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링거 한 방? 목숨 잃을 수도
[뉴스발굴] 페이스북 가장 잘 쓰는 대선주자급 정치인은 김부겸
뉴스는 홍수처럼 쏟아지지만 역설적으로 관점이 돋보이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들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에 묻히기 십상이다. 그래서 기자의 시선으로 한 주간 좋은 고른 뉴스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는 10월 5일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에서 방송된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1. 쉴 시간도 동료도 없는 직장인이 지치고 있다
직장인 아버지는 주말과 휴일에 잠만 자기 일쑤다. 자식들은 그런 아버지가 미웠지만 직장인이 되고 나니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 만성피로 때문이다. 동아일보와 대한만성피로학회가 직장인 1235명(남성 790명, 여성 445명)을 상대로 피로도 조사를 한 결과 직장인의 피로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로도를 측정하는 지표는 ‘직무 스트레스’ ‘사회심리적 건강’ ‘만성피로도’ 세 가지다. 직무스트레스의 경우 위험선을 넘은 응답자가 56%에 달했고 사회심리적 건강, 만성피로도 역시 위험선을 넘은 응답자가 각각 전체의 47.9%, 24.3%에 달했다. 3가지 지표 모두 위험선을 넘은 고위험군은 16.8%에 달했다.
직장인들이 직무 스트레스를 느끼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쉴 시간이 없다. 일이 없어도 상사가 있으면 같이 회사에 나와야 하고, 일을 다 해도 상사가 퇴근하지 않으면 퇴근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회식도 업무의 일환’이라며 안 그래도 힘든데 업무 외 모임과 회식에도 참여해야 한다. 쉴 시간이 없다.
▲ 9월 30일자 동아일보 4면 | ||
동료들과의 관계도 불편하다. 인사평가 기준이 팀에서 개개인 기준으로 쪼개지면서 팀원들과 같이 성과를 내기보다 서로 경쟁하는 처지가 됐다. 동료들은 불편한 존재다. 또한 한국사회가 저성장사회로 접어들면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신세가 됐다. 불안한 마음에 퇴근 후에도 자기계발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사람과 조직의 문제다. 동아일보는 인사컨설턴트들에게 ‘직장 내 최악의 피로유발자는 누구냐’ 는 질문을 던졌다. 인사컨설턴트들은 최악의 상사로 감정기복이 심해 예측이 불가능한 사람을, 최악의 후배로 하나부터 열 같이 알려줘야 하는 후배를 꼽았다. 이런 동료들과 경쟁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회식, 모임 등으로 단합해야하는 조직문화가 스트레스를 높인다.
대안은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고성장 시대의 조직문화와 다른, 저성장시대에 걸맞은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교육 스타트업 ‘스마트스터디’는 자율 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출퇴근이 자유롭고 집이나 카페에서 일해도 된다. 아이를 둔 기혼자들의 만족도다 높다. 이처럼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배달의민족’으로 잘 알려진 벤처기업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3월 영업직 인센티브 제도를 폐지했다. 성과는 높아졌으나 서로를 경쟁상대로 여기며 영업노하우조차 공유되지 않는 현실 때문이다. 1년 7개월 뒤 팀워크는 좋아지고 그만둔 직원도 1명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쉴 때 쉬는 것이다. 한국 회사는 대부분 유급휴가를 연간 15일로 책정하는데, 직장인들이 실제 사용하는 휴가는 연간 7일 밖에 되지 않는다.
2. 점심에 링거 한 방? 차라리 밥 한 끼 잘 먹어라
이렇게 직장인들이 피로하다보니 피로를 이기기 위해 점심시간에 밥 대신 수액주사를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 영양실조나 탈수증 때문에 수액을 맞았다면 요즘은 일상적으로 수액을 맞는다. 병원은 ‘수액클리닉’ 광고까지 한다. 중앙일보는 이런 수액주사가 별 효과도 없고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수액을 맞으면 왠지 몸이 나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감기몸살이나 탈수증상으로 몸이 심하게 안 좋은 경우를 제외하면 ‘플라시보’ 효과가 대부분이다. 수액의 영양소나 열량으 제대로 먹는 밥 한 끼도 되지 않는다. 수액 맞을 시간에 잠을 자거나 밥을 먹는 게 더 낫다는 것.
수액이 위험한 경우도 있다.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성분이 들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자가 대표 사례다. 당뇨 환자가 고농도 포도당 주사를 맞으면 몸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이 수액을 맞으면 심장에 과부하가 생길 수 있다. 노인과 어린이는 위험하다. 지난 8월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수액을 맞던 8세 아이가 숨진 사례가 있다.
