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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50일 단식에 이사진 전원 사퇴

동국대 50일 단식에 이사진 전원 사퇴
조계종 총장 선임 과정 개입 논란, 총장은 거취 표명 안 해… 이사회 “단식 농성 안 풀면 사퇴 무효”

조계종이 총장 선임과정에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내홍을 겪고 있는 동국대학교의 이사진 전원이 사퇴하기로 했다. 하지만 퇴진 요구를 받아 온 동국대 보광 총장은 거취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동국대 이사회는 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이사회를 마친 뒤 가진 기자 브리핑에서 “현 이사장을 포함한 모든 임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전원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논란이 시작된 지 1년 만이다.

동국대 이사회는 또한 “이사 전원 사퇴로 인해 법인 이사회 운영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립학교법과 정관 규정에 의해서 점차적으로 새로운 임원을 선임하여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고 사퇴한다”고 덧붙였다.

동국대는 지난해 12월 총장 선출 과정에서 조계종 총무원 지도부가 개입해 강압적으로 특정 후보자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학생들이 재선거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총장 단독 후보였던 보광의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동국대 연구윤리위원회는 지난해 2월 보광 총장의 논문 2편이 표절이라고 발표했지만 보광 총장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일면 이사장이 2004년 발견된 흥국사 도난 탱화 2점을 고의로 측근에게 넘겼다는 의혹까지 일어나면서 일면 이사장‧보광 총장에 대한 동반 사퇴 요구가 제기됐다.

김건중 동국대학교 부총학생회장은 지난 10월 15일부터 단식을 시작해 50일 간 단식을 이어갔고 3일 오전 건강이 악화돼 구급차에 옮겨져 병원에 실려 갔다. 김 부회장과 함께 한만수 교수회장 등 교수 2명은 24일째, 교직원 1명은 18일 째 단식을 이어갔다. 이사진의 한 명인 미산스님은 지난달 30일 사퇴하고 단식에 합류했다. 최장훈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투신 예고까지 한 상황이었다.

동국대 이사회는 이사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도 “현재 단식과 농성 중인 학생, 교수, 직원, 동문 등은 단식과 농성을 그만두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길 바라며, 만약 그러하지 않을 경우 전원 사퇴는 무효로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사진은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문제가 된 보광 총장은 거취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