해버린 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