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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거짓말이 국정교과서 발목 잡는다

김무성 거짓말이 국정교과서 발목 잡는다

해명할수록 더 부각되는 부친의 친일 행적… ‘국정교과서=친일미화’ 프레임에 힘실어, 지지율도 ‘출렁’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부친 친일 의혹’의 늪에 빠졌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부친의 친일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반박과 해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가 해명을 할수록 추가적인 증거들이 제시되면서 친일 의혹이 더 거세지는, 늪에 빠지는 모양새다.

김 대표의 부친인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의 친일 논란은 예전부터 있었다. 지난 8월 김용주 평전이 출간된 이후 9월 민족문제연구소가 김 전 회장을 친일 인사로 지목했고, 당시 김 대표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최근 김 대표는 적극적으로 부친의 친일 의혹을 돌파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의 영흥초등학교를 방문한 것이 대표 사례다. 영흥초등학교는 김용주 전 회장이 1936년 포항영흥학교를 인수해 신축한 학교다. 김 대표는 영흥초를 찾아 “요새 좌파에게 아버지가 친일파로 매도당하는데 내가 정치를 안 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자식된 도리로 마음이 아프다”며 “족의 비극을 정쟁으로 과장·왜곡해 비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부친에 대한 친일 의혹을 정쟁으로 규정한 것이다.

영흥초 방문이 급작스럽게 정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대표가 부친의 친일 의혹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대표는 영흥초에 도착해 부친 김용주전 회장의 흉상 앞에서 헌화했다.

   
▲ 김무성 대표 측이 기자들에게 배포한 김용주 평전과 관련 자료. 사진=조윤호 기자
 

김 대표는 이날 김용주 흉상 밑에 김용주 평전 ‘강을 건너는 산’과 부친의 친일 의혹을 해명하는 자료집을 올려뒀다. 이는 김 대표는 지난 26일 같은 책과 자료를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이 자료에는 김용주 전 회장의 애국 활동 사례가 첨부돼 있다. 김 대표는 전날인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친에게 왜 안중근 윤봉길 의사처럼 하지 않았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친일을 한 건 아니다”며 부친이 몰래 독립군에 활동자금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적극적인 해명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김 대표 측이 제공한 자료에는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제기한 친일 관련 자료들은 쏙 빼놓은 채 유리한 자료만 골라 제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예컨대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9월 17일 김용주 전 회장이 “자식이 야스쿠니 신사에 신으로 받들어 모셔질 영광을 인식하자”며 일제의 징병제에 찬동하는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으나 김 대표 측은 이에 대해 해명하지 않았다.

관련 기사 : <“아버지 친일 안 했다” 김무성 해명 자료보니…>

추가적인 친일 발언도 공개됐다. CBS 노컷뉴스는 1일 단독보도를 통해 김 전 회장이 1961년 의회에서 일본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친일 비판을 받았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당시 참의원의 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이었던 김 전 회장은 일본경제시찰단의 환영회장을 맡았었고, 반일 감정이 거센 상황에서 왜 일본 경제인을 초청했는지 의혹을 사 이를 해명키 위해 신상 발언을 했다. 

관련기사 : <김무성 아버지 김용주, 국회에서 노골적인 친일발언>

이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은 재일 교포에 대해 “일본에 가 있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생활을 못해서 일본으로 건너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는 일본이 재일교포의 국적을 박탈하고 강제퇴거를 추진해 한일회담이 공전을 거듭 중이었고 한국 정부는 “강제로 일본에 끌려간 특수성을 인정받아야한다”며 일본을 압박하던 상황이었다. 

김 전 회장의 발언은 재일교포가 ‘자발적 이민자’라는 뜻으로, 일본 정부의 입장에 선 발언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김 전 회장은 또한 1959년부터 진행된 재일한인의 북한 송환에 대해서도 “이것도 일본 국민의 감정을 악화시킨 그 결과로서 이러한 사태가 진전된 것”이라며 원인을 한인들에게 돌렸다.

김 의원의 발언은 많은 공분을 샀고, 조선일보는 1961년 1월 25일자 조간1면 기사 <해명은 안 하고 친일설교>에서 “김 의원이 신상발언에서 극히 친일적인 언사를 했기 때문에 야단법석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처럼 김무성 대표가 부친의 친일 의혹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해명하면서 언론과 학계에서 거듭 추가적인 근거를 제공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질 ‘거짓말 해명’도 논란을 가중시킬 것이다. 김 대표는 “부친이 비밀리에 독립군 자금을 댔다”고 주장했으나 그 근거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들었다”는 것뿐이다. 반면 김 전 회장이 친일 인사라는 근거는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김 대표의 이런 행보는 국정화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국정교과서가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가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의 부친이 친일 행위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일수록 정부여당이 친일‧독재를 미화하기 위해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인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되는 셈이다.

이는 대선주자인 김 대표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리얼미터의 10월 5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김 대표의 지지율은 1주일 전 대비 1.6%p 오른 22.5%로 3주 연속 상승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보를 공세적으로 이어나간 결과 보수층이 결집한 효과다. 하지만 리얼미터는 “선친의 친일행적 논란에 전면적으로 반박에 나섰던 주 중후반부터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2일 오전 현안 브리핑에서 “김무성 대표가 1961년 의회에서 버젓이 친일 발언을 한 부친을 이번에는 또 어떤 변명으로 궤변을 늘어놓을지 궁금하다”며 “김무성 대표는 부친의 친일 반민족 행위에 대해 더 이상 억지 변명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대선주자로서 해명해야할 의혹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편 보수진영에서는 야권의 공세에 ‘친일 물타기’로 대응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부터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부친과 주요 야권 인사들의 부친이 친일 전력자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유포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허위사실 유포의 배후를 찾아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10월 28일 오전 SNS에 남긴 글에서 “문재인 대표가 김무성 대표 부친인 김용주 선생을 친일로 모는 건 전형적인 제 얼굴에 침뱉기”라며 “김용주 선생은 현 새정련의 뿌리인 민주당(1960년 장면 민주당 시절) 원내총무(현 원내대표) 출신이다. 김용주 선생이 친일파이면 새정련은 친일파 정당의 후예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