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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신당, ‘공천 탈락자 집합소’ 될 수도

천정배 신당, ‘공천 탈락자 집합소’ 될 수도

야권연대 압박과 인물난으로 ‘호남당’에 그칠 가능성… "모든 지역에 후보내는 것 원칙"

광주의 천정배 의원이 서울로 향하던 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광주로 향했다. 야권 재편의 길은 이렇게 엇갈렸다. ‘천정배 신당’의 성공 여부가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달려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천 의원이 4.30 재보선에서 광주에 입성한 이후 꾸준히 주창해오던 신당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천 의원은 18일 오후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700여명의 지지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행사에서 천 의원을 포함한 추진위원 32명의 명단도 공개됐다.

이날 창당추진위원회는 출범선언문에서 “야당은 야당답게 싸우지도 못하고 국민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패권정치와 패거리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 한마디로 야당은 그 수명을 다했다”우리는 한국정치를 전면적으로 재구성하고, 절망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대 정치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며 새정치연합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천 의원은 인사말에서 “민심은 이미 수명을 다한 정당을 완전히 떠났다. 우리가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천정배 신당’의 파급력은 강하지 않다. 32명의 명단에 현역 정치인은 없었고, 참석한 기성 정치인은 축사를 하러 온 김두관 전 경상남도 도지사뿐이었다. 그나마 김 전 도지사도 신당 합류를 부인했다. 화환 역시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채 호남에서 신당 창당을 주장하고 있는 박주선 의원이 보낸 것뿐이다.

독자세력, 제3당을 주장하면서도 막상 선거 때가 되면 새정치연합과 연대하는 상황이 이번에도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천정배 의원은 야권연대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 주는 방식에 대해서는 경계를 하고 적절한 시기가 되면 대처할 수 있는 입장을 내놓겠다”며 야권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천 의원은 호남당이라는 비판에 대해 “내년 총선에서 모든 지역에 후보를 내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권연대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천정배 신당은 결국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주지 않을 수 있는, 새정치연합과 1대 1로 맞붙을 수 있는 호남지역에서 승부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현역이 천정배 의원 본인 외에는 없는 상황이고 새로운 세력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면면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반사이익을 얻는 정도 아니겠나”라며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이 높았을 때의 안철수 신당도 실패했는데, 거기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얼마만큼의 성과가 있을 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역시 “호남권에서는 해볼 만할 것 같지만 수도권에서는 새정치연합 현역들이 많다”며 “수도권의 제1야당의 기득권을 극복할 만큼 새로운 인물군을 배치할 수 있을지가 과제”라고 내다봤다.

결국 핵심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현역들이 탈당해 신당에 합류할 수 있느냐이다. 문재인 대표는 18일 광주 조선대학교 강연에서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과 다음 총선까지 함께 치르는 임시 지도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저는 그 두분과 당 대표의 권한을 함께 공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문 대표가 호남에서의 지지율 급락, 재보선 패배를 이유로 문재인 대표 사퇴를 주장하는 비주류의 요구에 ‘문-안-박’ 연대로 대답한 것이다. 문 대표는 또한 당내 갈등 상황을 공천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도부 흔들기로 규정했다.

그러나 비주류는 문안박 연대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주류계인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9일 TBS와 인터뷰에 서 “현재 당의 위기에 대해서 정말 당 대표가 진솔하게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고 앞으로는 정말 우리 당을 통합해서 모든 분과 같이 지혜를 모으겠다, 그런 의사표시를 하길 바랐는데 아직도 남의 탓하고 책임 전가한다”고 비판했다.

비주류계 한 의원도 “공동체제라 해도 실질적으로 공동체제가 될 수 없다. 체제 자체가 한 사람(문재인) 중심으로 되어 있으니, 안 의원이 들어가 봐야 말이 공동이지 실제 문재인 대표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처럼 당내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이어질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내의 비주류가 천정배 신당에 합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김만흠 원장은 “문재인 대표가 리더십에 보완과 혁신을 하기보다 문제제기를 ‘흔들기’로 받아들이면 새정치연합 내에서 일부 이탈이 생길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선’을 목표로 하는 의원들이 쉽게 제1야당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새정치연합이 문제가 많아도 야권이 분열해서 선거를 치르는 것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우려도 있기에 결국 연대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간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을 벗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워낙 크기에 탈당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비주류계의 한 의원 역시 “신당해서 성공한 경우는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밖에 없었다. 열린우리당도 결국 도로민주당이 됐다.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제1야당을 탈당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해소해주는 요인이 하나 있다면, 공천 탈락이다. 공천에서 탈락한 이들이 천정배 신당에 합류해 다시 한 번 당선을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인물은 모이겠지만 천정배 신당이 ‘공천 탈락자들의 집합소’가 된다. 새로운 세력이라는 의미가 퇴색해지는 것이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9일 SNS에 올린 글에서 “쭉정이들만, 거기 갈 만한 현역들은 기회주의적으로 눈치를 보는 중이죠. 탈곡(공천심사)을 해서 쭉정이 되는 게 확정되면 그때 달려갈 것”이라며 “천정배 신당은 ‘이미’ 쭉정이들과 ‘앞으로’ 쭉정이들의 연대모임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정배 신당의 앞날이 어두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