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연설하시는데 예의가 아니다”
정의화 의장 당부에도 야당 피케팅 시위 강행… 시정연설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강행의지 밝혀
박근혜 대통령이 난국에 빠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국정교과서 추진을 ‘역사교육 정상화’라 부르며 정부가 만든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야당을 압박한 것.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저는 취임 후 줄곧 우리사회의 비정상적인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제가 추진하는 비정상 정상화는 사회곳곳의 관행화된 잘못 폐습 바로잡아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교육 정상화’도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며 “앞으로 올바른 역사교과서 통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 다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정교과서가 친일독재미화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야당과 역사학계의 비판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일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역사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며 “집필되지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더 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기 위해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박 대통령은 “우리 스스로 우리에 대한 정체성과 역사관이 확실해야 우리를 세계에 알리고 문화를 세계에 정착시킬 수 있다. 우리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를 바로알지 못하면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 있고 민족정신을 잠식당할 수도 있다”며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확고한 국가관을 가지고 주도적 역할 하기 위해 역사교육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세대의 사명”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법안 이름을 일일이 나열해가며 정부가 마련한 법안을 국회가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한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하고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돼 있다.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라며 “3년째 상임위 묶여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처리되면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새로운 일자리 크게 늘어날 것이다. 희망을 잃어가는 청년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한류 붐으로 관광객 급증해서 수용할 호텔이 모자라는데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게 만들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두고두고 땅을 칠 일”이라며 관광진흥법 통과를 강조했다. 이어 “국제의료산업지원법과 의료법을 하루속히 통과시켜서 의료산업 발전에 물꼬 터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은 반드시 금년 내 마무리해야한다”며 “정치적 사안을 떠나 초당적으로 이번 정기국회 내에 (새누리당이 제출한) 노동개혁 5대 법안 반드시 처리해주실 것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교과서 강행 의지와 법안을 통과시켜달라는 말에 야당은 반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국정교과서 반대’ ‘민생 우선’ 등의 인쇄물을 자신의 자리에 붙인 채 본회의에 참석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와서 연설할 동안에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에 있는 것들 좀 철거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으나 야당 의원들은 인쇄물을 떼지 않았고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예상시간보다 12분 뒤 시작됐다.
정의당은 아예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정의당은 “느닷없는 효도교과서 강행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민생을 실종시킨데 대한 국민의 원망을 대변하기 위해서, 야당을 공격하고 여당을 국회출장소로 치부하고, 모든 민주적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는 권위주의적 행태에 대해 야당으로서 항의를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김영록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은 시정연설이 끝난 이후 브리핑에서 “교육문제를 정치문제로 비화시킨 것이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대통령의 말씀과는 달리 정상의 비정상화”라며 “대통령의 말씀대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통해 분열된 국민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국정화 계획을 지금이라도 중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한 “지난 청와대 회담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의료법’에 대해서 문제점을 충분히 설명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다시 이 해묵은 문제 법안들을 거듭 촉구한 것을 보면 야당의 주장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지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말을 빌려 야당을 압박했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불필요한 정쟁, 장외투쟁 등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는 모두 접어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야당은 더 이상의 무모한 정치행보를 그만두어야 한다. 장외투쟁 등 구시대적인 투쟁수단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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