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TF 아니다” 교육부 해명 거짓말인 이유 5가지
[뉴스분석] ‘인력보강’이라는 교육부, 왜 서울에 별도 사무실 뒀나… 야당·취재진 급습에 서류 치운 이유는?
정부가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테스크포스팀(TF)을 비밀리에 운영해 온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교육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고, 새누리당도 ‘상시조직’이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교육부와 새누리당의 해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다수다.
1. 인력보강일 뿐? 교육부 조직개편까지 준비했는데…
교육부는 26일 자정에 낸 긴급 해명자료를 통해 비밀TF조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방안과 관련해 국회의 자료 요구와 언론보도 증가로 업무가 증가함에 따라 현행 역사교육지원팀 인력을 보강해 한시적으로 관련 업무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교육부가 지난 9월 말부터 국정화 추진을 위해 교육부 안의 전담팀과 별도의 비공개TF가 있다며 이 TF가 청와대 일일보고, 언론의 기획기사 작성 및 언론기고자 방송 프로그램 패널 섭외 업무 등을 한 의혹이 있다고 폭로했다.
관련 기사 : <국정 교과서 비밀 TF팀 발각, 문 걸어잠그고 대치중>
교육부는 이런 의혹에 대해 비밀TF가 아니라 역사교육지원팀 인력을 보강한 것이라 반박한 셈이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TF는 비밀조직이 아니라 당에도 보고된 교육부 조직”이라고 말했다.
▲ TF 구성운영계획안. 정진후 의원실 제공 | ||
하지만 단순 인력보강으로 보기엔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예컨대 TF를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오석환 충북대 사무국장은 인사발령을 받지 않은 채 TF에서 일하고 있다. 국가공무원이 발령받지 않은 채 다른 곳에서 일할 경우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 의무)와 58조(직장이탈 금지)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파견이나 출장 형태라면 출장명령 등 관련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야당 교문위원들은 또한 “TF 인원 21명 중 기존 역사교육지원팀은 5명, 나머지 16명을 보강인력이라고 하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비밀팀의 절반가량이 국정교과서와 관계없는 공무원들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역사교육지원팀을 확대한 게 아니라 새로운 조직을 구성해 운영했다는 것.
나아가 정부가 TF를 거쳐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국편)에 전담국을 설치하려 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오마이뉴스가 촬영한 TF 사무실 내부모습 관련 영상에 는 조직개편 준비 서류가 등장한다. 교육부 및 국사편찬위원회 내 역사교과서 개발 관련 조직개편을 위해 행정자치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교육부 1팀 (임시조직) 3명 -> 1관 3과 23명, 국 단위’ ‘국사편찬위원회 1실(과) 7명-> 1부 3실 22명, 국 단위’라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적시돼 있다.
또한 뉴스타파의 사무실 내부 촬영 영상에는 작업용 컴퓨터에 남아있던 ‘역사교육지원팀(인계용)’ 폴더가 잡혔다. 인수인계를 하고 있거나 했다는 뜻이다. TF를 단순히 인력보강 차원에서 볼 수 없는 이유다.
2. 왜 별도의 사무실 사용했나
이번에 발견된 TF를 ‘비밀조직’이라 보는 또 다른 이유는 별도의 사무실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미 교육부 세종청사에서는 역사교육지원팀 사무실이 있다. 역사교육팀을 보강하는 차원의 TF라면 세종청사의 사무실을 활용하거나 세종청사내 다른 공간을 활용하면 된다.
또한 교육부 행정예고에는 국정화에 대한 의견을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 역사교육지원팀’에 제출하라고 나와 있다. 연락처가 세종인데 서울 국제교육원에 별도 사무실을 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야당 교문위원들은 서울 국제교육원의 위치에 주목한다. 교육부와 소속기관을 통틀어 청와대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 보고와 지시가 용이하고, 정부청사와 달리 국민과 언론의 눈에 띠지 않는 곳이라 비밀작업이 용이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3. 비밀업무 아니라면 왜 자료 감추나
비밀업무가 아니라 상시업무이고 위법한 사항이 아니라면 왜 야당 의원들과 취재진들의 방문에 문을 걸어 잠그고 자료들을 숨기려 했는지도 의문이다. 신변보호 요청에 경찰이 출동해 야당 의원들과 취재진의 출입을 제지했다.
교문위 소속 의원들이 25일 저녁 TF 사무실을 급습하자 사무실 불이 꺼지고 커튼이 내려갔다. 기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쪽문으로 컴퓨터와 자료들을 옮겼다. 취재진이 문서작업 중인 컴퓨터 모니터를 촬영하자 직원이 와서 컴퓨터를 꺼버리기도 했다.
25일 밤 현장을 방문한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당연한 업무를 해왔다면서 새벽에 서류를 왜 치우나. 등급상 기밀문서도 아닌 일반 행정문서일 텐데”라고 지적했다.
▲ 오마이TV가 촬영한 TF 사무실 내부모습. '부처 협조요청사항', '향후 대응방향 및 전략' 등 국정교과서 관련 내용이 쓰인 내부문서를 오마이TV 카메라에 의해 포착됐다. | ||
4. 행정예고 전인 10월 5일에 왜 사무실 마련했나
교육부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다 해도 의문점이 남는다. 교육부는 “효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현행 팀 인력을 보강해 10월 5일부터 한시적으로 국립국제교육원에 사무실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화 발표 및 행정예고 시점은 10월 12일이다.
즉 교육부의 설명대로라면 정부는 국제교육원 내 사무실을 이미 마련하고 일주일 뒤 국정화를 발표했다는 뜻이다. 야당 교문위원들은 10월 5일 이전인 9월부터 비밀조직을 운영했다는 신빙성 있는 제보를 받고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행정절차법 시행령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24조 4항은 “행정청은 행정예고 결과 제출된 의견을 검토하여 정책‧제도 및 계획에의 반영 여부를 결정하고 그 처리결과 및 처리이유 등을 지체 없이 의견제출자에게 통지하거나 공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정화가 결정되기도 전에 행정절차에 돌입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5. “국정화 결정된 바 없다”던 황우여 장관, 위증했나
만일 정부가 9월부터 비밀조직을 운영했고, 늦어도 10월 5일 사무실을 마련했다면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국정감사 발언은 위증이다. 황 장관은 10월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일지 검정일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도 위증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23일 국회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청와대가 (국정화에 대해) 직접 지침을 내린 것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도종환 의원이 공개한 ‘TF 구성.운영계획(안)’ 문건에는 상황관리팀의 업무로 ‘BH(청와대) 일일 점검 회의 지원’이라는 내용이 있다. 뉴스타파가 TF팀 사무실 컴퓨터 화면을 촬영한 영상에도 ‘BH'라는 단어가 들어간 폴더가 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야당 교문위원들은 “이 비밀 사무실에서 국정화 관련 각종 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교육부 및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제보를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 뉴스타파가 촬영한 ‘국정교과서 비밀 TF팀’ 직원의 컴퓨터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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