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어도 튀어야 산다, 친박계 막말 경쟁
"국정화 반대하면 국민 아니다" "전형적 통일전선 전술"… 비박계는 냉소, "논리 안 되니 빨갱이 주장만"
친박계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계기로 뭉치면서 세를 과시하고 있다. 국정교과서가 친박계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경쟁의 장이 되어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정화를 둘러싼 새누리당의 ‘입’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반대여론에 대해 종북 낙인을 찍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국정화 출구전략을 짜야한다는 목소리를 다 묻어버릴 정도로 강한 목소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친박 의원들이 있다.
친박 의원들은 역할 분담을 이뤘다. 최전선에서 ‘말 폭탄’을 던지는 ‘기동전’은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맡는다. 친박계 맏형으로 불리는 서청원 최고위원과 ‘박근혜 대통령의 입’으로 불렸던 이정현 최고위원이 대표 주자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밀TF 의혹을 제기한 야당을 향해 “야당이 ‘화적떼’는 아니지 않는가”라며
“국가를 야당이 난신적자(亂臣賊子: 나라를 어지럽히는 불충한 무리)의 길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같은 날 “올바른 교과서 만들자는 취지, 이 부분에 반대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 연설을 통해 교과서 강행 의지를 밝혔던 27일, 그리고 28일 북한이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라는 지령을 내렸다는 문화일보 보도 이후 친박계의 입은 더 거칠어졌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2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국정교과서 반대는) 언젠가는 적화통일이 될 것이고, 그들의 세상이 됐을 때를 대비해 아이들에게 미리 교육을 시키겠다는 불순한 의도”라고 말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느 친북 단체에 지령을 내렸고, 이 지령을 받은 단체와 개인이 누구인지, 역사교과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이 단체와 개인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등에 대해 사법당국이 적극적인 수사를 해 밝혀야 한다”며 ‘북한 지령’에 대한 사법당국의 수사까지 촉구했다.
‘신친박’을 자처하던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국내 종북세력에게 반정부 투쟁선동 지령문을 보낸 목적은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전형적인 통일전선 전술이다. 현재 북한의 남남갈등 전술에 가장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라며 제1야당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했다.
박 대통령의 정무특보였던 윤상현 의원 등은 포럼 개최를 통해 국정화 찬성여론을 형성하는 ‘진지전’을 맡는다. 박 대통령 시정연설을 하루 앞둔 26일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포럼’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왜 필요한가’ 토론회를 열었다. 교학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였던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강연을 맡았다.
모임의 간사인 윤상현 의원은 이날 “한국사 교과서가 병들어 있다. 병을 고쳐야 하듯이, 우리는 병든 한국사 교과서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집필진 구성이 늦어지면 국민들은 국정화가 뭔가 잘못돼 집필진도 구성 못 하나 생각할 수 있다”(서상기 의원) “교육부가 대응을 잘못했으니 장관을 갈아치워야 한다”(김태흠 의원) 등 더 강한 대응을 촉구하는 주장도 나왔다. 이 자리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부산경남지역 친박계 의원들까지 모였다.
국정화에 찬성하느냐는 이제 ‘나는 친박이다’는 말과 동의어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29일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제가 친박(친박근혜)이라는 것만이 아니라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다 박 대통령은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란을 돌파하려면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며 국정화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화에 앞장서는 친박계의 모습을 두고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충성경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찍어내기 당하고 김무성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 주장도 누르면서 친박계는 공천을 위해 박 대통령에게 충성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누가누가 더 국정화에 거품 물고 선동하는 지 게임을 시키는 셈이다. 황우여 장관도 친박인데,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경질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정화에 앞장서긴 해야 하는데 논리가 부족하니 말만 거칠어진다. 최영일 평론가는 “대통령의 의지를 받아 밀어붙이라는 미션을 받았는데 논리가 없으니 ‘빨갱이’ ‘종북’과 같은 전가의 보도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여론이 37대 57까지 벌어지니 쓸 수 있는 카드가 공안카드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의 이런 충성경쟁은 새누리당 입장에서 부담스럽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존재로 ‘개혁보수’ 이미지를 갖고 있던 새누리당이 국정교과서 파동을 통해 ‘극우’ 이미지를 굳히게 될 경우 수도권과 중도층의 지지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이런 불편함이 읽힌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서울 서대문구을)은 30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북한 지령’ 관련 논란에 대해 “지금이 몇 년도인가? 이런 사회에서 아직도 그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정말 창피하다”며 “불필요한 논쟁”이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서울 양천구을)은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다들 알만한 분들이니 이런 저런 정보가 있어서
말씀하시겠지만 ‘북한 지령’이니 하는 말에 반드시 근거가 있기를 바란다”며 “예산 소위나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등 미우나 고우나
상대와 함께 해야 하는 정치 일정들이 있다. 일방적으로 (상대를) 자극하는 것은 전략상 좋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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