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아베와 일본 우익이 웃고 있다
[뉴스분석] 북핵 위기, 수혜자는 ‘헌법개정’ 밀어붙일 일본 우익… 박근혜 정부 외교력 시험대에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함에 따라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 긴장고조의 국면에서도 이득을 보는 세력이 존재한다.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려 했던 미국과 위안부 합의의 책임에서 자유로워진 일본 우익세력이다.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일 오전 북한 핵실험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통화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건 전화에서 통화 말미에 위안부 합의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일 양국의 위안부 합의 타결은 북한 핵실험이란 공동의 도전에 대한 한국ㆍ미국ㆍ일본 3국의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으로 위안부 합의의 목적이 드러난 셈이다. 미국은 한일 간 위안부 합의를 물밑에서 압박했다. 미국 입장에서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가 필요했고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대립은 가장 큰 걸림돌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위안부 합의가 끝나자마자 벌어진 북한의 핵 실험을 계기로 미국은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중국의 반대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던 사드의 한반도 배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7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서 “사드 같은 문제는 중국과 군사외교적 마찰 때문에 고민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4차 핵 실험 직후인 지금 상황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적기”라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 총리로 대표되는 일본 우익 세력은 북한 핵실험의 가장 큰 수혜자들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오는 3월 안보법안의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와 일본 우익 세력은 집단 자위권의 범위와 자위대의 행동반경을 넓힌 안보법의 정당성을 피력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핵 실험으로 대표되는 안보위기를 디딤돌 삼아 일본 우익 세력의 염원인 ‘평화헌법 개정’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일본 내에서 안보법제 시행에 대한 시위도 많이 벌어지는 등 저항이 있었는데 이런 여론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결정적으로 7월 이후 헌법 개정이 핵심적인 쟁점이 될 텐데, 일본 우익들은 우경화 정도가 아니라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참의원 선거의 쟁점으로 만들려할 것이다. 아베 내각기에 헌법개정까지 어렵더라도 모든 틀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한미일 공조가 강화될수록 위안부 할머니들 등 위안부 합의에 반대하는 국내 목소리는 ‘안보위기’에 묻히는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야당, 정대협 등이 위안부 문제에 있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양 교수는 “정부는 동북아 정세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감안해 위안부 문제를 쟁점화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이것으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 해결됐다고 볼 수 없기에 정부와 야당, 시민단체들이 각자 주장을 내세우며 흩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내정치적으로 보면 북한 핵 실험으로 인해 야권, 특히 안철수 의원이 고비에 부딪쳤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2016년 1월 1주차 주간집계를 보면 안철수 신당은 김한길 의원의 탈당으로 탄력을 받으며 지난 4일 20.8%까지 지지율이 올랐으나 북한이 핵 실험을 감행한 6일에는 15.8%로 하락했다.
안 의원은 계속 언론을 향해 메시지를 던지며 신당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며 지지율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당이 아직 창당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 의원과 신당에 대한 지지율은 곧 관심도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심을 유지하면서 창당까지 끌고 가는 것이 안 의원의 전략이다. 매주 일요일 오전 안 의원이 언론의 카메라 앞에 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 실험으로 이슈가 쏠리면서 안철수 의원의 신당이 뉴스에서 멀어지게 됐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북한 규탄 결의안을 내거나 국방부로부터 보고를 받고 대응책을 논의할 수 있지만 당을 떠난 안 의원은 북한의 핵실험 사태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북한 핵 실험으로 야권 지지율이 하락한 반면 위기가 고조될수록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안보이슈가 부각될수록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오른다는 것은 정설이다. 리얼미터 주간집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일 43.4%를 기록했다가 북한이 핵 실험을 한 6일 45.6%로 올랐다.
하지만 이번 위기가 꼭 박근혜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란 법은 없다. 북한의 핵 실험은 박근혜 정부에 ‘한중관계’라는 과제를 던졌다. 한미일 공조가 강화될수록 중국은 북한을 버릴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사드 배치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을 적극적으로 제재하는 데 동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협조가 없는 한 북한에 대한 제재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그간 한중관계 진전을 외교적 치적으로 내세운 박 대통령의 외교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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