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의 역습? 안심번호 국민공천에 청와대 ‘부글부글’
"오픈프라이머리 부작용 최소화할 안" 주장에 "위험한 방식"… 친박계 흔들기 본격화, 유승민 전철 밟을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마약사위 파문에 이어 대선주자로서 두 번째 고비를 맞고 있다. 문재인 대표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때문이다. 친박계에 이어 청와대까지 안심번호 국민공천에 어깃장을 놓으면서 ‘김무성 불가론’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회동을 갖고 안심번호 도입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을 합의처리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도입방안은 추후 정개특위에서 마련하기로 했다.
안심번호란 여론조사를 할 때 휴대폰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통신사가 임의로 전화번호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정개특위 산하 선거법 소위는 앞서 정당이 당내 경선에 필요한 여론조사를 할 때 이통사가 임의의 안심번호를 제공하도록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김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공천 방식으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해왔으나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당 안팎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러던 와중에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안심번호 국민경선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고 이 안이 중앙위를 통과했다.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의 대안으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선택한 셈이다.
김 대표의 합의를 두고 친박계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친박계는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다 왜 야당이 내세우는 안심번호를 수용했느냐며 반발했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은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관철시키지 못한 데다 우리당의 공천제도를 당 밖의 사람과 먼저 합의해온 난감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친박계인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문 대표와 친노계 손을 들어준 졸작 협상이고 굉장히 위험한 방안”이라며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하는 시점인데 (김 대표는) 야당 대표가 먼저 보자고 했어도 거절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역습을 가했다고 보는 시각이다.
친박계 이정현 최고위원 역시 30일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안심번호 방식은 야당 혁신위에서 먼저 들고 나온 것이다. 야당에서 논의하는 것을 새누리당 안으로 완전히 확정한다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 서로 각 당에서 논의의 한 방식의 문제이지 이런 방식으로 하겠다고 결정했다고 받아들일 수도 없고, 받아들일 내용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이인제‧김태호 최고위원은 29일 오전 김무성 대표가 소집한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김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친박계가 회의를 보이콧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무성 대표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야당의 대안이라는 친박계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김 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오픈프라이머리의 부작용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안”이라며 “양당의 공식기구에서 토론해 거부될 수 있고 더 좋은 안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한 “일부에서 새정치연합이 도입한 것이라 말하는데 전혀 아니다. 새정치연합의 안과 다른 전혀 새로운 안”이라며 “안심번호를 통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여론조사 방식은 오래 전부터 시행돼 일반화된 기법으로 전당대회, 재보궐선거, 청년위원장 선거에서 활용해 왔다. 선관위 여론조사에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2015년 2월 권은희 의원이 관련법을 냈고 정개특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친박계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에게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진 원내 수석부대표는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선제도를 여야가 같이 만들어야 한다는 룰은 없다”며 새누리당이 자체적으로 경선방식을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새정치연합이 완전국민경선제와 다른 선택을 했으니 (새누리당도)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여러 논의를 거쳐 공천 룰 논의가 이제 진행될 것”이라며 김무성 대표와 다른 뜻을 내비쳤다.
친박계의 이러한 문제제기는 사실상 오픈프라이머리나 안심번호 같이 여론조사 방식이 아니라 일부지역 전략공천 등을 통해 친박계 공천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친박계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 제기되면서 ‘안심번호 공천제’가 새누리당 내홍으로 치달을 조짐도 나온다. 권은희 의원은 30일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안심번호 방식은 문재인 대표 방식이 아니다. 나도 지난 6월 법안을 발의한바 있다”며 “법안의 취지는 유선전화 여론조사가 문제가 많기 때문에 휴대폰 여론조사를 하자는 것이며 개인정보노출을 방지하기 위하여 안심번호(가상번호) 방식을 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김성태 의원은 3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친박계의 주장에 대해 “논리의 비약이고 문제인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대선 정치 분야 공약 중 첫 번째 공약이 바로 국민공천제를 앞으로 법제화하겠다는 것이었는데 대통령 측근, 지근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대통령 공약을 충실히 실행하고 이행하자는 입장을 잘못됐다고 하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가자는 건지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무성 대표는 30일 오후 3시에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친박계의 강한 반발로 인해 의원총회가 다시 계파갈등의 장이 될 수 있다. 청와대까지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안심번호 공천제에 민심왜곡, 조직선거, 관리비용 등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는 사안은 ‘안심번호 공천제’이지만 그 배경에는 차기 대권을 앞두고 친박계의 ‘김무성 흔들기’가 자리잡고 있다. 김 대표의 마약사위 논란이 터졌을 때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불가론’을 내세웠다. 김무성 대표 외에도 당에 좋은 대권주자들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문제의 ‘유력한 대선주자’가 누군지는 곧 윤곽이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하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7차례나 만났다. 친박계가 반기문 총장을 김무성 대표에 맞설 카드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관련 기사 : <친박계가 내세운 대안, ‘반기문 카드’ 먹힐까>)
▲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사진 = 청와대) | ||
김무성 대표의 이러한 상황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사퇴한 이후 제기되던 ‘순망치한’론이 현실화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과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했다가 친박계의 반발에 부딪쳤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배신의 정치’라 규정하며 압박했다. 결국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을 철회했으나 계속되는 압박에 사퇴를 피할 수 없었다.
김 대표의 처지도 비슷하다. 문재인 대표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합의한 이후 친박계의 흔들기가 이어지고 있고,
청와대까지 직접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30일 의원총회는 이러한 갈등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김무성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합의를 스스로 철회하며 힘을 잃을지, 아니면 끝까지 밀어붙이며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할지 그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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