수액은 비보험 진료에 해당해 병원이 수액을 장려하는 것도 문제다. 수액의 효과를 과대포장한다. 만성피로가 있거나 몸이 무거우면 수액을 맞기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 한 병원의 수액클리닉 광고. | ||
3. 페이스북 가장 잘 쓰는 대선주자는 김부겸
최근 정치인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시민들도 페이스북을 통해 정당이나 정치인을 접하고 정치뉴스를 소비한다. 세계일보가 대선주자들의 페이스북 정치에 대해 분석했다. 대선주자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김부겸 전 의원을 꼽았다.
분석 기준은 크게 다섯 가지다. 페이스북을 얼마나 자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지를 보는 적극성. 본인이 직접 페이스북을 작성하는지를 보는 주체성. 다른 페이스북 친구들과 소통하고 반응하고 공감하는지를 기준으로 한 소통도. 페이스북 콘텐츠에 정치적 내용이 담겨 있는지를 보는 정치성. 페이스북 콘텐츠가 얼마나 개인적인지를 기준으로 한 감성도.
세계일보 취재결과 다섯 가지 기준을 종합할 때 페이스북을 가장 잘 활용하는 정치인은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이다. 보좌진이 아니라 스스로 컨텐츠를 만들어올리는 등 가장 주체적으로 활용했다. 2위는 박원순 시장이다. 페이스북 친구들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직접 댓글을 다는 등 소통도가 높았다. 3위는 안희정 지사다. 안 지사는 페이스북에 정치적인 내용 뿐 아니라 사생활이나 감성적인 글을 자주 올려 높은 점수를 받았다.
▲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 페이스북. | ||
4. 20대가 이민을 좋아할 이유가 없다
이민 문제가 한국사회의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민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고, 특히 20대가 이런 부정적 여론을 선도한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조선비즈 칼럼을 통해 20대가 이민에 부정적인 이유를 분석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2011년 25.8%에서 2013년 32.5%로 증가했다. 2013년 조사에서 부정적 응답 중 20대의 비율은 35.1%로 평균보다 높다. 20대의 이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최근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유럽의 반이민정당들을 젊은층이 주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대가 이민에 부정적인 현상은 우려할 만하다.
모종린 교수는 이유를 두 가지로 파악한다. 우선 공익적 측면에서 20대가 이민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 지금의 20대는 물질적으로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하기에 사회적 평판이나 공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성공한 멋진 사람에 열광한다. 하지만 한국의 이민정책은 난민을 받아들이자는 식의 인도주의적 가치보다 값 싼 노동력을 들여오자는 기업의 이해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적인 측면에서 봐도 20대가 이민을 반길 이유가 없다. 구직난에 시달리는 처지에서 이민자들을 노동시장의 경쟁 상대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민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인도주의적 이민 정책과 경제적 목적의 이민정책을 명확히 구분하고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다음으로 경제적 목적의 이민정책 역시 그 목표가 값싼 노동력을 들여온다는 차원보다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44%를 이민자가 창업한다. 이처럼 이민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식으로 이민의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꿔야한다는 것. 이러면 20대도 이민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될지 모른다.
5. 죽은 사람은 있는데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
지난 5월 17일 자정 서울 송파구 7층짜리 빌라에서 한 학생이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강남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난 고등학생 세희(가명)다. 원인은 학교폭력이었다. 경향신문이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억울한 죽음에 대해 짚었다.
경찰은 이 사건을 두고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는 다소 황당한 결론을 내렸다. “신체적 폭력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 경찰의 말이다. 세희 어머니는 다음과 같이 항변했다. “요즘 강남 애들은 그렇게 폭행 안 해요. 강남은 그런 지 오래됐어요. 서서히 사람을 옥죄는 방식으로 하는 거죠”
세희가 겪은 폭력은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한 폭력이었다. 한 친구가 페이스북에 세희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면 친구들이 다 좋아요를 누른다. 단체 카톡방에 초대해서 욕설을 퍼붓는다. “너 같은 X은 밟아야한다” "넌 죽어야 된다“ 등등 2시간 동안 메시지 600개가 쏟아졌다. 이런 폭력은 분명 기록에도 남지만 몸에 상처는 남지 않는다. 과연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야만 폭력일까.
'나의 글 > 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대착오적 신문법 개정, 1인 미디어는 언론이 아닌가 (0) | 2015.10.08 |
---|---|
‘기름장어’ 반기문, 갑자기 떴지만 누구도 그를 모른다 (0) | 2015.10.08 |
국립대 시간강사는 국내파, 정교수는 해외파? (0) | 2015.10.08 |
꼬리 내린 김무성, 친박에 타협 시도하나 (0) | 2015.10.08 |
“당 지도부 아닌 박근혜 정부와 싸우고 싶다” (0) | 2015.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